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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욕심의 끝에서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4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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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처럼 또 다시 상큼한 만남으로 바둑사랑을 해보리라 생각하고
흑백동산 산책길에 올랐다.
내가 언제나 좋아하고 싶은 흑백동산의
나무와 풀과 꽃과 하늘과 구름아, 벗아,
모두 모두 안녕?
나 혼자만의 마음으로 나누는 인사에 익숙해졌지만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처럼 대기실 창에 목소리 날리면서
서로가 다정하게 주고받는 인사를 나도 하고 싶은 날이다.
어제는 바둑이 참 잘 되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모두 다 꽝하는 바둑만 두었네요...ㅠㅠ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ㅠㅠ
잉잉...종알종알...하다보면
내가 이길 것 같은 님을 찾아서 대기실을 또 다시 두리 번 거리겠지.
아니면 바둑방을 만들어 놓고 나보다 약한 님을 기다리겠지.
중국 님은 오지말고
나보다 더 약한 님만 오시라 하면서
이번에는 잘해 보리라. 내가 지더라도 머리 아픈 바둑은 두지 않으리라.
향기롭고 아름다운 봄꽃같은 바둑만 두리라. 이렇게 생각하며 님을 기다리겠지.
나의 기다림과 아랑곳없이
내 마음 모르는 중국님이 덜커덩 우당탕탕 입실하면
눈을 꼭 감고 나는 꿈나라에 있어여~~하겠지.
666과같은 바코드 숫자로 되어 있는 님이 으시시한 망토바람 휘날리며 사뿐히 입실하면
내 심장의 열쇠가 철컥덕하며 마음단속부터 하겠지.
님은 "이봣! 나랑 한판승부? 할까나? " 하며 대국초청장을 마법화살 날리듯이 보내겠지.
내가 꼼짝 안하고 있으면
"흥! 나에게 걸렸으면 밥, 밥이었어! 냠냠~~ 기회가 되면 내 다시 오마!~~ "
하면서 캄캄한 우주로 휘리릭 날아가겠지.
휴우~~
잠시 후에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알파벳 이름의 님이 늑대인간의 은 총알탄처럼 번쩍 슈우웅~~ 입실하면
나는 속으로 중얼중얼 말하겠지
"헉! 님도 아니야,"
"뭐라꼬? 바둑 두자꼬?"
급하게 날아오는 대국신청 초대장.
하지만 나는 시간요정 똑딱똑딱님이 대국신청 초대장을 수거해 갈 때까지 가만히 있겠지.
다시 또 날아오는 대국신청 초대장.
대국매너가 나빴던 알파벳 이름이 꼬물거리는 뱀처럼 생각나서
거절이라는 버튼을 꾸욱 누르겠지.
님은 투덜투덜, 캥캥하며 바둑꽃방을 야수의 숲으로 만들겠지.
그런데 또 다시 중국님 입장이요~~ 하는 안내방송이 뜨면
"으앗!"
난 줄행랑이요~~ 하겠지.
나는 내가 원하는 님과 바둑을 두고 싶다.
원하지 않는 님과 바둑두어 머리아픈 일 생기면 흑백동산 산책을 더 이상 할 수 없으니...
머리 아픈 일 생기면 도 닦아야지, 도 닦는 일에 게으름 피우고 있으니 늘 만년하수겠지 하는 님도 있겠지만...
대기실로 도망온 나.
대기실 광장에 꽃처럼 피어나는 님들의 대화를 읽어 나간다.
너무나 재미있다.
나 혼자서 베시시 웃다가 나중에는 깔깔거리며 크게 웃는다.
어쩌면 이렇게도 재미있는 재주꾼들이 많다냐 하면서
갸우뚱갸우뚱...그저 신기하게 님들의 대화를 주목하는 내가 된다.
참 멋진 운영자님의 대화 하나를 소개해도 되는지...
운영자별 "빨랑 1서버로 가세엿."
바람나그네 "싫어엿."
운영자별"1서버에는 사람들이 많아엿."
바람나그네 "운영자별님~ 5월 5일 어린이날에 딸하고 놀러나가고 싶어엿."
운영자별 "네에, 좋은 시간 보내세엿"
바람나그네 "국경일에는 나라에서도 죄인을 감옥에서 내보내 준다고 하잖아엿. 그러니..."
운영자별 "?"
바람나그네"헤헤헤"
운영자별 "잠시만요"
바람나그네 "... ..."
운영자별 "바람님은 이번이 두 번째네엿"
바람나그네 "헤헤, 죄송합니다."
운영자별 "참으셔야죠."
바람나그네 "다음부터는 아무리 기분 나빠도 욕하지 않고 나서지 않겠습니다."
운영자별 "네, 그러셔야죠. 6일만 기다리면 되네엿"
바람나그네 "운영자별님 저 콩밥 그만 먹고 싶어엿."
운영자별 "잘 알았어엿. 하지만 제가 콩밥 드린게 아니여서 저의 권한으로는..."
구름나그네 "운영자별님예? 그냥 한번만 선처해주시서!"
바람나그네 "으아앙~~구름나그네님~~~
구름나그네 "바람나그네님이 그리 나쁜 사람같지도 않고 뉘우치고 있으니...
운영자별 "으음...알았어엿."
바람나그네 "제가 가까이 있다면 운영자별님께 술 사드리고 싶어엿."
운영자별 "감샤~~"
대기실 광장의 대화를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구경하고
나는 다시 바둑방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너무 까다롭게 바둑짝꿍을 찾지말고 그냥 아무하고나 두어야지 하면서
대기실 광장의 흐뭇한 여운을 즐기면서 님을 기다렸다. 잠시 후에
짜자잔~~~~어벙벙 왕자, 등장이요~~~하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으앗! 반갑사와엿. 어여오세엿."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번개불처럼 스친다.
"킁!"
예상을 빗나가는 저 목소리~~~는 또 무엇인가?
"킁"을 하든 "컥"을 하든
만남과 기다림의 편지같은 바둑을 멋지게 두어 보리라 생각하고
첫 수부터 넉넉한 마음과 자신감으로 쿵쿵
두 번째 수는 사랑의 바둑알을 사뿐히
세 번째 수는 행복의 바둑알을 솔솔
네 번째 수는 평화의 바둑알을 살짝
다섯 번째 수는 하늘과 바람 같은 바둑알을 오묘하게
여섯 번째 수는 꽃과 같은 바둑알을 어여쁘게
일곱 번째 수는 마법의 향기 같은 바둑알을 샤르르
..................
결과는 하하호호~~ 나의 대승이었다.
그런데, 님은 사기 바둑 꾼에게 당한 것처럼 온갖 욕을 하고 난리였다.
계가도 받아주지 않았다.
운영자님의 도움으로 바둑방에서 나왔지만
기분좋은 승은 아니었다.
세상의 돌 모양이 모두가 다 다르듯이
사람의 모습도 모두가 다 다르다는 것을 배운다.
다르게 구별되는 모습이 아름답고 좋은 모습이었으면 한다.
어떤 연유로 나의 모습을 이상하게 보여주어야 할 경우가 생겼다면
반성하고 그 이상한 내 모습을 두 번 다시는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으리라
다짐한다면 나 자신이 있는 공간은 언제나 편안하고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나쁜 집착을 버리고
새롭게 다가올 좋은 만남과 시간의 향기를 비어있는 내 마음에 담을 준비를 하면서
바둑을 둔다면 우리 모두 멋지고 아름다운 흑백천사가 될 것이다.
2005년 5월 8일 일요일
비둑톡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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