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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
| 글쓴이 ⊙배추 조회 4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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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과 산으로 둘러 쌓인 내 고향은 나무와 하늘만이 보이는 산골짜기 끝동네였다.
>
> 햇볕 잘 들어오는 산마루와 언덕 비탈진 밭에 콩, 도라지, 옥수수, 고구마 등을 심어 먹었다.
>
> 나의 집 마루에 앉아서 살구나무 담장 밖을 내다보면
>
> 앞산꼭대기의 키 큰 소나무 몇그루가 보였는데
>
> 그 장면은 하늘보며 이야기하는 소나무의 정겨운 모습이었다.
>
> 그래서 나는 하늘과 소나무 바라보는 일을 참 좋아했다.
>
> 어떤 날은 하늘나라 소나무 형제가 우리집 앞산에 놀러 왔다가
>
>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냥 살다가 하늘나라가 생각나서
>
> 떼를 쓰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
> 마을이 작다보니 비슷한 또래친구가 없었다.
>
> 사계절의 변화가 친구처럼 느껴지는 한적한 곳에서 풀벌레처럼 놀았다.
>
> 내가 언니라 부를 수 있는 선배들하고 잘 어울리지 않았다.
>
> 내성적인 성격으로 내가 그 언니들을 무척 부담스러워 하였기에
>
> 혼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
> 한여름이면 가끔 나를 언니라 부르는 동네꼬마들의 옛날 이야기꾼이 되어
>
>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깝고 큰 감나무 아래에 가마니를 깔아 놓고 놀았다.
>
> 감나무 주변은 들깨밭이었다.
>
> 우리들 키보다 훨씬 큰 들깨밭의 들깨잎을 헤치고
>
> 감나무 아래로 들어가면 완저히 정글숲이었다.
>
> 윙윙 거리는 벌들의 날개짓 소리와 고소한 들깨꽃 향기속에서
>
> 동네꼬마들에게 내가 들려 주었던 이야기는 학교도서관에서 읽었던 전래동화였다.
>
>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나쁘게 살면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
>
> 나에게는 이 글귀가 하늘에서 내려온 무지개 선녀의 말이었고
>
> 무지개 선녀의 말처럼 살아가지 않으면 큰일난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
>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는 학교 대표로 무엇인가로 뽑혀서 나갔는데
>
> 지금 알고 보니 각 학교 대표 어린이끼리 모여서 하는 독서퀴즈 대회였다.
>
> 그 때 당시 독서퀴즈 문제는 6~7문제로 큰 제목이 겨레의 발자취였다.
>
> 옛날이야기만 읽었던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
> 빈 공간을 문장으로 길게 쓰는 내용이어서 무엇인가 쓰기는 썼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
> 아마 모두 오답으로 빵점이었을 것이다...헤헤^^
>
> 요즈음의 선생님과 엄마들처럼 무슨 행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며 준비하지 않고
>
> 그냥 참가만 하였기에 빵점이 자랑스러울만큼 마음 설레이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
> 요즈음처럼 과학, 역사, 위인, 문학, 창작동화, 경제 등
>
> 다양하게 독서를 하는 주요 목적이 학교공부 잘하는 배경지식을 쌓으며
>
> 논술을 대비하는 것이었다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
> 내가 6학년때에는 우리집 마루에서 보여오는 산풍경을 물감으로 그렸는데
>
> 그때 당시 학교에서 최고의 상을 받기도 하였다.
>
> 그림에 약간 소질이 있어서 내 그림을 어딘가로 선생님께서 보내면
>
> 상장과 상품, 그리고 금뺏지를 하나씩 받기도 하였는데
>
> 나는 그 그림대회 이름을 하나도 모른다.
>
> 봄과 여름이면 산과 언덕에 피어있는 들꽃을 꺾어다가
>
> 항아리에 꽂아놓고 그림을 그렸다.
