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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한솔매화 조회 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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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시골에 살았을 때
가을이 오면 종종 아버지와 난 새벽이슬 밟기를 즐겼었다.
그 때가 얼마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삶이었는지
가을날의 풍경으로 내 마음의 캔버스에 예쁘게 예쁘게 그려지고 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사주셨던 아버지.
나를 둥근 새벽달이 되게 하여 주셨던 아버지.
나를 보배처럼 여기고 사셨던 아버지.
아버지의 각별한 사랑속에서
아버지 마음을 거슬리게 하는 사람이 절대로 되지 말자고 아주 어릴때부터 내 마음에 심어졌다.
지금의 나를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되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 어릴적 추억속에 가장 큰 인물로 자리잡고 있는
나의 아버지.
지나온 세월속의 전설이 되어버린 나의 아버지 가을 별자리를 잊을 수가 없다.
나의 아버지는 새벽잠이 없으셨다.
별들이 가장 곱게 반짝이는 시간에 눈을 뜨시고
별과 함께 활동하셨던 나의 아버지는
새벽이면 꼭 내 이름을 부르셨다.
톡톡아~
톡톡아~
빨리 일어나라고 다그치지도 않고 그냥 다정하게만 부르셨다.
아버지의 부름을 받으면서 내가 잘 일어나지 못해도
처음 부르는 이름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변함없이
내 이름을 부르셨다.
톡톡아~
톡톡아~
하시면 나는 응~ 하며 부시시 일어나 눈을 떴다.
아버지께서 새벽 이슬 밟으러 가자는 말이 없으시면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없었어도 난 공부를 하였다.
공부를 하기 위해 내 스스로 일어났었다면
공부를 참 잘 했을텐데...
아버지의 목소리에 눈을 뜬 나는 책만 펴놓고
할미꽃이 되어 꾸벅꾸벅 졸기만 하였다.
방 밖에 계셔도 졸고 있는 나를 어떻게 아시는지
톡톡아~
톡톡아~
내 이름을 부르셨다.
내 이름을 부르는 나의 아버지는
뭐 하느냐고 묻지도 않으셨고
졸지 말고 공부 하라는 말도 없으셨다.
아버지는 나를 믿으셨고 나를 최고로 여기셨고
내가 하는 행동이면 무엇이든지
착하고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셨다.
아버지의 너그러운 사랑과 믿음이 있었기에
착한 사람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늘이 반쪽나는 일이라고 내 마음에 거목처럼 심어졌고
아버지의 믿음을 지켜주는 딸이 되리라 다짐도 하였다.
나를 믿고 계시는 아버지에게 좋은 소식만을 전해주는
딸이 되리라 생각하며 살아가기 시작했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서 공부 잘하는 사람,
머리도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되었고,
내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믿는다는 친구도 생기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영광을 누리며 사는
행운의 천사가 되기도 하였다.
아버지가 나를 부르면서
이리 나와 봐라 하시는 날에 있었던 추억이
오늘날 아버지의 아름다운 가을 별자리가 되어
아버지를 더 좋아하는 내가 되어 가고 있다.
5일장이 서는 날 가을 새벽에 나는
더 많은 새벽이슬을 털어내며 아버지 뒤를 따라서 수풀속을 걸어갔다.
밭가에 심어져 있는 감나무를 향하여
망이 달린 장대와 창이 꽂힌 긴 장대를 들고 가시는
아버지의 지게에는 큰 대야와 지푸라기기로 엮어 만든 망태가 올려져 있었다.
집에서 가장 먼곳에 있는 감나무까지 아버지와 나는
새벽녁의 고요한 침묵을 지키면서 걸어갔다.
아버지와 내가 풀을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와
사각사각 마른풀 밟은 발자국 소리를
가을날의 영상곡처럼 들으면서...
우리 감나무 중에서 가장 큰 감나무는
아무나 올라갈 수 없도록 참 묘하게 생겼는데
아버지는 맨발로 잘 올라 가셨다.
발뒤꿈치를 들어도 내 손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부터
나무가지가 뻗어간 심술꾸러기 나무였다.
감나무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마다
나는 그 감나무를 손바닥으로 탁탁 치기도 하였다.
아버지가 지푸라기로 만든 망태를 유치원생처럼 옆으로 메고
나무에 올라 자리를 잡으시면 난 장대를 아버지께 올려 드렸다.
주홍빛으로 익은 감을 향해 장대를 대면 망속으로 들어오는 감...
망속에 감이 3-4개가 차면 아버지는 나를 향해 장대를 내려 주셨고
나는 망속에 있는 감을 꺼내 조심조심 큰 대야에 옮겨 담았고
내가 감을 모두 옮겨 담은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아버지는 긴 장대를 감나무를 향해 끌어 올리셨다.
