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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가 중간고사 보는 날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4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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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콩당거리며 팔딱팔딱 뛰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과거시험장에 앉아있는 선비의 마음도 이러했으리라 생각하니
나는 지금 컴 앞에 앉아 있는게 아니고 시험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그 옛날의 내가 된 듯하다.
불안과 초초로 동동거리며 시험지를 받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시험문제를 풀었다.
수도 그럴까?
바둑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님들이 올린 글도 읽어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음악도 잘 들리지 않는다.
아이의 시험이 무엇기에...
이런 나를 오로 벗이 보았다면 참 요란한 엄마구나 할 것이다.
착하고 사랑스러운 수가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중간고사 시험을 보게 되어서 그렇다고 말해도
내 마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는 10년후를 생각하며 사회에 잘 적응하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옳다는 확신이 섰을 때 망설이지 말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밀고 나아가는 아이로 길러라 하는 말도 있지만,
난 지금 수가 시험을 잘 보았으면 하는 마음 밖에 없다.
최종마무리를 하며 기출문제 4과목을 풀었는데 사회과목에서
1문제를 틀렸다.
"환웅은 널리 인간을 유익하게 하기 위애 바람, 구름, 비를 다스리는 신하를 거느리고 태백산에 내려 왔습니다."
이 글로 알 수 있는 고조선의 통지치념은 무엇입니까? 였는데
농업이라고 답하였다. 홍익인간인데...ㅎㅎㅎ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바람, 구름, 비만 보면 농업이라고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틀린문제를 다시 한 번 읽어봐 하면 정답을 찾아내기는 하는데...
'조선통신사 또는 통신사" 중에 어느게 정답인가?
기체방울과 공기방울은 같은가?
지층이 지구 내부의 강한 압력을 계속 받으면 어떻게 되는가? 끊어진다, 부서진다 이중에서
더 정확한 답은 무엇인가?
이와같이 비슷한 개념을 놓고 정답과 오답 사이를 왔다갔다 했는데...
시험을 어떻게 볼지 내 마음이 오르락 내리락 쿵딱쿵딱 뛴다.
수학을 가장 자신 있어 했는데 시험 날짜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기본문제에서 실수를 하고...
국어는 종잡을 수 없는 점수가 나오고...
조금만 더 공부하면 점수가 잘 나올 것 같은데
번쩍번쩍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기말고사 준비는 잘해서 중간고사보다 더 잘보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간고사 결과도 아직 안나왔는데 기말고사 대비를 벌써 생각하고...
세상에 얼마나 조급한 엄마란 말인가?
수가 시험공부하며 어제는 고전문학과 과학상식에 대한 책을 두 둰 보았다.
그래서 나는
^^남극점 정복하기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으니
실크로드 답사하기 책은 사줄까?
아니면 그냥 다 사줄까?
"아니요. 괜찮요.
^^왜, 나중에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하다가 쉬면서 읽어야지
"고등학교가면 공부해야지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어머?(기특하고 이쁜 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천국을 갔다오고...ㅎㅎㅎ)
학교시험 끝나고 오면 학원공부를 해야 하는 수.
학원에서 중학수학 총괄테스트가 오늘 있다.
학교시험 신경 쓰느라고 학원공부는 전혀 못했다.
학원숙제도 못했다.
6학년 공부하기도 바쁜데 중학과정도 공부하는 세상.
시험을 코 앞에 두고 이틀전부 열이 나고 목이 쉬고 머리가 아프다고 한 수.
아프다고 하는 수를 위로해 주지 못하고 중요한 시기에 왜 아프냐고 화를 내며 매정한 엄마가 되어
병원에 데리고 갔다와서 약먹고 잠자는 아이를 깨워 공부하라고 하였다.
아이 얼굴이 반쪽이 다 되었다.
체중이 41킬로그람이다.
남편은 잘 먹이라고 야단이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는 닭도리탕을 만들었는데
닭 한마리를 다 먹었다.
나는 감자하고 양파하고 대파만 먹었다.
닭고기를 나의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 남아 도는 게 힘이요 시간인데 내가 어떻게
닭고기를 먹을 수 있겠는가?...ㅎㅎ
아이가 저렇게 잘 먹고 있는데...
내가 먹으면 아이가 먹아야 할 것을 빼앗아 먹는 것 같아서
먹어지지가 않았다.
아이가 잘 먹으니까 매일 닭 한마리씩 식탁에 올리라고 하였다.
^^안돼. 어쩌다 한번 먹어야 맛있지.
매일 먹으면 닭털만 보아도 도망가고 싶어질걸.
돼지고기도 먹어야지.
"그래, 그럼 돼지고기도 먹고 고등어조림도 먹고, 채소도 먹고...
^^알았어. 채소는 매일 먹고. 닭과 돼지와 생선을 돌아가며 준비하지.
이렇게 음식에 대한 타협도 하였다.
지금 이 시간이면 국어 시험을 끝내고 수학시험을 보고 있을 것이다.
시험이 모두 다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시험결과가 궁금해 죽겠다.
아침에 딸아이 보고 수가 몇 점 맞을 것 같으냐고도 물어도 보았다.
전과목에서 2-3문제 틀리던가 아니면 올백 맞던가 할 것 같아요 하였다.
몇 점이 나올까?
수는 전과목 5 문제 틀리면 핸드폰 사달라고 하였다.
3 문제 틀리면 사주겠다고 말하다가
내가 너무나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아서 5문제로 합의를 보았다.
아이의 기대가 무너지는 점수가 나올까봐 걱정도 된다.
언제나 변함없이 정말로 열심히 성실하게 공부하는 수였으면 한다.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만 같다.
공부할 때는 너무나 빨리 잘 흘러갔는데...
기다리는 시간이란
다 이렇게 불안과 초초함으로 정지된 시간인가 보다.
2005년 5월 13일 목요일
바둑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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