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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어있는 공간이 두렵다 |
| 글쓴이 유현7 조회 5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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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강하게 나올 때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었다.
물러나서 움추렸다, 상대가 힘 빠질 때 역공한다.
더욱 강하게 받아 친다.
그의 군사들은 저마다 제각각 뿔뿔이 흩어져 힘을 모으기에는 무리였다.
제 각각 도생 하고 때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베트콩처럼 땅을 파고 두더쥐 작전으로 나오자, 백은 승부를 서두르지 않고 더욱 두텁게
장거리 경주에 대비하였다. 전투도 소강 상태다.
벌서 끝내기 단계에 이른 것이었다. 진짜 실력은 끝내기에 달려 있다.
끝내기라면 연구생 시절 부단하게 연마하여 거의 완벽한 수준이었다.
어쩌면 두 집 정도 이길지 모른다.. 이럴 때 더욱 판을 세밀하게 쪼개어서 백에게 승부수를 던질 여유를 주어서는 안된다...
그는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지금 이 순간에 그의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강함이 부드러움을 이긴다. 흐르는 시냇물을 보라 이 세상에서 물 보다 강한 것이 또
있을 까...
이제 기나긴 여정의 끝이었다. 42.195KM의 장거리 경주가 마지막 태잎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있었다. 스님은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다. 승부를 초월한 편안한 얼굴이었다.
" 다 두었구나. 계가를 해 볼 까."
공배를 다 메우고 계가를 하니 흑은 48집 백은 46집이었다.
"두 집 차이군, 그동안 바둑 실력이 조금 늘은 것 같구나."
"이 만하면 국수전에서 우승도 가능하겠다."
스님은 만족한 듯 안면에 웃음을 띄운다.
"오늘 바둑은 흑이 엷었지만 그 엷음을 잘 보완하여 잘 둔 바둑이구나 .크게 지적할 것이 없어."
"그래 아버님은 직장에 잘 다니시냐."
"네 여전히 학생들 잘 가르치시고 요즈음은 한용운 시인의 시에 관해서 틈 나는 데로
연구하고 계셔요."
"누나하고 현재 같이 생활하고 계시지만 누나도 올 가을에 시집 갈려나 봐요."
"흐흐 그러면 홀 아비 생활이 더욱 적 적 하겠구만."
"방금 대구의 도솔사에서 연락이 왔어 며칠 동안 수행하다가 가거라"
"식사 준비는 아랫 마을 보살들이 와서 하고 있으니 자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그럼 다음에 보세." "네 .스님 ." 정수는 합장하고 스님을 배웅하였다.
길가에 하늘 색 분꽃이 무척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정수는 스님의 서재에 들어와 여러 가지 서적들을 보았다. 정치 경제 문화 음악 미술
도에 관한 책 불교서적 근 10000여권의 책들이 백 빽이 들어차 있었다.
그 중 눈에 들어오는 책이 하나 있었다. 고흐의 그림 책이었다.그림과 글이 나와 있었는데,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눈빛이 살아있는 고흐가 구렛나룻을 기르고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노랑색 바탕에 여러 가지 색을 점묘법으로 덧칠하여 강력한 성격을 들어낸 작품이었다.)
캔버스는 화가들의 생존 무대였고, 바둑기사들은 네모난 바둑판이 그들의 생존 무대였다.
상대방과 마주 앉아 승부를 벌일 때, 네모난 바둑판을 바라보면 그는 비어있는 공간에 두려움을 느끼곤 했었다. 필연적인 한 수, 두지 않으면 안 되는 한 수, 수많은 갈래 속에서 단 한 수 씩 선택하여 먼길을 가는 것 ,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수히 선택해야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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