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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 슬퍼요~!! |
| 글쓴이 한결푸름 조회 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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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넘 슬프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이웃이라서 그런지 더 실감나네요.
저도 그곳 방파제에 낚시하러 가기도 했었습니다만,
그런 분들의 사연이 교차하는 곳인지는 잘 몰랐내요.
근데...넘 슬프게 마무리 되서 여운이...
요즘 어려운 세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셨군요.
빨리 어려움이 벗겨져야 될터인데...
잘 읽고 갑니다. 감사..
>
> 조사장이 새로 공장을 차린 곳은 김준호가 알려준 대로 K군(郡)의 한적한
> 농공단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공장입구로 들어서자 철판 두드리는 굉음과 기계마찰음,
> 그리고 용접불꽃이 대낮임에도 눈과 귀를 자극하지만 준길에게 이 소음과 불꽃은 고향에
>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해준다. 과거 준길의 공장에서도 밤낮으로 이런 소리가 났었다.
>
>
> "그래! 공장이라면 이렇게 돌아가야지."
>
>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도 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곳 저곳 돌아보느라 정신이 없는 준길이다.
>
>
> '나쁜 자식! 이렇게 몰래 숨어 큰 공장을 하면서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지내는지 눈꼽만큼
> 이라도 생각하고 있었을까..'
>
> 마음을 다지며 사무실로 들어선 준길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
> 다.
>
>
> 어이가 없게도 사무실 안에는 조사장의 친동생이라던 경리담당 조부장과 설계책임 최차장까
> 지 당시 회사의 핵심멤버들이 다 모여있었다. 그들도 들어서는 준길을 보고 놀라기는 마찬
> 가지였다. '저자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왔을까' 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꿀 먹은 벙
> 어리나 다름없다. 준길이 먼저 입을 열었다.
>
>
> "오랜만이네요. 안녕들 하셨습니까?"
>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이네요. 이리 좀 앉으시죠!"
>
>
> 그래도 그들 중에 나이가 제일 많은 설계의 최차장이 침착하게 준길을 맞는다.
>
>
> "저기, 조부장님도 같이 앉아 이야기 좀 합시다!!"
> 준길은 내심 이를 악물고 있었다.
>
>
> "간단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조사장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 "저...그게 말이죠. 지금 조사장님을 뵙기는 조금 힘들텐데요."
>
>
>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다소 궁색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최차장은 뜻밖의 소리를 한다.
>
>
> "이준길 사장님, 모르고 오셨나보네요?"
> "아니, 제가 뭘 모르고 왔다는 겁니까?"
>
>
> 공장문을 나서는 준길의 얼굴은 참혹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조사장의 친동생인 조부장이 들
> 려준 조사장의 근황은 준길의 심정을 답답하다 못해 어이가 없게 만들었다. 불과 일주일전
> 조사장이 사업재개에 대한 부담감과 과중한 업무로 인해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다는 것이
> 다. 현재는 부산의 K대학병원에서 일차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을 기다리고 있으며
> 곧이어 이차수술을 한다는게 조부장의 간단한 설명이었다.
> "형님의 재산에 대해서는 저에게 묻지 마십시오. 저도 아는게 없습니다."
> 조부장이 덧붙인 이야기였다.
>
>
> "개자식!! 친동생이 모르면 누가 안다는 말인가!!"
>
>
> 차에 시동을 걸면서 준길은 절망감을 느끼는 듯 혼자서 욕찌거리를 하고 있었다. 공장을 나
> 와서 전화를 해보니 김준호도 이런 사실까지는 모르고 있는 듯 놀라워하는 눈치다.
>
>
> 예전에 준길의 선친도 두 번의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준길도 뇌출혈 환자의 후유증
> 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다. 심하면 수술후 반신마비가 오거나 사람구실을 못하는 경우도 있
> 다. 병원을 찾아가니 조부장에게 미리 연락을 받았던지 조사장의 와이프 된다는 사람이 준
> 길을 맞아 주지만 조부장과 비슷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현재의 상태로 보아 이차수술을
> 받아야 하지만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점과 앞으로 사업이야기는 다시 꺼낼수 없을거란 이야
> 기를 하는데 도대체 이 여자는 준길을 단순히 병문안 온 사람취급을 하고 있었다. 곱상하게
> 생긴 얼굴하며 나이도 준길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여자였다. 조사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분
> 명 준길보다는 나이가 많을텐데도 고운 얼굴에 주름살 하나 없이 팽팽하다.
> 결국 조사장을 만날 수 없었던 준길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병원문을 나서고 말았다.
>
>
> '씨팔!! 마누라 하나는 더럽게 이쁘네...'
> 어처구니 없는 준길의 생각이었다.
