하루의 끝에서



하루의 끝

석양놀의 유희가 막을 내린 하늘은 

검은빛 바다가 된다. 

우리는 이 바다의 가장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우주 생명체가 아닐까?

깊은 바다에서 믿음과 소망을 생각하며 

서로 다른 사고의 영역을 품고 살아가다가

고독함에 나부끼는 그림자들을 향해 

훠이~ 훠이~ 

보이지 않는 손짓과 들리지 않는 말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내 마음속 세상을 만들며 

밤하늘의 보석으로 빛나는 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우리가 된다.



바람의 선물이 쏴쏴 밀려올 때 

복받쳐 오르는 서러운 삶의 행렬을 알고

장엄했던 현실이 구겨진 종이처럼 떨어져 내릴 때 

서글픈 마음이 빚어낸 내 강물의 노래를 듣는다. 

운좋게도 주인없는 간이역 하나를 발견하여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기 위한 관문이라며 

스스로 위로하고 우울했던 시간 고이 접어

고독한 물결이 넘실거리는 내 이름의 강을 건너간다.

이 강을 무사히 건너가지 못하고 주저앉았을 때 찾아올 비극이 무서워서

앞만 보며 숨차게 그 강을 사뿐히 건너가도 

또 다른 세상 미지의 길은 어느새 바로 나의 발 끝 앞에 놓여 있다.

새로운 길의 추적자가 되고 서러운 삶의 도망자가 되어 살아가는 

인생이란 무대 위에서

나의 의미를 찾고자 검은빛 초원의 꽃밭같은 하늘보며

훠이~ 훠이~



아무 생각도 못하는 무생물 돌과 같은 사람의 형상으로

조각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 돌인형으로

풍진세상과 영욕의 세월을 거부하지 않고 

둥근 주춧돌 하나와 더불어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고 싶다.

많은 시간이 흐르다보면

말못한 소망들이 층층이 쌓여 피어난 것처럼 

푸루족족한 이끼들이 내 마음의 색과 같이 돌인형 옷이 되고

유구한 세월의 훈장처럼 더 파랗게 보일 것이다.



밤하늘의 보석으로 빛나는 별을 

하고 싶은 말 많은 내 마음속 노래의 지휘자로 바라보며

내가 있는 풀빛 고운 땅이 죽음의 별 될 때까지.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탄생의 업을 나와 함께 

수렁속 세상의 가장 행렬을 위한 빛을 따라서

이야기꾼의 참 모습을 찾고 싶은 날이면

더 고독한 아름다움으로 내 손 잡아주는 석양놀이 좋게만 보인다.





2005년 7월 26일 화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