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Home > 커뮤니티 > 문학게시판 |
|
 |
|
|
|
| 하나, 둘, 셋...착점!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271 |
|
|
스산한 바람이 온누리에 번져가는
초저녁 겨울밤에 님이 말했다.
내가 단이 되면 오로바둑 애인 삼겠다고...
애인?
애인?
요즈음 애인없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다는데...
이그...이상한 사람으로 살아가야지 별 수 있나.
애인보다 더한 마누라를 삼는다 해도 단이 되는 일은
나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바둑나라 미련탱이 고수왕관을 영원히 쓰고 살아야 하는
나를 알기에...
단이 되어 보겠다는 생각은 절대로 할 수가 없다.
무슨 재주로 내가 어떻게 단까지 갈 수 있단 말인가?
단이 될만큼 바둑에 재주있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게시판을 모르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바둑나라와 맺은 아름다운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현재 나의 이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둑사랑을 알려 준 사부의 영향으로 바둑을 끊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지만...
바둑...바둑...바둑이란?
선녀들의 세상 보석상자 열어보기 놀이도 아니고,
새로운 별의 탄생을 노래하는 일도 아니고,
피고지는 꽃들의 희망가도 아니고...
외계인이 지구인에게 알려 준 놀이가 바로 바둑 아니던가?
나처럼 단순하고 숫자개념이 얄팍한 사람은
높은 기력을 절대로 유지하지 못하도록 우주마법을 걸어 놓았고
바둑을 두면 둘 수록 보이지 않는 흑백사랑에 빠져
오묘한 세상 하나 간직하고 살아가는 흑백마법의 성에서
임금과 여왕과 시녀와 기사와 꽃과 나비 등 모두가
나 자신이 되게 하였으니...
오로지 나 자신에 의해 흥망성쇄가 좌우되는
묘한 바둑나라 흑백마법의 성.
단이 못되더라도 현재 나의 급수에서 10급정도만 올라도 좋을텐데...
아니면 12달과 같은 기력만 유지하여도
내 마음은 함박꽃일텐데...
꿈속에서도 안보이는 나의 희망급수.
아, 복잡하고 어지럽다.
나의 바둑이 거미줄에 방울방울 붙잡혀 있는 물방울이라면
햇님왕자 오기전에 그 이슬 거두어 희망급수 향해 달려 볼텐데...
한 급수 더 올라가는 해답이 멀리서만
가물가물 보일 듯하다가 사라지며 메롱하는 나의 바둑.
한 급수 오르려다가 두세 급수 미끄러지며 올레리꼴레리하는 나의 바둑.
지금까지는 옹고집 마음으로 바둑판 바라보며 바둑알을
하늘이 우박 떨어뜨리듯이 놓았지만
이제는 정말로 천천히 두어야지.
하나, 둘, 셋...착점!
2005년 1월 15일 토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
|
|
|
|
|
.png){kind=logo}
이전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