>
>
> 준길은 너무 술에 취해 있었다. 김사장의 차를 가져다 주기 위해 대성공업사로 갔으나 김사
> 장은 낚시터에서 바로 집으로 퇴근한 듯 공장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아침부터 종일 속이
> 많이 상한 준길은 공장 옆의 조그만 식당에서 늦도록 술을 마셨다. 하긴 대낮부터 독한 소
> 주를 줄기차게 마셨으니 취하지 않을 리 없었다. 술이 너무 취한 준길은 그가 이곳에 차를
> 가져다 주기 위해 온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식당을 나온 준길은 전봇대에
> 아무렇게나 오줌을 갈기고 있었다. 마치 폐허같은 한밤의 공단에서 준길은 울부짖듯 소리를
> 질렀다.
>
>
> "씨팔! 너는 서울대 다닌다던 잘난 아들도 있고 공장도 있잖아!!"
> "그리고 씨팔아! 너는 더럽게 이쁜 마누라도 있잖아!!"
>
>
>
> 아침에 출근한 대성의 김사장은 어제 준길에게 빌려준 화물차부터 찾고 있었다. 매사에 정
> 확한 준길이 남의 물건을 빌려가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을 성격이 아니란 것을 김사장을 잘
> 알고 있다. 식당에 물어보니 준길이 어제밤 늦도록 혼자서 술마시다 차를 그대로 몰고 갔다
> 고 한다. 좀처럼 이런 일이 없는 준길인데 휴대폰을 해도 받질 않자 김사장은 조금 께름직
> 한 생각이 들었다.
>
>
> "이봐요 김사장! 준길이 소식 들었소?"
> 옆 공장의 최씨가 허겁지겁 들어선다.
>
>
> "안 그래도 전화를 안 받네요. 무슨 일이 있는게요?"
> "어제밤 준길이 교통사고가 났다는데 지금 B병원 중환자실에 있다고 하네요."
> "아니, 교통사고를 당했다는거요? 아니면 냈다는 겁니까?"
> "그게 아니라 운전하고 집에 가다가 아파트 옹벽을 들이 받았다고 하네요."
> "그럼.... 내차는 어떻게 되는거지?"
> "에이 참, 지금 차가 문제요. 사람이 다 죽어간다는데..."
>
>
> 김사장이 병원에서 만나본 준길의 모친은 마치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망연자실한 표정이
> 었다. 그나마 정신을 수습한 준길의 누님이 김사장에게 들려준 준길의 상태는 그야말로 최
> 악이었다. 정면충돌로 인한 장파열과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찌르고 들어가 소생할 가망이
> 없다는 사실상의 사형선고였다. 게다가 의료보험증이 없었던 상태라 각종 검사비, 치료비와
> 수술비등이 준길의 가족으로서는 도저히 감당을 못할 지경이란 것이다.
>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환자가족의 사정을 알아차린 병원측은 준길의 누님에게 색다른 제
> 안을 했다. 준길의 소생가능성과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부담해야 할 엄청난 병원비, 훗날 감
> 당할 수 없는 후유증과 그로 인한 치료비까지 거론을 하며 병원비 탕감책을 알려준 것이다.
> 결국 병원에서 원한건 준길의 건강한 눈과 콩팥이었다.
>
>
> 준길의 장례식에 화장장까지 따라갔던 김사장은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병원비
> 대신 콩팥과 안구를 내주고 선택한 준길의 죽음 앞에 누구하나 목놓아 울부짖는 사람이 없
> 었고 다만 늙으신 모친만이 잠시 눈물을 흘렸을 뿐이었다. 준길의 사업이 부도를 맞으면서
> 집안이 무척 어려워 졌던 것은 김사장도 잘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 젊은 죽음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낚시터에서의 준길이 모습을 생각하면서 김
> 사장은 중얼거리듯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
>
> '만일 준길이 결혼해서 어린 피붙이와 아내가 있었더라면, 과연 그의 아내도 준길이 그렇게
> 죽어가도록 그냥 보고만 있었을까?' '아마 친정에 빚을 내서라도, 그게 여의치 않다면 몸을
> 팔아서라도 살려내려 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것도 아니라면 심장의 고동이 멈출 때까지
> 만이라도 병원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을 거야'
>
>
> 장례식 때 마신 몇 잔의 술에 피곤해진 김사장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지듯 벌렁 누워 버
> 렸다. 늦게 보았던 귀여운 아들녀석과 아내가 김사장을 반겨준다.
>
>
> "식사는요?"
> 사랑스런 아내의 목소리였다.
> "음........."
> 혼잣말처럼 김사장은 취한 듯 중얼거렸다.
> "당신 말이야. 혹시 나 죽으면..........."
>
>
>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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