나는 대야에 담겨 있는 감 중에서 가장 예쁘게 생긴 감을 먹기도 하였다.
달콤하고 시원한 그 맛은 천국의 음식이었다.
새벽이슬이 묻어 있는 감...
물로 씻지 않아도 깨끗하고 예뻤던 감...
그 감 맛은 아버지의 마음이었으리라.
아버지가 주홍빛으로 단단하게 생긴 감을
창이 달린 장대로 따서 망태에 채워 내려 주실 때까지
나는 홍시감을 먹으면서
감나무 아래에 있는 들깨꽃 향기을 맡으며 들깨잎을 따서
내가 먹고 있는 감을 포장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감나무 주변에 있는 가을꽃과 가을풀빛에 내 눈을 맞추며 꽃을 꺾었고
점박이가 되어 있는 풀잎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으면
붉게 물든 감나무 잎이 야호하면서 떨어지고...
감나무 아래에 쌓여 있는 감잎을 주워서
큰 것과 작은 것,
벌레먹은 것과 예쁜 것과 귀여운 것 등으로
분류하여 놀고 있으면
나의 아버지는 감나무 위에서 내 이름을 부르셨다.
톡톡아~
하늘나라 천사같은 아버지의 부름소리를 듣고
노는 것을 멈추고 일어나 보면
감을 채운 망태는 가을 하늘 보석을 담아 내려온 보석가방이 되어
아버지의 지게 근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감을 꺼내서 지게에 옮기고
망태를 올려 줄 때까지 아버지는 묵묵히 기다려 주셨다.
하늘과 구름 가까이서 살게 되었을 때 난 알았다.
감나무 위에서 감을 따던 아버지 모습이
바로 나의 아버지 가을 별자리라는 것을...
감나무 아래에서 놀고 있는 소녀와 아버지의 가을 별자리 모습은
내 추억속의 가을풍경화라는 것을...
난 이 풍경화를 생각하며
화가가 되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후회하였다.
내가 화가가 되었다면
나의 아버지 가을 별자리를 멋지게 그려서
예술의 전당에 걸어 놓고 아버지의 가을 별자리를 빛내 줄텐데...
아버지와 감나무가 보고 싶다.
2002년 9월 25일 수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바로사 운영자로 있는 제 동생이 가장 잘 썼다고 하는 글이예요.
^^바쁘실텐데 죄송합니다.
감상---윗글은 마음에 정감어린 운율을 담고 있어서
더 이상 손보기가 어려운 나름의 운율을 갖고 있읍니다.
손끝으로 글들이 옮겨질때 이미 자연과 동화된 나와 아버지가 담겨 있읍니다.
자연의 풍경이 보이고
삶의 정감이 담기고 그것이 나름의 운율을 만들고..이미 빛이 되어 있다고 봅니다.
꼭 이런 글이 나오리라고 보장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읍니다.
좋은 글 잘 보았읍니다.
다만 아무리 작아도 중복은 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중간에서 아버지라는 표현을 하나 지웠으며
(단조로운 나열을 피하고 운율을 자연스레 배여나게 하기 위해서는 )
글을 쓰기전,쓰는과정에서,다 쓰고나서 초고를 편집하고 퇴고에 이르기까지 그 감상과 정서를 동일하게 유지함이 좋다 봅니다.
이것을 습관화하기 위해서는 200자 원고지에 글을 써보면 이 운율은 자동으로 익혀집니다만 요즘은 인터넷 매체를 이용하다보니 많이 잊혀진 것이지요.
시와 산문은 편집방법을 달리 하는데
시는 한 느낌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아 열을 바꿔주고
행을 바꿀때는 사고의 단락이 달라질 때지요.
그러나 산문은 정서의 변화 행동의 변화로 보니까 나눔이 좀 적어지고요.^*^
전문적 작가의 경우 글은 완성했다해도 곧바로 올리는 일은 드문데..
보통 초고에서 퇴고까지는 짧은 글의 경우 약 3일~15일(장편은 일년도 걸립니다만)
이렇게 조금은 다듬어져 글이 올라오지요.
편집과정에서 한줄씩 띄어낸 원문을 조금 붙여보았읍니다.
이렇게 하면 보는 분들이 조금은 어지럽게 공백을 훑고 지나가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글의 내용에만 집중하게 되지요.
그리고 띄어씌기를 하는 곳들은 화자의 입장이 행동에서 상념으로 바뀌는 곳,너무 숨가쁘게 읽혀 나가는 곳,강조할 부분,은은하게 하나의 목소리로 구분할 부분을 독립시켜 봤읍니다.
물론 이 방법이 100%의 정답은 아닙니다만(편집자의 의향이 다 다를 수 있으므로^*^)
윗글들은 산문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글이랍니다.
앞으로도 좋은글을 기대하며 ...건필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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