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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소라뭉치
글쓴이 파수꾼3 조회 275

삶, 소라뭉치 차옥혜 최대 풍속 21km, 폭풍주의보가 내려진 초겨울 날 오십사 세 제주도 잠녀 고옥녀 씨는 소라 따러 물질에 나섰다가 실종되었다. 해양경찰은 신고를 받았지만 경비정을 띄우지 못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를 뒤지던 마을 사람들은 밤 열한시 삼십분경 포기하고 뱃머리를 돌리려다 육지 쪽 불빛을 보며 해안으로 헤엄쳐 나오는 고옥녀 씨를 발견했다. 그의 품엔 8시간이나 파도에 떠밀려 죽음의 언저리를 떠돌면서도 끝내 놓지 않은 낮에 채취한 3kg 가량의 소라가 안겨 있었다. 배가 고파 세 마리는 까먹었다는 소라뭉치가. ---차옥혜, 아름다은 독, 민음사(2001, 8, 6. 1판 3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