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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행복 |
| 글쓴이 noull 조회 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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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제가 살고있는 집 근처에는 조그맣고 아름다운 소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초록빛 잔디가 곱게 깔려있는 운동장은 주위를 빙 둘러 우레탄트랙을 깔아놓았는데, 달리기를 즐기기에는 이만한 곳도 흔치 않지요. 뿐만 아니라, 공원 한쪽에는 헬스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운동기구들도 골고루 갖추어 놓고있어 눈비가 온다거나 특별한 볼일이 없는 한 매일같이 이곳에 나와 운동하는 것을 즐기곤 합니다. 오늘도 예외 없이 공원으로 나왔습니다. 새벽엔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뿌옇던 하늘이 어느새 화창한 날씨로 바뀌어져 있습니다. 아침의 흐린 날씨는 아마도 안개 때문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옵니다. 바람 속엔 향기가 한 웅큼 담겨있습니다. 흠...! 아카시아 꽃향기가 분명하군요. 벌써 5월이군요. 혼기를 놓쳐 속절없이 늙어버린 봄처녀도 이젠 떠나려나 봅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 후 가볍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달리기는 참으로 좋은 운동이랍니다. 매일 30분 정도의 가벼운 달리기는 어떠한 보약보다 훨씬 더 좋은 영향을 인체에 미친다합니다. 오늘은 욕심을 내어 한시간이 넘도록 달려 보았습니다. 그 때문인지 다른 날보다 조금은 더 무겁게 피로감이 다가오는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달리기는 이미 저의 생활 속에 배여 있는 한 부분이니까요. 달린 후 찾아오는 적당한 피로감은 그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몽땅 풀어준다 합니다. 가슴을 활짝 펴고 몇 차례 심호흡을 한 뒤, 벤치 위에 벌렁 몸을 눕혀 봅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흰 구름이 한 조각이 둥실 떠있습니다. 솜처럼 하얗습니다. 나는 서슴없이 구름 속에 몸과 마음을 얹어놓아 봅니다. 그리곤 상상 속의 환상세계로 빠져들지요.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언제나 꿈으로만 간직해오던 꿈을, 이곳 환상 속의 세계에서는 멋들어지게 펼쳐 보이곤 한답니다. 누구 한사람 방해하는 사람 없이 말입니다. 저는 이 순간을 참 좋아합니다. 어쩌면 제가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의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쪽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분홍빛 스웨터를 걸친 여인이 어린 두 딸과 함께 풀밭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개미집이라도 발견한 것인지 풀밭 속에서 무언가를 집어들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합니다. 세 모녀의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풀밭을 옮겨 다니고 있습니다. 뭘 찾고 있는 걸까...아하! 그때서야 나는 그녀들이 뭘 찾고있는지 알아챘습니다. 바로 네 잎 클로버였습니다. 운동장 잔디 곳곳에는 클로버들이 동그랗게 군락을 지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네 잎 짜리 클로버 잎사귀를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네 잎 클로버가 흔하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지 이곳저곳 계속 옮겨다니고만 있었습니다.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있는 곳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자 그녀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아주 귀엽게 생겼습니다. 특히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의 얼굴의 보조개는 가히 백만 불 짜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귀엽고 앙증스럽습니다. 웃을 때마다 살짝살짝 드러나 보이는 덧니는 꼭 껴안아 주고 싶은 충동이 들게끔 만들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우와! 찾았다. 드디어 찾았다!"
예의 보조개가 귀여운 그 꼬마아이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네 잎 클로버를 찾은 것입니다.
"어? 정말이네."
엄마와 언니도 놀랍다는 듯 소리내어 환하게 웃습니다. 세 모녀의 맑은 웃음소리는 옆에서 듣고있던 내 마음까지도 덩달아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얘들아! 그런데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을 아니?"
엄마가 물었습니다.
"행운이요."
큰아이가 대답합니다.
"맞아. 그럼 세 잎 클로버는?"
"세 잎 클로버요?"
"응."
"세 잎 클로버의 꽃말도 있어요?"
"그럼! 당연히 있지. 네 잎 클로버에도 있으니 당연히 세 잎 클로버에도 있어야 공평하지 않겠어?"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뭔가요?"
궁금하다는 듯 두 아이가 토끼눈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습니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란다."
"행복이요?"
"응! 그래 바로 너희들처럼 앙증맞고 깜찍한 행복을 말한단다."
"우와! 그럼 이 곳은 행복으로 가득 찼네?"
