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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대학 교수님, 안녕하세유?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4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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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로 성공신화를 일으킨 컴퓨터 황제 빌게이츠를
오늘날 있게 만든 것은 마을도서관이었다고 한다.
빌게이츠가 이용했던 마을도서관 규모가 어느 정도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봉사하며 이용하고 있는 마을도서관과 비슷하리라 생각하며
나의 현실 생활 일부분을 적어 볼까 한다.
현실 생활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마음이 무겁다.
상상하여 그려지는 글만 써 온 탓에 그러하리라.
내가 마을도서관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1년 9월이었다.
그 이전에는 책만 빌려다 보는 회원이었는데
어느 날 내가 반납한 책이 반납처리가 잘 되지 않아서
그 책이 분실로 처리되어 전화가 왔다.
내가 반납할 당시 근무자가 누구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하지 않고
그 책이 어디쯤에 꽂혀 있으리라 예상하고
나는 마을도서관을 방문하여 그 책을 찾아 주었다.
그런데 이 시간에 근무하시는 분이 도서관 고문님이셨다.
마을도서관에서 고문직책은 가장 높은 어른의 자리라는 것을 후에 알게 된다.
내가 책을 찾아서 드리니 고문님은 미안해 하며
나보고 여기에서 봉사해 보겠느냐고 물어 오셨다.
난 너무나 반가운 제안이어서 망설임없이 수락하였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1주일에 2-3회 정도 봉사를 하고 있다.
나와 적성이 맞아서 너무나 재미있다.
마을도서관 봉사만 하는게 아니다.
마을도서관과 연결된 외부봉사도 한다.
노인잔치라든가 길거리 청소 각종 캠페인 구에서 실시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여
주민으로서 활기차게 살아간다.
마을도서관 봉사는 무료봉사여도 항상 즐겁다.
마을도서관과 더불어 청소년독서실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기에
독서실로부터 약간의 봉사료가 나오기도 한다.
15명이 봉사를 하는데 봉사료에서 10%을 매달 적립하였다가 결손가정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으며
11월 봉사료 전액은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사용하자고
15명 회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하여 봉사료 전액을 반납하기도 하였다.
(봉사회원 중에 어느 분은 공산당 모임이라고 말했다.)
15명의 회원중에는 고문, 회장, 부회장, 감사, 총무, 도서위원 등 임원이 있다.
여자들 15명이 모인 단체여서 때로는 말도 많고 수선스러울 때도 있다.
나만빼고 모두들 어찌나 똑똑하고 말을 잘하는지 국회의원감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15명의 회원중에는 연극무대에 섰다면 대스타가 될뻔했던 언니가 있다.
노래와 춤은 모이는 자리마다 금메달감이고
연기 또한 어찌나 잘하는지 언니 주변은 언제나 웃음바다이다.
한동안은 미용학원에 다닌다며 바쁘기도 하였는데
미용학원이라는 호칭대신 헤어샵공부하러 학교에 가야한다고 말하여
나는 정말로 언니가 대학에 다니는 줄 알고,
온니~잉, 오디 대학에 다니는데유?
어머머, 얘, 톡톡아, 너 아직도 몰랐니?
뭘요? 온니~
내가 대학다니는 것을~
넴, 몰랐어유. 온니.
어머머, 얘는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나 있잖아~ 진작부터 학교에 다니며 공부했어.
무슨 공부인디유?
어머머, 얘가 지금 무슨 말 하는거야?(머리를 쓸어 올리며)
온니, 무슨 공부하냐니께?
어머머, 얘가 점점 더 웃긴다아.
온니, 나는 웃길 줄 몰라유.
온니, 그러지 말고 말 좀 해봐유.
무슨 대학이냐고유?
온니는 배꼽 빠지게 웃으면서 사무실 한바퀴 돌고...
온니, 왜 그래, 왜 그렇게 웃는거유?
톡톡아, 있잖아~, 나아앙, 사실은 미용학원에 다녀.
아~, 네에.
내가 미용실 차리면 다른 미용실 가면 안된다.
온니, 그야 당근이쥐.
온니, 참 대단해.
대단하긴 누구나 할 수 있어.
그런데 언니는 미용실을 차리지 못했고 중도하차 했다.
아저씨 하시는 일이 부도을 맞는 바람에 그랬다고 한다.
한달에 한번씩 마을 도서관 월례회가 있다.
이 날은 전 회원이 모이는 자리이다.
다들 예쁘게 하고 나온다.
나는 평소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온다.
멋내는 뇨자하고는 거리가 멀다.
드라이도 할 줄 모르고 옷도 대충 입는다.
헤어스타일과 옷의 유행을 모른다.
빗으로 쓱쓱 빗어서 한갈래로 묶으면 나의 머리 손질은 끝이다.
옷은 청바지 또는 검정바지, 꽃무늬 치마, 빌로드가 레이스처럼 들어간 롱스커트
이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 입고 티셔츠 또는 남방 하나 입으면 땡이다.
사계절 스웨터가 하나 있는데 진한 연두색이다.
15년 전에 명동에서 3000원 주고 샀는데 새로 구입한 옷처럼 아직도 멀쩡하다.
유명한 서울거리 출신의 옷 명예를 단단히 지키고 있는 좋은 옷이다.
그런데 내가 이옷을 입고 나가면 연변옷이라 하고
완전히 북한냄새가 난다고 한다.