>
> 꽃병을 그릴 때에는 투박한 항아리를 그대로 그리지 않고
>
> 공주의 방에 있는 화려한 꽃병을 상상하며 그렸고
>
> 내가 그리기 어려운 꽃은 생물도감을 펼쳐 놓고 보면서 그렸다.
>
> 누가 그림을 그리라고 시켜서 한게 아니고 그림 그리며 노는 것이 재미있어서였다.
>
> 내가 만약에 미술학원 문을 구경하였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
> 난 그림그리기에서 상을 여러번 받았는데 상을 받을때마다 부모님께 아무말도 안했다.
>
> 그냥 집 아무데나 두었다.
>
> 그 이유는 동네에서 누가 상을 받았다고 하면 밥상인 줄 알았었는데
>
> 내가 직접 상을 받고나서야 상이 종이 한장이라는 것을 알고 실망하여 그랬던 것 같다.
>
> 상은 밥상이다. 밥상 학교에서 들고 오느라고 무거워서
>
> 힘들었겠다...헤헤^^...이렇게 난 생각했는데...상이 종이라니...
>
> 내가 상을 받으면 나보다 더 기뻐한 1년 선배언니가 있었다.
>
> 그때 당시 나는 그냥 언니의 이름을 불렀다.
>
> 점순아~ 점순아~ 이렇게 불렀다.
>
> 하루는 내가 그림 그리기에서 상을 받아가지고 동네입구에 들어서자
>
> 갑자기 점순이 언니가 우리 집으로 후다닥 달려가더니
>
> "톡톡이 아버지~ 톡톡이 아버지~ 톡톡이 상받았어요~" 하였다.
>
> 그런데 나의 아버지는 상에 대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
> 나 역시 아무 생각없이 집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 갔다.
>
> 내가 요즈음 아이들처럼 상장에 대해 일찍 눈을 뜨고
>
> 상장에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
> 6학년 3반으로 나의 고향 초등학교를 졸업하였는데 1년동안 나의 짝꿍은 김영애였다.
>
>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영애와 나의 이름을 부르시더니
>
> 둘이 짝꿍하여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으라고 하셨다.
>
> 영애가 눈이 나쁘니 공책정리한것도 보여 주면서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씀도 하셨다.
>
> 난 속으로 은근히 좋아했다 앞자리에 앉게 되어서...
>
> 초등학교때에는 키가 큰편이어서 주로 뒤에 앉았는데
>
> 처음으로 앞에 앉게 되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
> 영애는 시력이 나빠서 인상을 참 많이 썼다.
>
> 그런데도 난 영애에게 잘 대해 주지 못한 것 같다.
>
> 좀 더 잘 대해 주었다면 좋았을텐데...
>
> 앞자리에 막상 앉고 보니 칠판과 선생님 얼굴이 가까워서 집중이 잘 되었다.
>
> 이때부터 공부에 약간의 변화가 오기 시작했는데
>
> 뒤에서 더 가깝던 내 성적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걸어갔다.
>
> 결국에는 대학을 4년동안 장학금 받고 다녔으며
>
> 수석으로 졸업하였다...자랑같지만 사실...헤헤^^
>
> 내 친구 부순이가 머리좋아 잘한다고 하였지만 내 나름대로 노력 정말로 많이 함...
>
>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공부하다 보면 책이 방안에 가득해졌음...헤헤^^
>
> 내가 만약에 영애와 함께 짝꿍이 뒤지 않고 뒤에만 앉다가
>
> 초등학교를 졸업하였다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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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2얼 1일 수요일
> 바둑톡톡이었습니다.
저와는 전혀 반대의 길을 걸어오신 분이시군요''
저는 결국 대학도 졸업 못했고''
공부도 그리 잘해본 기억도 없으니
아마 아니 짝꿍이 누구였던
분명 톡토기님은 지금의 톡톡기님이 되어 계셨을겁니다.
행복한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셨군요''
저 또한 풍요로운 유년기만큼은 톡토기님과 닮았군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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