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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의 사랑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3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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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어디까지가 하수인지 난 모른다.
내가 말하는 하수는 언제나 나 자신이다.
고수 위에 고수가 또 있고 하수 아래에 하수가 다시 있으니
고수와 하수의 자리를 어디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찌보면 하수처럼 고수도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고수가 되는 일도 정말로 어렵지만
하수의 자리를 지키며 바둑세상에 있는 일도 참 어렵다.
많은 인내와 끈기와 사랑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자리라는 것을 말하려 하니
내 마음의 얇은 종이꽃밭이 소낙비속에서 녹아버리고
하수의 마음은 유가 될 수 없는 무라는 생각이 찾아온다.
상상속의 말로만 만들어 온 바둑사랑이 정말로 사랑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바둑책 한권도 읽지 못하는 흑백문자 문맹인인데
어떻게 바둑이 재미있으며 바둑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었는지
나 자신이 거짓말 박사라는 생각이 든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한국문학책 한권도 읽지 않고
한국문학을 좋아하며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상상속의 바둑사랑을 늘 꿈꾸면서 즐거워 했고
꿈속의 내 사랑을 찾아서 바둑알 톡톡하는 시간을 흑백나라 여행이라 생각했는데...
나이 한살을 더 먹어가는 갈림길에 서 있다 보니
잡념 하나 더 늘고 나를 향한 나 자신의 메세지가 무겁게만 느껴진다.
우주의 끝을 모르듯이 사람 마음의 끝을 아무도 모른다.
천차만별의 크기와 빛으로 수 없이 태어났다가 사라지는 하늘의 별처럼
우리 마음에도 천차만별의 크기와 빛으로 피고지는 사랑이 있는데...
별과 사랑과 나, 그리고, 우리.
아름다운 듯하면서도 어긋나는 어둠이 있고
조화로운 듯하면서도 풀 수 없는 실타래가 있고
향기로운 듯하면서도 달아나게 하는 마력이 있고
좋은 듯하면서도 경계의 선이 만들어지고
쉽게 접근하여 가까워질 듯하면서도 일정한 거리 밖에서 보아야 하고...
별을 잡을 수 없듯이 사랑도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둑사랑, 꽃사랑, 별사랑, 하늘사랑, 님사랑 등 어떤 사랑일지라도...
사랑은 애절한 그리움이며 그림자이며 마음속 마법상자이다.
물을 그 무엇으로도 포장할 수 없듯이 사랑 또한 그 무엇으로도 포장할 수 없다.
물이 거짓말을 못하듯이 사랑도 거짓말을 못한다.
물은 땅속에서
사랑은 마음속에서
흘러가는 별무리 은하수이다.
누가 알려 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 길은 정해져 있다.
나의 바둑도 물과 사랑의 길처럼 그 길을 알고 진실하게
내 마음의 땅에서 흘러가는 별무리 은하수였으면 좋겠다.
2004년 12월 22일 수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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