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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나리오 |
| 글쓴이 李山人 조회 8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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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종이비행기 시놉시스입니다. 원고속에 들어 잇는 것이지만 엑셀 파일이라서 뷰어를 다운받고 그래야하니 번거롭기도할 것 같아서 여기에 게재합니다. 제 영화 제작계획을 간략하게 말하면 이 35mm 비상업영화 <종이비행기>를 활용해서 상업영화 의 제작비를 조달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당연히 무상배포되고 파이낸싱 투어링을 할 방침으로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영화 제작에 잇어 이것이 더 중요하지요. 두 영화는 일부 씬이 교차되고 연기자가 동일하는 등 호접지몽의 관계에 놓여있는데, 정말이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요? 적선은 아니지만 소주를 먹는 대신 그 1만원을 투자할 마음이 생기게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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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Synopsis>
* Opening Scene
책이랑 자신의 옷가지를 불태우고 있는 남자. 태우던 책을 잠깐 들여다보는데.... 많이 읽어본 페이지인 듯이 접어져있는 孟子. 聖人有憂之, 使契爲司徒, 敎以人倫.... 쓴웃음을 지으며 불속에 던지고, 小學, 어린시절에 100번은 읽었을텐데.. 기억이 가물한지 더듬거려 읽어본다. 春에 雨露旣濡면 君子履之하고 必有??之心하나니... 그의 얼굴에 회한이 서려간다. 손떼묻은 거문고를 타본다. 조율이 맞지도 않건만...
어제 어머니를 만났었다. 피차간에 이렇게 늙을 줄을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늙은 어머니의 짐이 되리라고는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저기 새벽달이 서산에 지고 있다. 운명을 재촉하고 있는 새벽달. 고향을 떠나라고 한다. 거문고를 불길에 내던지고 마침내 머리를 전기 이발기로 밀어버리는 남자.
* 좋은 歲月이 다 갔다고 문득 느껴졌을 때
문경행 고속버스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은 멜라니 사프카의 The Saddest Thing. 창밖으로 보여지는 행인들. 모두 다 즐겁고 마냥 행복해보이기만하다.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는, 마치 중인 것처럼 승복을 입고 있는 남자. 세상에 나가 저 남들처럼 즐겨보지도 못하고 좋은 세월은 다 갔고, 이제 世俗을 떠나게 되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무릅위 걸망을 내려다보는 남자. 오늘날 이 行脚僧이란... 그 어찌 알았겠는가! 당찬 士林으로서의 포부로 부풀어있던 한 소년이... 하지만, 그것은 운명이었다.
* 첫사랑
뒷산, 햇볕이 잘 드는 풀밭에 누워 강아지를 베고누워 책을 보고 있는 열일곱살 소년. 나이에 어울리지않게 사법시험 서적을 보고 있다. 얼마안있어 강아지가 귀찮은지 발버둥을 치다 빠져나와가지고 도망치고 있다. 강아지 뒤를 쫒아가는 소년의 외침. 곰! 곰!
별장 울타리,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여학생들. 영화의 주인공인 듯한 그네에 앉아 잇는 한 소녀가 플룻을 불고 있다. 은빛 플룻의 키위를 움직이는 손가락. 가느다란 흰 손가락. 저도 모르게 옷에서 개털을 털어내는 소년. 그 순간 소년은 가난함을 부끄럽게 여겼다. 주둥이를 잡힌채 발버둥치는 강아지. 그 바람에 소녀가 이 쪽을 보게되어 마주치는 시선. 가시나무 숲을 정신없이 달려 도망치는 소년과 강아지.
조선조 선비정신의 선구자 김굉필 선생의 雅號에서 가운데 글자의 뜻만 바꾼 寒暄堂에서 가난함을 부끄럽게 여긴 순간을 가책하며 잠 못이루고 있는 소년. 소녀의 모습이 때때로 아른거리고, 새벽녘에 설핏 든 잠결에도 아른거렸다. 서로가 영원히 잊지못할 그런 느낌, 프렌치 키쓰로... 어서 해! 소녀의 재촉. 뒷걸음치다 소나무에 걸려 물러날 곳이 없는 소년. 자꾸 다가온 소녀의 촉촉한 입술, 지긋이 감은 눈, 야릇한 숨결. 얼떨결에 소녀를 와락 껴안았다.
