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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흑 그대가 백이라면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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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흑 그대가 백이라면
그대의 팔을 잡고 걸어보고 싶어.
반팔옷을 입는 여름말고 긴팔옷을 입는 봄과 가을에
그대의 팔을 잡고 걷는다면 참 행복할거야.
두툼한 롱코트를 입는 겨울에 그대의 팔을 잡고 걷는다면
더욱 더 신바람 나겠지.
이날 하얀눈꽃이 내리면 우리는 가장 행복하고 다정한 연인이 될거야.
내가 그대를 만나는 날
그대가 나를 보며 반가워요 보고 싶었어요 라고 말을 해 준다면
그 다음 날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흑백선녀가 되어 있을거야.
마음속에 품어 왔던 우정과 사랑이 우리의 만남으로
영원히 지속되며
그대의 팔을 잡고 걸었던 내가
그대와 나의 울안에 있는 연분님께 용서받을 수 있는 몸이 된다면
그대의 팔을 더 꼭 잡고 해가 질 때까지 난 걸어 갈거야.
그대와 내가 걸어가는 길이 한적한 산길이었으면 좋겠어.
산바람 불면 사각거리는 풀과 나뭇잎 스치는 소리 들려오는
그런 길이었으면 좋겠어.
그대의 팔하나만 잡고 걸어도 그 길은
이 세상의 모든 꽃과 보석을 깔아놓은 것처럼
우리를 위한 최고의 길이 될거야.
아마 그 산은 천년이 더 지나도록 말할거야.
내가 그대의 팔을 잡고 걸었던 가장 예쁜 길이었다고...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대와 함께 했던
시간의 끝에서
내가 그대의 팔을 놓아 줄 수 있을지...
아마 놓지 못할 거야.
단 하루를 그대와 함께 보내더라도
나를 이해해 주고,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알아 준 그대라면
그 나머지의 날들이 없어진다 해도 괜찮을거야.
나는 기차를 타고 아주 먼곳까지도 가고 싶어.
만약에 정말로 기차를 타고 여행하게 된다면
그대의 옆자리에 앉아서 나는 또 그대의 팔을 꼭 잡을거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창밖도 쳐다보지 않고
그대의 팔을 잡고 있는 내 손만 계속 바라볼거야.
내가 그대의 팔을 잡고 가도 그대는 나를 귀찮아하지 않고 좋아해 주겠지.
그대의 팔을 더 잘 잡으라고 나에게 팔을 내어 줄 그대.
그대와 함께했던 시간이 바둑판위에서 사석이 되어버린 바둑알처럼
나는 흑 그대는 백이 될지라도
우리의 만남과 우정과 꿈은 강물처럼 변함없이 흘러 가겠지.
2004년 12월 6일 월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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