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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자요 내 사랑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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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흑 그대가 백이 된 바둑판에
알록달록한 보슬비가 내렸다면
꽃무늬 가득한 우산을 쓰고 나 혼자서 걸었을거야.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목적이 무엇인지 몰라도
낭만적인 꽃길 산책이라 여기며 난 걸었을거야.
걸어가면서 내가 만났던 바둑별 왕자를 생각했을거야.
잘자요 내 사랑이란 말을 해 준 바둑별 왕자를
보슬비 먹고 푸르게 푸르게 빛나는 풀잎 야생초 요정되어
바둑별 그대만을 생각했을거야.
이 세상에 눈을 뜬 후 처음으로 들어 본 말.
잘자요 내 사랑, 잘자요 내사랑...
이미 패석이 되어버린 바둑돌에게 들려 준 말.
잘자요 내 사랑이라는 말을 들었던 날
나는, 내가 아닌 내가 되어 지냈어.
몇날 몇일동안 낮과 밤을 구별 못하고 지내왔어.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들면 꿈속에서 잘자요 내 사랑 우주선을 타고
극지방의 하늘빛 왕국 오로라 공주되어 흑백나라를 여행하기도 했어.
그대가 아니라면 누가 잘자요 내 사랑이란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대처럼 이렇게 멋진 말을 못하는데...
재미없는 나를 돌아보니 우울해지려 해.
흑과 백의 멋쟁이가 되고 싶고
재치있게 반짝이는 향기로운 말도 잘하고 싶고
유연한 솜씨로 아름다운 감동을 주는 님이 되고 싶은데...
이 모두가 나와는 거리가 먼 꿈속의 꿈 이야기야.
내가 좋아하는 하늘과 별과 바람과 구름과 꽃과 풀과 나무들...
이 속에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나의 지존 그대 있음이
내 상상의 나라 큰 영광이야.
하얀 날개옷 입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며 빛나는 별모양 헤어벤드 쓰고
달콤한 별사탕같은 요술봉 손에 들고
아침햇살 받으며 더 맑게 웃음짓는 이슬꽃과 같은 모습이
내 마음속 천사였어.
그런데 좋은 생각과 좋은 마음을 가지게 해 주는 그대를 알고 나서
내 마음속 천사가 바로 그대라는 것을 알았어.
나만의 착각일까?
아니면 특별한 별 하나가 나에게 준 선물일까?
나도 그대에게 좋은 생각과 좋은 마음을 가지게 해 주는
그대의 천사였으면 좋겠어.
안되겠지. 안되겠지.
내 상상의 나라 벼랑끝에 서서 살아가는 내가
어떻게 그대의 천사가 될 수 있겠어.
흑과 백 한판승부의 종착역에 도착하여
의미없는 바둑알 살짝 내려 놓으려 하는
한평생 왕초보의 부질없는 희망사항 꿈처럼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접어야겠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꿈 하나를 접는 것도
당당하고 떳떳한 한판승부의 마지막 관문 불계와 같은 것이겠지.
당당하고 떳떳한 불계가 경우에 따라서는
큰 아픔도 작은 아픔으로 갈무리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대로 인하여 언젠가는 아름다운 흑백 승부사
잘자요 내 사랑과 같은 바둑을 이해해 날이 왔으면 좋겠는데...
2004년 12월 13일 월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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