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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부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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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고 별들이 하나 둘 빛나는 시간이면
하루를 마감하는 내 마음의 장부에 마지막 싸인을 해야 한다.
내 마음의 장부는 나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며
그 누구도 펼쳐볼 수 없는 비밀수첩같은 것이다.
내 마음의 장부에
돈에 대한 수입과 지출을 남기면 금전출납부가 되고
하루의 일상을 적으면 일기장이 되고
산국화 필적을 남기면 시인의 노트가 되고
흑과백 바둑알이 보이면 바둑책이 되고
오다가다 알게 되는 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으면 연락망 수첩이 된다.
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내 마음의 장부는
잊을 수 없는 영상들을 향기롭게 흘러가는 물결처럼 남기는 시인의 노트이며
오다가다 알게 되는 좋은 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혀있는 연락망 수첩이다.
시인의 노트와 연락망 수첩이 가장 좋은 이유는
아름다운 생과 사, 자연과 우주의 언어를 배워가는 듯한 꿈을 주며
아름다운 어울림속에서 다음에 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증표로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가장 멀리 하고 싶은 내 마음의 장부는 금전출납부와 일기장이다.
그 이유는 돈과 관련된 일이라면 내 마음을 조각보 천처럼 이어붙이기 하며 살아야 하고
나의 하루를 일기장에 남기다 보면 때로는 사실 그대로 보여 줄 수 없는 일에 거짓말을 동원하게 되고
그 거짓말이 쌓이다 보면 불안한 시간여행을 하며 마음의 병을 불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어렵고 힘들지만 내 마음의 장부에 항상 싶은 것은 흑과 백 바둑 그림이다.
흑과 백 무채색의 아름다운 배열을 최초로 알게 해 준 바둑.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해 준 바둑.
나에게 바둑이 없는 삶은 시한부인생이며 파도가 삼키는 모래성이며
뿌리없는 묘목으로 햇볕 쨍쨍한 날 모래밭에 심어진 나무이다.
바둑이 없었다면 내 지난날은 캄캄하고 길고 긴 터널여행이었을 것이다.
바둑과 함께 하며 상상의 나라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내가 만들어졌고
벗에 대한 우정과 사랑도 배웠다.
멋진 바둑인의 모습을 보며 나에 대한 참모습도 가꿀 수 있었다.
감사함과 미안함과 죄송함과 부끄러움과 존경스러움과 불쌍함과
진정한 후회가 무엇인지도 배우며
상상속의 나를 흑백 자화상처럼 그려보는 화가도 될 수 있었다.
가장 어렵고 힘들지만 반드시 내 마음의 장부에 남기고 싶은 바둑이야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마지막 싸인을 연필심에 침을 묻혀
내 이름 석자를 꾹꾹 눌러 써 주셨던 나의 고운님처럼 해 본다.
별이 총총히 빛나는 밤하늘의 궁전 서가에서...
2005년 3월 18일 금요일 밤
바둑톡톡이었습니다.
^^고마운 벗의 부탁으로
^^광장에 올렸다가 삭제한 글.../2005/3/2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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