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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와 바둑아저씨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4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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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옆집 아저씨였다면,
언제나 꾸벅 절하며 지냈을거야.
바둑 잘하는 우리 옆집 아저씨 그대를 무척 대단하게 생각했을거야.
내가 알고 있는 옆집 아저씨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그대를 볼 때마다 꾸벅 절하는 나 여섯살 아이처럼 무척 기분 좋았을거야.
우리가 살고있는 집 복도나 계단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면
내가 먼저 아저씨, 꾸벅~ 하며 활짝 웃었을거야.
나의 인사가 무안하지 않도록
오호, 너로구나 했을 그대이니까.
나의 인사를 받아주는 그대에게 윙크하며
보조개가 들어가는 웃음을 살짝 보이면서
그대 얼굴을 올려다 보았을거야.
이그, 이그...하면서 나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잘가~ 안녕~ 하면서 그대는 그대의 길을 걸어 가겠지.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처럼 그대의 길을 멋지게 걸어 가겠지.
난 자랑했을거야.
바둑 잘하는 우리 옆집 아저씨 만났다고.
내가 꾸벅하니까 나를 귀엽다는 듯이
이그~, 이그~ 하다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헤어질 때에는 잘가 ~ 안녕~ 하면서
바람에 휘날리는는 나뭇잎처럼 저쪽으로 걸어 갔다고
그대를 우연히 다시 만나는 날이 될 때까지
종알종알 말하며 지냈을거야.
어느날 흑백 놀이터 벤취에 앉아 있는 그대를 발견하고
아, 아저씨~ 하며 달려 갔을거야.
눈이 동그래진 그대 깜짝 놀라 나의 목소리 들려오는 쪽으로
머리를 돌리겠지.
하늘보며 바람과 구름과 이야기하고 있는 그대를 보며
내가 먼저 아저씨, 꾸벅~ 하면
그대 옆에 앉아도 된다는 듯이
내가 앉을 자리를 내어 주겠지.
그대 옆에 앉아서 내가
아저씨, 무슨 생각하며 있었어 하고 물으면
그대는 아무 생각도 안했어 하고 대답하겠지.
나 ; 거짓말.
아저씨 ; 거짓말? 그걸 어떻게 알아.
나 ; 하늘보며 바람과 구름과 이야기 했지?
아저씨 ; 와아, 어떻게 알았지?
나 ; 내가 얼마전에 이 의자에 앉아서
하늘보며 바람과 구름과 이야기 했거든. 그래서 알아.
아저씨 ; 무슨 이야기 했는데.
나 ; 옴...비밀이야.
아저씨 ; ...
나 ; 아저씨, 햄버거 좋아해?
아저씨 ; 응
나 ; 아저씨, 햄버거는 새우버거가 가장 맛있다.
아저씨 ; 그래.
나 ; 가장 맛있는 햄버거는 롯데리아에 있다.
아저씨 ; 그렇구나.
나 ; 가장 맛있는 감자튀김도 롯데리아에 있다.
아저씨 ; 으음...
나 ; 가장 맛있는 치킨은 케이에프시에 있다.
아저씨 ; ...맛을 잘 아네.
나 ; (흐뭇하여)헤헤^^
아저씨 ; (맹랑하며 깜찍하다는 듯이)히히^^
웃다가 일어나겠지.
나도 그대를 따라서 일어나고.
그대는 아주 천천히 걸어 가겠지.
나는 보통 걸음으로 걸어가고.
오로사거리 롯데리아 문앞까지 온 그대.
가던 걸음 멈추고.
내 손을 잡고 롯데리아 문을 열고 들어 가겠지.
카운터쪽으로 가서 빨강유니폼 미스진 언니에게
새우버거 두 개, 감자튀김 두 개, 콜라 두 개를 달라고 주문하겠지.
세계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처칠 수상보다도 더 영웅다운 모습으로
손가락 두 개를 세워 승리의 브이자를 만들며
빨리 먹고 싶어하는 음성으로 말할 때
구수하고 담백한 새우버거가 샬샬 나의 입안에서 녹는 듯한
표정으로 미스진 언니를 나는 바라보겠지.
잠시후에
전망 좋은 조용한 자리를 찾아서 앉고
발을 동동 구르며 흔들다가
나는 헤헤^^ 그대는 히히^^ 웃으며
새우버거와 감자튀김과 콜라를 기다리겠지.
마치 다 이긴 바둑판 위의 바둑알을 바라보며
기쁘고 즐거운 평화가 마음 가득히 흘러 가듯이
기다리겠지.
2004년 12월 21일 화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바둑 잘하는 벗 지존 바둑을 어제 재미있게 관전한
바둑관전기였습니다.
^^이렇게 써도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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