작은 아이가 두 팔을 널게 활짝 펴 보이며 말합니다.
"그럼! 행복이란 운동장에 널려있는 세 잎 클로버 잎사귀만큼이나 많단다. 그리고 사람들의 가슴속에도...온통 널려 있는 게 행복이란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그토록 많은 행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단다."
"왜요?"
"행복은 너무 흔하기 때문이란다. 너무 흔한 것은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지."
"??"
아이들의 표정이 알쏭달쏭 해집니다.
"얘들아! 너희들은 행운이라는 말의 뜻을 아니?"
엄마가 다시 묻습니다.
"알아요."
큰아이가 자신 있다는 듯 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뭔데?"
"큰 행복이요."
"응...? 왜?"
엄마는 아이의 대답이 의외라는 듯 말꼬리를 올리며 묻습니다.
"세 잎 클로버가 작은 행복이니까 잎사귀가 하나 더 많은 네 잎 클로버는 당연히 큰 행복이지요. 엄마는 내가 그것도 모를까봐?"
엄마는 아이의 대답이 재미있다는 한참 동안이나 웃더니 말합니다.
"그래! 그래! 맞아. 우리 소현이 참 똑똑하네. 바로 맞췄어."
그러면서 아이의 어깨를 꼭 안아줍니다. 아이가 어깨를 으쓱합니다.
"그래 행운이란 바로 큰 행복이란다. 딱 알맞은 표현이구나. 그런데 너희들은 큰 행복이 좋겠어. 아니면 작은 행복이 좋겠어?"
엄마가 다시 묻습니다.
"큰 행복이요."
이번에는 작은 아이가 대답합니다.
"왜?"
"당연히 큰 것이 좋지요. 냉장고도, 텔레비전도, 집도...모두 큰 것이 좋잖아요. 그리고 또...네 잎 클로버는 귀하잖아요. 선생님이 그러는 데요 귀한 것은 값이 비싸다고 했어요. 다이아몬드 처럼요."
자신 있게 대답을 한 작은아이는 언니를 향해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입니다. 마치 제 말이 정답이라는 것처럼...엄마는 그러는 아이들이 몹시 사랑스러운 듯 웃으면서 말하였습니다.
"응! 그래 소정이 말도 맞아. 큰 것이 좋기는 하지. 하지만 때로는 작은 것이 좋을 때도 있단다. 행복이란 아주 작고 예뻐서 주머니 속에다 항상 넣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 볼 수도 있거든. 하지만 행운은 그럴 수가 없단다. 귀하기도 하려니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지. 더구나 값이 너무 많이 나가거든...비싼 것은 누가 훔쳐 갈 수도 있잖니? 그렇게 되면 행복한 마음 한쪽 구석에서는 슬며시 걱정이란 놈이 자리를 잡게 되는 법이란다."
엄마의 설명에 아이들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한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운 듯 한참동안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더니 다시 말합니다.
"엄마는 너희들이 이담에 커서 찾아내기 힘든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며 살아가기보다는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피어있는 세 잎 클로버를 찾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지금 엄마가 하는 말 잘 이해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너희들 가슴속에다 꼭 담아두었으면 해. 훗날 너희들이 조금 더 자라면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테니까 말이야"
말을 마친 엄마라 아이들을 꼬 옥 끌어 안아줍니다.
작은아이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네 잎 클로버를 땅바닥에 버리며 말합니다.
"난 네 잎 클로버가 싫어졌어. 이제는 세 잎 클로버를 가질 거야."
그러더니 세 잎 클로버잎사귀를 자꾸 뜯어 모아 손에 쥡니다. 그걸 본 엄마가,
"소정아! 작은 행복도 많이 가지려 하면 그건 욕심이 된단다. 그러니 하나만 가져.".
"하지만 나는 많은 것이 좋은데..."
그러면서 작은 아이는 자꾸만 클로버 잎사귀를 따서 꾸역꾸역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있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제가 즐겨 찾는 공원에서 세 모녀가 주고받던 대화를 생각나는 대로 대충 정리 해 보았습니다. 저는 그 날 모녀의 얘기를 들으며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얼마 전에 사 두었던 로또 복권 생각이 났거든요. 꼭 맞으리라 생각하고 사 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그런 요행 심 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허황된 행운을 바랬던 것은 아닌지...제가 누리고있는 작은 행복은 느끼지 못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굵직한 가시덩굴이 이리저리 따갑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젠 복권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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