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지배 시리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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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지배 시리즈 4
글쓴이 원조와장창 조회 281

작은 기지배 시리즈 (4) 정월 보름에 난 하얀 연을 날리는 것이 왠지 모르게 좋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벌거벗은 나무가지에 걸린 달의 쳐들어진 꼬리에 시선을 매어 두고서 정월에 날리는 하얀 연을 마냥 좋아했습니다. 잡아두려 쫒아가면 놀리는 듯 손짓하며 달아나고 겨워 주저 앉으면 잡으라는 듯 그 달이 왠지 모르게 밉지 않아요. 그럴적엔 언제나 그 작은 기지배가 옆에서 조용한 눈망울로 내 눈하고 달하고 번갈아 바라보며 내 손을 꼬옥 잡곤 했습니다. 온 밤을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매어둔 자리가 조금씩 조금씩 밀려나는 걸 구경하다 보면 우린 으례 남쪽에서 동쪽을 보곤 하는 거예요. 늘 손을 꼬옥 잡고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으면서 말예요. 그러다 내가 매어둔 자리가 자꾸만 자꾸만 밀려나다 풀어지면 그날 저녁엔 그 작은 기지배와 같이 앉아 호도를 깨무는 거예요. 그래서 난 하얀 달을 날리기를 마냥 좋아 헀습니다. 1975.2.13 정월 대보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