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가처럼 청혼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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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가처럼 청혼가처럼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404

내가 나를 모르는데 세상을 볼 수 있는 내 마음속 뜨락이 어디에 있다고 하겠는가? 나를 모르면서 내가 어떻게 세상의 꽃과 풀과 나무들의 언어를 내 마음의 은쟁반 위에 올려 놓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일을 자세히 알고 보면 서로의 안익을 위한 삶인데... 난 누구를 위하여 살아왔다고 할 수 있을까? 나를 생각하며 보내온 시간속에서 먹어온 밥을 되돌려 줄 수 없듯이 내가 풀 없는 세상의 수수께끼는 미궁천지인데... 나를 바보 바보, 바보인형이라고 말 할 수 밖에... 회색빛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처럼 살아가야 하는 일이 여자의 삶이며 심장의 박동소리처럼 당연한 여자의 노래가 이 속에 있는데... 여자의 노래속에 숨어있는 여자의 향기를 알아주는 속깊은 벗이 나에게는 없다. 나 또한 내가 아닌 이웃집 여자의 노래속에 숨어있는 여자의 향기를 알아주는 속깊은 벗으로 살아오지 못했다. 내가 속깊은 벗을 원했듯이 이웃집 여자도 속깊은 벗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나 자신의 향기만 끌어안고 그 향기에 매료된 애환의 꽃을 얼마나 많이 피워 왔던가? 서로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애환의 꽃이 피고질 때마다 넓어지는 여자의 마음은 빈터가 되어 가는데... 이런 나를 바보 바보, 바보인형이라고 생각한다. 이웃집 여자를 비롯하여 내가 타인의 향기를 얼마만큼 알아 주었으며 나의 향기와 타인의 향기를 교류하며 보낸 시간이 정말로 있었는지?...없다. 부끄러운 웃음의 날개를 접고 여자의 노래가 다정한 연인의 사랑가처럼 청혼가처럼 영원히 하늘궁전까지 전해지도록 살아보자. 2004년 11월 2일 화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