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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존님의 바둑 관전기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4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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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에서 내가 흑 그대가 백이라면
한사람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작은 산길을 걸었으면 좋겠어.
그대가 산골나그네처럼 타박타박 걸어간다면
나는 산골아낙처럼 터벅터벅 걸어갈거야.
그대는 급하게 걸어가지 않겠지.
산골아낙이 뒤를 따르고 있으니까...
종종 뒤돌아보며 웃어주지 않아도
그대 마음속에는 하얀백합꽃과 같은 내가 들어 있겠지.
그대 뒤를 따라가는 내 마음속에는 그대 닮은
하늘과 별과 구름이 들어 있어서 나를 숲속선녀로 만들어 주겠지.
오늘같은 외출을 손꼽아 기다려 온 것처럼
그대 발자국만 따라서 열심히 걸아가는 나, 무척 행복할거야.
그대와 나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파다닥 날개짓하는 새가 보이면
나를 한번쯤은 뒤돌아 보아 주겠지.
그대가 나를 보고 있을 때 쯤이면 산골짜기의 하얀백합꽃같은 내가
산바람에 나폴거리는 숲속선녀의 날개옷을 입고 따라 왔다는 것을 알게 될거야.
그대는 나무와 나무 사이로 보여오는 하늘보며 말하겠지.
하늘이여, 우리의 동행을 감사하여이다.
마치 바둑판에서 흑과 백이 기분좋게 무승부로 끝나 정말로 다행인 것처럼 말하겠지.
그대의 마음을 알리없는 난 이 때 무슨 생각을 할까?
하수가 고수의 바둑행렬을 전혀 알 수 없듯이
난 아마 그대의 말을 이해 못하고 틀림없이 엉뚱한 생각을 할거야.
하지만 어젯밤에 책 읽으며 깊은 감명받은 그 순간이
내 마음에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그대와 내가 걷고 있는 산길에 가을빛으로 수 놓을거야.
그대 뒤를 따르는 산골아낙도 좋지만
나는 이슬꽃이 되고 싶다고.
가장 상큼한 시간에 샛별보며 가장 영롱한 꽃으로 피어났다가
아침햇살보며 미련없이 깔끔하게 사라지는 이슬꽃이 되고 싶다고.
깊은 잠에 빠져 계절 단장 곱게 하지 못하고
퇴퇴하게 말라버린 마지막 잎새를 어느 가을날
그대와 내가 걸었던 산길에서 보았다면
이슬꽃이 되고 싶어했던 나를 닮은 낙엽이라고 보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대가 이렇게만 해 준다면
한낮에 이슬꽃으로 피어나지 못함을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그대와 함께 걸었던
그 길을 그리워할거야.
후에 내가 흑백선녀되어 하늘궁전에 살아도
그대와 함께 걸었던 산길을 정말로 많이 그리워할거야.
하늘궁전 흑백선녀되어 추억의 길이 생각나는 날이면
나는 구름꽃 방석에 앉아 있겠지.
불어온 바람 한자락은 나를 별이 되게 하여
하늘꽃밭으로 올려 주겠지.
오로지 지존의 한사람으로 나에게 잘해 주었던
그대도 이때쯤이면 하늘왕자 별이 되어 있겠지.
2004년 12월 9일 목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내가 지존이라 불렀던 님의 바둑 관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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