난 충청도 사투리를 잘 쓴다.
서울 표준말 사용을 못한다.
산속에 있다가 톡 튀어나와 세상물정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카드사용할 줄도 모른다.
핸드폰도 사용할 줄 모른다.
그래서 내 별명이 연변아가씨였다.
한동안 연변아가씨 하면 톡톡녀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는데
어느날 새마을지도자증을 만든다고 인적사항을 적어서 내야할 일이 생겼었다.
자신의 이력에 대한 경력을 적는 공간에 최종학교, 전 직업과 직장, 수상경력 등을 적어야 했다.
내가 적어서 제출한 대수롭지 않은 나의 경력을 높이 사주어 언니는 이때부터 나를 북경대학생으로 불렀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북경대학생으로 불렀다.
연변아가씨에서 북경대학생으로 별명이 바뀐 것이다.
나는 좋다 싫다 아무 말안하고
북경대학생 하고 부르면 당연하다는듯이 네 하고 대답만 했다.
우리는 3개월에 한번씩 신간도서를 구입하러
상봉터미널에 있는 송인서적에 간다.
나는 도서위원이어서 항상 간다.
신간도서를 구입하러 가는 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기도 하다.
서점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어느 자리에 서 있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위치가 지하여서 공기도 나쁘다.
오전 10쯤에 출발하여 11시 쯤에 송인서적에 도착한 우리는
책을 골라서 바구니에 담고
바구니에 담긴 책을 선별하여 최종 결정을 하고
계산을 하고 나오면 4시~5시가 된다.
우리의 즐거운 식사 시간이 시작된다.
도서총무는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무엇이나 먹으라고 하지만
먹고싶은 생각은 별로 없고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도 막상 음식이 나오면 얼마나 맛있는지 꿀단지속에 빠진
개미처럼 야금야금 맛있게 잘 먹는다.
그런데 지난 9월 말에 지금까지 한번도 도서구입하러 간적이 없었던 언니가
갑자기 승용차를 대절하여 도서구입하러 함께 가자고 하였다.
갑자기 간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내가 좋아하는 언니여서
너무나 즐거웠다.
처음으로 도서구입하는데 참여한 언니...
이책 저책 집어주는 것마다 이미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책이다.
야, 톡톡아, 이 책 어떠니?
온니, 그 책 무척 좋은 책인데, 우리 도서관에 있어유.
그으래.
잠시후에 책을 한아름 안고 나와서
얘, 톡톡아, 이 책은 우리 도서관에 없는것 같아서...
이런 책도 있어야 해.
온니, 그 책도 있어유.
으음, 그래.
잠시 후에 다리가 아픈지 절룩거리며 책을 한권 들고 와서는
톡톡아, 이것 좀 봐라.
책 제목이 너무 재미있다.
아이들이 참 좋아하겠다.
책 제목이 똥봉투 들고 학교 가는 날이다.
온니. 그 책은 지난번에 샀어유.
책을 고른 보람도 없이 고생하는 언니.
오후 3시쯤 되었다.
빨리 빨리 아무것이나 대충 사라고 말하는 언니.
빨리 빨리 아무것이나 대충 살 수 없는 우리들.
내가 읽고 싶었던 책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가 눈에 띄어
반가운 책아 너를 이제야 만났구나.
내가 너를 읽어 주마 하며 바구니에 담았는데
도서총무가 책값이 너무 비싸고 아무나 볼 수 있는 책이 아니라며
구입목록에서 제외시키려는 눈치를 보여 준다.
내 속마음이야 조금 서운하지만 총무의 권한이니
총무의 생각을 존중해주며
정말로 어려운 책이네요.
그 책 빼야겠네요.
라고 말하며 그 책을 내 손으로 퇴장시키고...
우리는 이날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로 와서 6시쯤에 밥을 먹었는데...
언니가 말했다.
야, 야, 너희들 가장 비싼것으로 먹어!
비싼 것 먹었다고 말하는 인간 있으면 나에게 보내!
내가 구의원, 시의원,구청장님 만나서 해결 해 줄께.
아무 걱정말고 많이 먹어.
나는 언니가 어깨에 힘주고 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며 엄살을 부리면서
온니잉, 우리는 지금까지 삼각김밥하고 키피를 먹으며 일했어유~
그래도 참 맛있어지유.
총무는 맞아ㅡ 맞아 하며 맞장구 치고...
오마나, 세상에...그러면 안되지잉.
온니 덕분에 좋은 음식 처음 먹어 봐유.
이런!... 이런!
앞으로는 그러지 마.
이제부터는 식사비 신경쓰지 말고 가장 좋은 음식만 먹는다.
이것은 나의 원칙이야 라고 말하는 언니.
알았어유.
이제는 온니 빽 믿고 가장 좋은 음식만 먹을게유.
밥을 다 먹고 난 언니가 나를 보며
북경대학교수니~~~님 하고 부르며 절을 하더니
의자를 붙이며 앉으라 하였다.
나는 얼른 일어나서 언니를 보며
하버드대학 교수니~~~님 하고 넙죽 절 한 후에
네엠, 알았어유~ 하였다.
우리의 주변은 깔깔마녀들의 모임장소가 되어
한바탕 폭소 잔치가 벌어졌다.^^
언니가 2004년 12월 16일에 회장이 되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마을도서관을 이끌어갈지 기대된다.
재미도 있지만 무서운 언니인데...
2004년 12월 18일 토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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