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Home > 커뮤니티 > 문학게시판 |
|
 |
|
|
|
| 베르톨트 브레히트 |
| 글쓴이 400번구타 조회 328 |
|
|
적당한 값을 받는 시인들의 노래
-20세기에 접어들어 약 30년동안 사람들이
더이상 시집을 사지 않는 시기에
1
당신들이 여기서 읽고 있는 것은 운문으로 씌어진 것입니다!
시란 도데체 무엇인지, 시인이란 무엇하는 사람인지
당신들이 정말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입니다.
진짜 당신들은 우리 시인들을 심하게 대접하고 있습니다.
2
한번 말해 보십시오,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나요? 물어 볼
말도 전혀 없나요?
요즈음에는 시다운 시가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까? 좋습니다. 말해 드리지요.
전에는 사람들이 시를 읽었고, 거기에 돈을 썼지요.
3
요즈음에는 시를 더이상 사지 않아요. 바로 그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시다운 시가 씌어지고 있지 않은 겁니다.
시인에게는 '누가 내 시를 읽는가'뿐 아니라 '누가 내 시를
사가는가' 라는 문제가 궁금하기 때문이지요.
돈을 받지 못하면 시인은 시를 쓰지 않아요! 당신들이 그
정도로 심했던 겁니다!
4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그런가',
'돈 내고 시를 사 가는 독자의 구미에 맞게 하지 않았던가',
'한번이라도 약속을 어긴 적이 있단 말인가' 시인은 묻고 있습니다.
요즈음 나는 화가에 대한 얘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5
그림이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전에는 그림들도 역시
좋은 대우를 받았었지요! 이제는 창고에 쌓일 뿐......
우리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겁니까? 왜 돈을 쓰지
않으려는 겁니까?
우리들이 알기로는 당신들은 점점 부자가 되고 있다는데......
6
뱃속만 충분히 채워지면, 우리 시인들은
당신들이 이 지상에서 향유하던 모든 것을 노래해 주지
않았던가요?
당신들이 다시 한번 향유하도록 말입니다. 여자들의 육체하며,
가을의 슬픔, 냇물을, 그리고 달빛 아래 냇물이 어떻게 흘
러가는지를.....
7
과일의 달콤한 맛을! 떨어지는 낙옆 소리를!
다시 여자들의 육체를! 당신들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까지도! 언젠가 당신들이 삶을 마감하게 될때.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도 말입니다!
8
이런 것들을 다룬 시뿐만 아니라, 당신들과는 달리
황금 의자에 앉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씌어진 시에도
당신들은 돈을 썼습니다! 그들의 눈물로 닦아 주는 시,
당신들 때문에 상처받은 그들을 위로해 주는 시말입니다!
9
우리 시인들은 당신들에게 할 만큼 해주었지요! 거절한
적도 없었어요!
항상 당신들 뜻을 따랏지요! 기껏 시나 사 달라고 말했을
뿐이지요!
우리들이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나쁜 짓을!당신
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은 먹다 남은 음식에 만족했었지요!
10
아, 우리 시인들은 언제나 아름다운 시어들을
당신들이 일으킨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했다오!
우리들은 학살 현장을 '명예의 전장'으로
대포를 '철과 같이 단단한 남성'으로 불렀다오!
11
당신들에게 세금을 바치라는 고지서에
우리들은 아주 멋진 그림을 그려 주었지요.
그들 가슴에 불을 지펴 준 우리들의 노래를 외쳐 대면서
그들은 당신들에게 세금을 바쳤습니다!
12
우리 시인들은 머리를 짜 내어, 마약을 만들 듯 단어를 이리
저리 짜맞추고는
거기서 가장 멋지고 효과적인 단어만을 사용했습니다.
우리들이 만든 것을 그들은 들이마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순한 양처럼 당신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것이지요!
13
우리들처럼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후원자를 찾아 돌아다니는
그저 그런 사람들에 의해 온당치 못하게 칭송을 받았던 사람들과
당신들을 비교하는 것이 우리 시인들의 일상적 일이었습니다. 당신
들이 바라던 일이었지요.
또한 우리들은 비수와 같이 공격적인 시를 써서 당신의 적들을 뒤쫓았습니다.
14
그런데 왜 당신들은 이제 와서 우리 시를 사지 않는 겁니까?
식탁에 너무 오래 앉아 있지 마세요! 우리들이 차지할 남은 음식이
식어버립니다!
왜 당신들은 우리에게 주문을 하지 않는 겁니까? 그림도, 찬가도
필요 없나요?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나요?
15
그러지 마세요! 당신들은 우리 없인 살 수 없을 겁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만 있다면!
여보시오 높으신 양반들, 우릴 믿어 주시오, 오늘날 더 싸
게 팔수도 있단 말이오!
16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아, 정말 읽고 있소?) 시를 쓰기 시작했을때
나는 3행마다 운을 맞추려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너무 어려운 일, 고백하고 싶지는 않지만
'누가 이런 것에 돈을 쓸까?'라는 생각이 들어 여기서 중단 하겠습니다.
|
|
|
|
|
|
.png){kind=logo}
이전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