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각인형의 사랑 | 문학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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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각인형의 사랑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297

내가 직녀의 성에 피어있는 꽃이라면 그대는 견우의 성에서 날아다니는 나비이겠지. 너무도 먼 거리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 갈 수 밖에 없는 시간이 아주 가끔은 나를 우울하게 하지. 나를 만족하는 삶이 만들어져도 넘치는 행복을 감당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조용해지는 시간이 찾아오면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마음의 빈터가 구름 바다 위의 광야처럼 펼쳐지지. 내 마음의 광야에 그 무엇을 채운다해도 우주만큼이나 넓은 마음에는 늘 빈자리가 있어서 내가 모르는 그리움의 싹이 돋아나고 그 싹이 자라나서 꽃이 피면 나는 또 어딘가로 날아가고 싶은 상상의 세계 파랑새가 되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햇님 반짝하는 날에도 목적을 알 수 없는 비행을 하다가 내 마음에 드는 쉼터를 발견했을 때 내가 알았던 내 마음의 벗 그대를 생각하며 고독하게 보내야 하는 그 시간의 터널을 터벅터벅 걸어갈 때처럼 처연한 모습이 또 어디에 있을까? 이른 아침에 날아 온 방앗간의 참새처럼 조잘거리며 어색한 정막을 깨뜨리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데... 나와 그대는 공예가의 아름다운 손끝에서 만들어진 목각인형처럼 말 한마디 못하는 침묵으로 내 자리 지키는 일만 잘 하지. 안타까운 서로의 마음을 보여 주지도 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웃을 줄도 모르고 보여오는만큼만 바라보다가 어둠에 묻혀가면서도 밝은 세상 밖으로 옮겨가는 꿈도 못 꾸지. 나와 그대 같은 사이를 목각인형의 사랑이라고 말하겠지. 다음 세상에서나 이루어질 사랑을 믿으며 현재의 시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 2005년 1월 18일 화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