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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를 기다리며...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2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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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야,
산국화 마음이 아침햇살과 더불어 붕붕거리며 설레인다.
아우가 봄바람과 함께 우리 집에 찾아 올 첫 번째 손님이기 때문이다.
산국화 마음에 먹장 구름 다가오면
산뜻한 말과 귀여운 웃음으로 용기를 주었던 아우,
산국화는 아우를 사랑한다.
무채색 나라의 가장 큰 궁전만큼 아우를 사랑한다.
아우가 오면 김치를 담아 주고 싶은데
봄동을 사다 놓고 2주일동안 손보지 못하였다.
봉사와 독서와 아이들 공부를 핑계로 집안일은 언제나 뒷전이다.
내 몸이 피곤한 날은 모든 것을 접고
집이나 반짝거리게 청소하며 예쁜 화분을 사다가 허전하게 보이는 자리에 놓고
집이나 잘 가꾸는 여자로 살고 싶은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이렇게 보내는 시간에 어떤 의미도 발견하지 못하고
금방 싫증 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집없는 강아지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아우야,
잘 익은 배추김치와 오징어 쫑쫑 썰어 부침개를 해 주려고
어제 시장에 다녀 왔다.
팔과 어깨가 뻐근하다.
호박과 버섯도 사야했는데
산국화의 단골가게 아저씨가 오지 않아서 사지 않았다.
금요일마다 오시는 반찬가게 아저씨로부터 고추잎 장아찌도 사며
두 개로 똑같이 포장해 달라고 하였다.
^^왜요?
^^내일 제 동생이 오면 주려고요.
아저씨는 웃으시며 듬뿍듬뿍 더 담아 주셨다.
^^저는 시골출신이라 시골 음식을 무척 좋아해요.
^^네에
아저씨는 된장으로 양념한 고추도 담으셨다.
손님은 나밖에 없었는데...
고추잎 장아찌를 포장한 봉지에 된장으로 양념한 고추를 넣어 주시며
^^이것은 동생 주지 말고 밥상에 올려 놓고 한끼만 맛있게 드세요.
하였다.
세상에... 시장에서 내가 만난 사람중에 가장 마음씨 좋은 아저씨였다.
금요일마다 시장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ㅎㅎㅎ...산국화가 봄바람같은 요정으로 시장을 찾아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마음씨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산국화도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이다.
아우야,
아우가 산국화 집에 오면 칼국수를 끓여 주려고 한다.
아우를 비롯하여 모두가 면을 좋아하기에...
산국화는 칼국수 끓이는 솜씨가 좋다고 한다.
멸치국물에 버섯과 애호박을 넣고 끓이는데
산국화가 끓인 칼국수를 먹은 사람들은 모두가 후루룩 냠냠꿀꺽이었다.
아우가 오면 반찬은 익은 김치와 고추잎 장아찌만 내 놓을 것이다.
아우가 오기 전에 봄동을 담그면 넙적한 하얀접시에
고소한 통깨 솔솔 뿌려 푸른 봄빛으로 소복히 올려 줄 것이다.
칼국수가 올라간 식탁 한가운데에는 배추김치와 오징어가 들어간
부침개도 익혀서 내놓을 것이다.
후식으로는 난꽃이 피어있는 대형접시에
주홍빛 레몬을 둥글게 썰어서 접시 한가운데에 놓고
하얀 배를 꽃잎처럼 레몬 주변을 돌아가며 동그랗게 장식하려 한다.
과일로 만들어진 향긋한 꽃쟁반이 되겠지...
신선마을의 구절초같은 꽃쟁반이 되겠지...
아우를 만나며 산국화는 오늘 하루를 유쾌하게 보내겠지...
아우를 기다리며...
2005년 2월 26일 토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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