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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인생과 바둑 사랑방 |
| 글쓴이 삼족오 조회 6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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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년시절에 동네 골목길과 빈터에서 토끼처럼 신나게 뛰어 놀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가장 재미있게 놀았던 날이다.
중고등시절은 선생님 말씀 잘듣고 한눈팔지 않으며
착하게 학교 다니는 일을 절대불변의 원칙으로 알고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시절의 일등 모범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후에는 조직사회의 일원이 되어 주변사람들과 경쟁하며
미래에 다가올 내 인생을 걱정하며 눈물찔끔거리며 심각한 고민속에서 살고...
지금 뒤돌아 보니 세상에 태어나 후회라는 단어를
맨 처음 이해한 시절이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대학교육을 반대하셨던
아버지의 말씀을 어기고 대학에 들어갔다.
내가 맨 처음으로 아버지와 부딪힌 날이었다.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하였는데 그 이유는
내 마음속에서 소근거리는 요정의 목소리를 일기처럼 쓰면서
살아가는 문학의 길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성적은 좋았지만 글재주가 빈수레여서
내 마음속 요정의 목소리를 잘 알아 듣지 못해
내 글 하나 쓰지 않고 졸업하였다.
바둑을 이 때 알았다면 내가 원하는 고수세상에 들어가
정말로 멋진 바둑사랑을 하였을 것이다.
결혼후에는 남편과 평화로운 가정을 유지하며
아이들 잘 키우는 일에 목숨걸며 살고...
아이 잘 키우는 일은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나의 일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한 결과 주변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되었고
아이는 텔레비젼 방송과 더불어 유명세를 타고 중국에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나의 교육은 반절의 성공과 반절의 실패로
아직은 좀 더 관망하며 지켜보아야 한다.
여자란 시집가기 전에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결혼해서는 남편 말 잘 듣고
늙어서는 자식 말 잘 듣고 살아야 그 집안은 평화롭다고
불볕아래에서 모내기하며 들려 주셨던 아버지의 말씀은
아직도 내 인생의 멜로디이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날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삶의 향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음에 대한 의미를 남기고
좋은 생각으로 살기 위해 글을 쓰다 보니 글 쓰는 일이 취미생활이 되었다.
나의 상상속에서 내 마음대로 만들어지는 글이기에
글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별다른 흥미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나 혼자만의 독백이 되곤 하였다.
내 인생의 유혹, 화려한듯 하면서 퇴색해버린 색의 정체를 찾고자
상상속에서 글을 일기처럼 쓰며 살아가다 보니 장족의 발전을 보여와
내 글을 가끔 칭찬해 주는 님을 오로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님이 쓴 글을 읽고 넘치는 감동을 받으면서
땅의 꽃처럼 하늘의 별처럼 날개달고 여행하는 내가 되었다.
내가 올라갈 수 없는 시인의 아름다운 세상과
바둑고수 신선의 세상에 대한 끝없는 동경과 상상은
나를 종종 엉뚱한 사람이 되게 하였다.
바둑을 잘했던 남편은 몇 년 전에 아이와 나를 오로바둑에 가입시켜 주었다.
나는 바둑에 흥미가 없었다.
아이는 바둑을 좋아하며 열심히 두었는데 어느 날
바둑판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아이의 눈물과 더불어 바둑나라 병정들의 무수한 총알이
방안을 날아다니고 있음을 느꼈다.
바둑이 무엇인가 나도 해보자며 이날부터 바둑나라를 찾기 시작했다.
좋은 사부의 만남으로 진실한 바둑사랑을 위해 정진하는
바둑인의 기본자세를 배웠다.
날이 갈수록 묘한 바둑...
내 머리로 평정할 수 없는 바둑세상의 오묘한 흐름은
내 눈물도 내놓으라며 아우성이었다.
익혀지지 않는 바둑기술은 흑백화가의 바둑예술로 둔갑하여
내 마음의 도를 닦게 하였으며 바둑별 여행자가 되게 해 주었다.
아이의 눈물을 보며 시작한 바둑...
철렁내려앉는 내 심장을 보면서 뒤로 걸어가야 할 때가 있다.
뒤로 뒤로 걸어가다 보면 나를 볼 수 있는 선녀의 거울이
하늘나라에서 내려 온다.
뒤로 걸어가는 일은 물결치는 흑백세상 아름다움을
그리움속에서 찾도록 만들고 꿈속에서 나의 하루를 보내게 해 준다.
바둑사랑 열병속에서 시름하며 보냈던 날도 무한한 영광의 날이며...
바둑고수가 될 수 없는 영원한 하수의 자리를 부끄러워하며
몸살을 앓았던 날도 무한한 고마움의 날이며...
바둑방은 여자 인생의 사랑방이 되어 버림을 알고 잡혀줌을 알고
기다림속에서 한고개 넘어가는 흑백요정 쉼터가 되어 준다.
2004년/6월/9일/수요일/삼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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