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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초보에게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347

그대여, 아침이슬같은 바둑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서러워 하지 마라. 바둑사랑이 말없는 사랑이라 하여 나의 말을 너무 많이 전하려 하지 마라. 운이 좋은 어떤 날 봄볕 먹고 속살거리는 바둑사랑이 들려와도 내 사랑의 기쁨을 너무 많이 말하려고도 하지 마라. 그대여, 그대를 알아가는 내 마음은 광활한 대지위에 불어오는 한떨기 바람이다. 내가 그대에게 봄바람처럼 다가가고 광활한 대지의 푸른요정 잠을 깨워 줄 때 내 마음에 밀려와 쌓여가는 충만한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은, 눈부신 햇살이 지나간 자리위에서 거룩한 땅을 향해 기도하는 내가 되게 해 준다. 나의 기도는 땅끝 나라 황금성에서 꽃으로 피어나고 하얀나비의 날개옷이 나에게 날아와 나의 옷이 되게 해 준다. 맞잡은 나의 두 손은 내 사랑을 다짐하는 나비의 눈이 되게 해 준다. 그대여, 광활한 대지위에 홀로 태어남이 아니면서도 혼자인 것처럼 살아가야 했던 날. 캄캄한 바다에 그대와 내가 떨어뜨린 바둑알은 찬란한 세상에 밀려가는 이슬꽃 행렬 낙화였을 것이다. 청명한 하늘같은 호수에서 그대와 내가 건져올린 바둑알은 봄꽃 만발한 흑백궁전 뜨락에서 꽃향기로 세수하는 포석미인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대여, 가장 아름다운 사계절 절정을 열두폭 그림으로 담아 경복궁 근정전 병풍처럼 만든 나의 바둑사랑도 서러운 사랑이다. 그대와 나 모두 대자연의 품에서 태어나 대자연의 끝에서 대롱거리는 이슬같은 바둑사랑으로 오르락내리락 춤을 추는 서러운 님이었을 것이다. 2004년 4월 4일 일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