아침에 속옷이 축축함을 깨달았다. 난생 처음 夢精을 겪어본 소년. 누가볼까 아침이슬이 마르기 전에 뒷산 계곡에 올라가 속옷을 빨았다.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입속으로 따라하는 소년. 오후, 책상 머리맡에 앉아 무언가 마음의 벼리로 여기는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 동학 갑오농민전쟁 사진, 황현 선생의 絶命詩 싯구, 難作人間識字人을 되새겨보는 소년. 士林으로서의 역사적 債務感. 하지만 그러한 결의도 잠시....
* 反抗의 季節
강아지가 레미콘 차에 치여죽었다. 학교를 안다니는 소년에게 강아지는 유일한 말동무였다. 빈그네를 뒤로 하고 작은 단풍나무를 밑에서 비를 맞고 있는 소년. 감기로 며칠을 앓아누웠다. 그냥 약도 없이 일어난 소년 앞에는 싸리나무가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지없이 아버지에게 회초리 맞는 소년.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 그럴수록 회초리는 더해지는데... 별안간 마루로 뛰쳐나갔다가 빗자루를 집어들고와서는 아버지를 때리는 소년.
소년은 몸이 아팠다. 기운이 없었다. 혹시 폐결핵은 아닐까 근심하며 혼자 앓다가 병원을 찾았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사. 먹을 갈아 신문지 위에 대나무를 치는데 공교롭게도 의학칼럼. 임파선암. 자신의 턱밑 임파구를 만져보는 소년. 신문의 자각증상을 느꼈다. 임파구가 만져보면 볼수록 커져 있었다. 받아들일 수없었다. 자신은 남다르다고 생각했던 소년에게는. 자신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겨우 받아들이고 이미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서야 병원에를 갔다. 의정부의 한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믿기지 않는 소년. 큰병원에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자력병원 의사에게서는 공연히 꿀밤만 맞았다.
子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라. 마음을 다져먹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려고 하지만.... 다들 돌팔이들이라서 그런 지도 몰라.
* 길을 아득히 놓치고
寂寂孤鶯啼杏園 (외로운 꾀꼬리 고요한 은행나무 숲에서 울고) 寥寥一犬吠桃源 (한 마리 개 쓸쓸한 복숭아 나무 숲에서 짖네) 落花芳草無尋處 (落花芳草 사는 곳을 찾을 수없었더니) 萬壑千峰獨閉門 (萬壑千峰에 홀로 門조차 닫고 있네) 당나라 의 시인 柳張卿의 過鄭山人所居를 읽고 ‘山人’을 자기의 雅號로 삼는 소년.
이후 廢學하는 소년. 識字憂患을 생각하여 집밖 나가기를 꺼려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도 관심이 없었다. 오직 자기의 日常을 갖고 詩나 소설쓰기에 재미를 붙였을 뿐이었다. 그 예술적 연마는 이름 드러내기를 꺼려하므로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제대후에는 더욱 그러했다. 군 복무중에 아버지를 여읜 남자. 아버지에게 사과할 기회가 영영 없어져버렸다. 전방 격오지 부대, 訃音이 늦어져 장례조차 참석하지 못했다. 이미 장사는 끝나 급할 것이 없었지만 중대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릅까지 빠지는 눈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는 병사. 길을 아득히 놓치고...
* 문경새재
문경으로 방향을 잡은 데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날아가는 새도 쉬어간다는 오지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자신을 더욱 숨기고 싶은 듯한 남자였다. 하지만 막상 첩첩산중을 올려다보니 갈길을 잃은 듯한 표정. 때때로 단풍객을 가득 태운 관광버스가 지나가는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뒤돌아보는 남자. 아직 미련이 남아 있던가. 知的 능력은 아주 보잘것 없는 상태이고 생활의 터전도 없으니 世俗에서는 사실상 廢人일 수밖에 없는 처지로서 무슨 미련이 남아 있어서일까.
짜장면으로 돈벌기 위해 人肉을 노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묵묵히 한쪽으로 길가는 行脚僧. 培養靈根上達枝 (마음뿌리 가꾸어 가지와 잎에 이르렀다) 疾風暴雨不須垂 (빠른 바람 억센비에 어린가지 꺽인다) 他年高佛靑雲裏 (뒷날, 푸른하늘 너머 긴 머리카락 휘날릴때면) ?有仙笛過此吹 (한 자루의 휘파람 이곳을 지나가리라)
* 知行合一
도자기 전시관, 딱히 갈 곳도 없는 처지라 들어가 본 자리였다. 여지껏 그런데 가본 적이 없기에 호기심 또한 일었다. 단체관광을 온 듯한 여학생들 틈에 끼어 한번 둘러보고 있는데, 돌아나오는 줄에 선 늙은 한 스님. 合掌의 禮를 하지만 佛家의 禮를 모르는 남자. 뻣뻣이 서있자 도리어 민망해하는 스님. 관람객들의 수군거림. 얼굴에 식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는 남자. 황급하게 그 자리를 피했다.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으로 드라마 촬영장으로 가는 수학여행 버스를 등지고 길가에 앉아있는 남자. 남자의 무심한 눈길에 저 멀리 허술한 작은 碑閣이 보이고 있다. 懸絶碑였다. (현절비-병자호란 당시 의병으로 참가한 남편이 돌아오지않자 이를 가엾게 여긴 친정부모가 再嫁를 강권하자 목을 매 자살햇다는 내용)
짊어진 걸망속에 노트북이 들어있다는 것을 잊은 듯이 열녀각 쇠울타리에 털썩 기대어 앉는 남자. 비문을 읽는 그 순간 小學이 아련히 떠올라서였다.
