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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영목항
글쓴이 파수꾼3 조회 400

꽃피는 영목항 박성우 저는 참 소갈딱지도 없는 년인가 봐요 영목항 뱃머리에 저만 버려 두고 떠난 무심한 당신, 그런 몹쓸 당신이 무에 그리 잊혀지지 않는 다고 오늘도 당신을 떠올리며 부두 한귀퉁이에 앉아 굴을 까고 있네 요 앉은뱅이꽃처럼 이곳에 나를 딱 하니 앉혀놓고는 곶감 받으러 가 시더니 여태껏 돌아오지 않는 당신, 십년 넘게 돌아오지 않는 걸 보 니 저승의 밥도 그런대로 먹을 만한가 보구려 아들 하나 낳은 뒤 딸 만 다섯이나 줄줄이 낳았다고 간혹 술주정도 하시던 당신, 오늘처럼 갯바람이 드세게 부는 날일수록 참 몹쓸 당신 생각이 간절해지는 건 왜일까요 이름 한 번 제대로 불러주지 않고 먼 길 떠나버린 참으로 매정한 당신! 그런 당신의 아내 장월자는 이렇듯 환갑이 넘도록 영 목항을 지키고 있네요 만선의 고깃배를 댈 리도 없고 여객선을 타고 들어올 리도 없는 당신 정신없이 굴을 까다가도 배가 들면,고개를 빼꼼히 쳐들어 쳐다보곤 하는 이놈의 버릇은 언제쯤이나 고쳐질런 지요 춥지 않으세요? 당신 핏줄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어요 큰애 두 부공장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둘째는 농사를 늘릴 거라고 하네요 당 신이 늘 마음 걸려 하셨던 넷째는 포장마차를 하는데 사위가 회도 잘 뜨고 넉살이 좋아서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아요 오늘은 모자를 두 개나 쓰고 목도리로 얼굴과 귓불을 칭칭 감고 나왓지만, 갯바람이 아닌 또 다른 뭔가가 자꾸몸속을 파고드네요 움직거린다고 해서 닳 아지지 않는 육신, 꼭 끼니 때문이 아니어도 꿀딱지를 참나무 모탕 위에 올려놓고 조새로 탕탕 내려치다 보면 하루하루가 거짓말처럼 까져나가곤 하지요 ---현대문학, 03, 10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