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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승부(어깨에 힘이4) |
| 글쓴이 유현7 조회 5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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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는 물기를 머금고 약간 무거운 느낌을 주었다.
개울의 맑은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그는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많이 닮은 얼굴이었다.
어머니는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가부좌를 틀고 아침 명상을 하였다.
마음을 비워라, 그리하면 자연과 네가 하나가 되고.
그 때 삼라만상은 생명을 얻으리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생명이 있느니.
네가 그것을 보지 못함은 네가 죽어있음이라
스님의 말씀이 귓가에서 은은하게 맴돌고 있었다.
그는 30여분간 명상을 하고, 바둑판을 꺼내어 조심히 마른 걸레로 먼지를 딱았다.
오청원 선생의 책을 꺼내어 기보를 놓았다.
사까다 선생의 기보는 날카롭고, 다케미아의 기보는 호방함이며, 조치훈의 기보는
치열함이 있었다. 오 선생의 기보에서는 부드러운 탄력을 느낄 수 있었다.
힘의 강약 조절이 너무나 자연스러우며, 마치 잘 훈련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듯는 듯
아름다움이 있었다. 아직은 잘 알 수는 없지만 이것은 하나의 예술의 경지일지도....
"정수 공부하나"
"네 스님. 그는 벌떡 일어나 스님 앞에 합장하였다.
"앉어 장승 같잖아."
"언제 키는 그렇게 많이 컷어."
"엄마 아빠를 닮아서 미남이야." "흐흐 세월도 빠르지."
"그러면 이제 슬슬 시간을 죽여 볼까."
"네 .스님" 그는 흑 돌을 한 개 우상 귀에 살며시 갖다놓았다.
서로 양화점으로 시작된 포석은 불과 10여분만에 30여수가 진행되었다.
이 후가 어렵다. 요즘은 책이 좋와서 왠만한 기력이면 포석은 누가 두더라도
비슷하였다. 처음에 몇 수에서 그 판의 성격이 들어 나는 것이었다.
100여수가 넘어가자 집의 윤곽과 흑 백의 경계가 들어 나고 있었다.
꼭 이겨서 스님의 그 동안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
스승을 이기는 길이 보답하는 길이었다. 이제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레 진행되든
판이 어깨에 힘이 들어가자 흑돌끼리 서로 엉키고 있었다.
그것은 힘의 과다한 낭비로 아군끼리 충돌하고 있었다.
백은 시종일관 흐름이 일정하고 고요한 호수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목산을 해 보니 이미 5호 가량은 뒤져 있었다.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좌상귀에서 변으로 발전한 백 집에 침입하였다.
어딘지 허술해 보였고, 두 집을 내고 사는데는 성공을 하였으나,
중앙을 제압 당해 ,미래는 불 투명하였다. 덤이 없는 바둑이라 약간의 희망이...
이제껏 날일자 한 칸 일립이전 단순하다면 단순한 초식으로 일관하던 백은 판 전체를
조여 왔다. 숨이 탁탁 막혔다.
호수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던 백진이, 살아서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인 듯 꿈틀대기 시작하였다. 용트림을 하는 듯 무서운 힘의 압박을 느끼고, 그의 가슴은 물결처럼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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