夫去時 屬妾以供養老母 妾旣許諾之 夫養人老母而不能卒 許人以諾而不能信 將何以立於世 欲自殺.... (남편이 떠날 때 늙으신 어머니를 봉양하라고 부탁하거늘 제가 이미 허락하였으니 대저 남의 늙은 어머니 봉양하기를 능히 다하지 못하고 남에게 승락으로써 허락하고서 능히 신의가 없으면 장차 어찌 세상에 서리이까? 하고 목메어 자살하려고 하니.... 친정부모는 다시는 말을 꺼내지않았다)
나는 아는 것을 행하지 않았구나! 이 산골의 村婦보다 더 배웠을텐데... 그대로 하염없이 앉아 있는 남자. 지난날 老壯의 道에 물들어 廢學을 하고 좋은세월을 버리기는 하였으나 儒家적인 선비의 근본까지는 차마 버리지못했다. 바야흐로 명분을 잃은 다음에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肉化되기 시작하는 남자.
남자는 碑閣 안의 너절한 생활 쓰레기를 보고 죄책감을 느꼈다. 첩질을 일삼았던 儒生들이 烈女를 세웠기에 오늘날 도리어 그 貞節을 욕되게 만들었다. 同病相憐을 느끼는 남자. 不惑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경험이 없음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않기 위함이었으리라. 남자는 그 어떤 의무감을 느꼈다.
* 죽음에 이르는 길
자기를 지켜나가는 것은 숭고하고 아름답기야 하겠지만 죽음에 이르는 길이나 다름없다. 빈번한 자위는 뜨거운 젊음을 죽이고 세상사를 잊기 위해서였다. 만성전립선염은 그 후유증인 듯 싶었다. 그것은 잘 낫지를 않았다. 그리고 비뇨기과를 드나드는 것이 부끄럽기도하여 스스로 포기했었다. 心身이 그렇게 疲弊한만큼 더욱 자기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가난이란 선비의 日常이요, 죽음이란 사람의 終末이거늘 日常에 居하면서 죽음을 기다리니 어찌 즐겁지 않은가.
* 人生이 다 끝났다고 문득 깨달았을 때
열녀각에서 맞는 日出. 승복을 벗고 잿빛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있는 상태였다. 高士傳의 여백에다 스토리보드 같은 그림을 열심히 끄적이고 있는 남자. 두 명의 여고생이 열녀비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 소년이 시묘살이 하고 있는 그림. ESSIE 161을 쓰고 있는, 간밤에 흐드러지게 울었던지 눈동자가 빨갛게 충혈되어 있는, 그러나 더없이 행복해보이는 남자의 얼굴.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나리는 지하철 입구 대로변. 대금을 팔기에 앞서 한번 불어보고 있는 남자. 바람에 모자가 획날리어 까까머리가 드러났다. 그러나 개의치않고... 고향에 돌아갔었다. 영화에 대한 생각을 지닌 채,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생기발랄한 진심의 모습이 되어가지고.... 하지만 이미 허물고 있었다. 나무숲에 숨어서 지켜보다 되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대금을 판 돈으로 영풍문고에서 영화관련 서적을 사는 남자. 어느 여고 앞과 골목길에서는 카메라 포지션을 연구하고 있는 듯했다.
* Last Scene
시네마 천국의 ost가 흐르는 지하철 구내. 긴의자 위에서 노숙자 형색으로 잠자고 있는 남자. 가래가 들끓고 있고, 몹시도 기침을 하고 있다. 시민케인의 로즈버드처럼 남모를 외마디를 남자는 외치고 있었다. 곰! 곰! 그는 진실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그토록 가장 되돌아가가고픈 17살 그 모습이 되어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꿈. 방금 주유하고 나가던 승용차에서 종이비행기가 날아오는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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