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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승부(나를 버려라3) |
| 글쓴이 유현7 조회 6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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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賢岩寺)주위는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 식물들이 내는 향기는 더욱 짙어지고, 곤충들은 잠잘 준비들을 하는지 간혹 기어드는 소리를 내었다.
산 중턱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절은 규모는 적지만,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게 다가왔다.
목탁소리는 일도(一道)스님방에서 낭랑하게 흘러 나오고 있었다.
"밖에 누구냐. 사람이면 들어오고 짐승이면 네 갈길을 가거라."
스님의 목소리는 따스하면서도 단호하였다.
"예, 스님 저 정숩니다."
"정수냐, 그래 먼길을 왔구나 .."
"우선 시장 할 테니 부엌에서 요기를 하고 들어오너라....먹기 위해서 사느니.........."
반찬을 보아하니 보살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는 듯 깍두기와 나물무침 3~4가지였다.
대충 식사를 마친 정수는 스님 방으로 들어갔다.
"몰골을 보아하니 제대로 세끼도 못 찿아 먹은 듯 사흘 굶은 살쾡이 꼴이라니..쯧.."
"그래 이 눔아 네 살길을 찾아 보라 했거늘 아직도 승부에 매달리고 있느냐."
"네.....아직은 요..." 거의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였다.
"그래, 오늘은 무슨 하두를 가지고 나타났느뇨."
정수는 일전의 결승전 바둑에 관해서 관략히 말하였다.
"스님 제 바둑의 단점이 무엇인지 말씀 좀 해 주세요."
"어허 그것을 알면 내가 이 자리에 있지도 않지.."
"그러면 그 바둑을 복기를 해 보거라."
정수는 한수 한수 마치 실로 자켓을 짜듯 복기를 해나갔다.
일순 스님의 안광이 빛을 발하며 번뜩였다. 20대 초반에 한국의 천재기사로 이름을 날리다,
더 이상 오를 나무가 없고 ,승부의 덧없음에 회의를 느끼고 입산 수도하여, 전국을 배회하다가 이 사천 꼴짜기 까지 이른 것이었다. 법령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청춘 시절에 정신을 사로잡았던 바둑을 보면 얼굴빛이 변하는 것이었다. 작년에 약 일년간 이 절에서 공부를 하였다. 그 때 스님은 바둑의 기교는 이미 더 가르칠게 없다 하여, 정신수양과 바둑을 대하는 승부사의 마음을 스님으로부터 배웠고, 그 해 3개의 타이틀을 따고 아마 7단으로 오른적이 있었다. 판은 이미 다 끝나고 있었다.
"어허 아직도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였구나."
"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할수록 승부에서는 멀어 지는 법."
" 종내는 버리고자 하는 그 마음 까지도 버려야 하는 것 .."
"작은 자아를 버려야 큰 마음을 얻는법 넌 기교는 이미 프로 정상급에 미치나, 그 마음이 아직은 ..."
"나를 버려라 그러면 삼라만상이 모두 너의 것이 되리라."
"피곤 할 테니 오늘은 여기서 끝내기로 하고 일찍 자거라."
"내일 부터 하루에 한 판을 두어주겠다."
"스님 고맙습니다." 정수는 합장을 하고 조심히 물러 나왔다.
저 멀리서 아득히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천수경 읽는 소리가 들려 왔다.
실로 오렌만에 고향에 온 듯 깊고 깊은 잠속으로 .....
어머니가 한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가고 있었다. 먼 길을 가고 있었다.
잡은 손을 놓드니 어머니는 혼자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아! 어머니! 저 성수에요 어디가세요. 가지 마세요 . 꿈이었다. 새벽4시나 되었을까
스님의 새벽 예불 드리는 목탁소리가 어둠을 깨우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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