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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처구니 없게도 맷돌에 갈리고 싶군요. |
| 글쓴이 한결푸름 조회 5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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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읽는 동안 잔잔한 미소가 제 마음에 퍼집니다.
잊고 살았었는데 어린 시절 맷돌 돌리던 때가 생각 났거든요. 꼬맹이었지만 그걸 돌려보고 싶어서 안달을 하고 있자면
어머니가 잠시 기회를 주시곤 했었지요. 힘들어서 금방 그만두게 되지만...그 기억이 참 좋았었구요. 님이 본대로 가족이 화기애애하게 맷돌을 가운데 두고 가족간에 유대가 깊어졌던 것 같군요.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세속의 바다에서 허우적 대다가
이제는 맷돌 속으로 들어가 갈려 나오고 싶으니 왠 일일까요?
> 어느 집에서 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전부 볼 기회가 있었다.
>
> 맷돌로 콩을 가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 두부를 만드는 전 과정을 집에서 직접 볼 수 있었는데
> 몇 단계를 거쳐야 비로서 두부가 나왔다.
>
> 그러고보니 두부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될 맷돌은
> 전통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친근했던
> 전통 유산의 하나였으며 맷돌에 얼킨 이야기도 많은 것 같다.
>
> 알다시피 맷돌을 돌리기위해선 손잡이가 필요한데
> 이 손잡이가 바로 '어처구니'이다.
>
> 맷돌을 돌리려고 맷돌을 찾았는데
> 막상 맷돌의 손잡이가 없었다.
> 너무나 기가 막힐 것이고
>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여기서 유래된 말이다.
>
> 바닷물이 왜 짠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에서
> 돌리면 소금이 나오는 맷돌의 설화가 구전된다.
>
> 또한 세계 어느 나라에도 대홍수 설화는 있다고 한다.
> 성경보다 훨씬 이전의 시대인
> 수메르인의 기록에도 대홍수 기록은 있고
> 우리나라 설화에도 대 홍수 설화는 있다.
>
> 우리나라의 설화는 대홍수 이후에
> 오직 남매만 살아 남았는데
> 그렇다고 남매끼리 결혼을 할 수는 없어
> 인류의 후손이 끊길 위기에 있었는데
> 여기서 인류를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맷돌이다.
>
> 맷돌을 돌려 맷돌에서 나온 대로
> 각각 반대 방향으로 길을 떠났는데
> 아무도 찾지 못해 결국 남매는 결혼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 맷돌의 암수를 돌렸는데
> 결국 합쳐져서 이것을 하늘의 뜻으로 알고
> 근친의 결혼을 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
> 맷돌에는 향토적인 에로티시즘도 존재한다.
>
> 윗맷돌은 남성, 아래 맷돌은 여성이며
> 맷돌이 돌아가는 모습은
> 남녀의 격렬한 사랑으로 은밀히 표현된다.
>
> 춘향전에서 춘향이는 이도령에게
> 이세상에서는 자신이 여자라서 항상 밑에 깔려 있지만
> 죽어서는 자기도 맷돌의 위에 올라가고 싶다고 말한다.
> 그 시대에 여성상위의 체위를 말한 것이니
> 그 완고했던 시대에 대단한 성의 반란이다.
>
> 이렇듯 맷돌에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 이야기들에서 보여주는 맷돌의 근본적인 모습은 생산적이다.
>
> 소금을 만드는 맷돌도 그렇고,
> 남매를 결혼 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 맷돌도 결국 인류의 생산을 위한 것이다.
>
> 맷돌은 모든 것을 갈아버려 맷돌에 들어간 물질은
>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분쇄되어 나오지만 그 파괴는
> 다른 물질의 재생산을 위한 것이므로
> 결코 헛되게 쓰이거나 단순한 파괴로 끝나지 않는다.
>
> 그래서 맷돌에는 파괴와 생산이 대립하지만
> 궁극적으로는 생산의 상징이다.
>
> 그러나 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니
> 맷돌의 이러한 측면보다
> 더 가족들에게 소중하게 역할을 한 것이 있었다.
>
> 그것은 비록 두부를 만드는 과정이
> 힘들고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등
> 경제학적 견지에서는 비 효율적이었지만
> 상당히 중요한 긍정적인 요소가 있었는데
> 그것은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 가족의 협동이 필수라는 것이다.
>
> 이것을 단지 재화의 실물적 가치로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
> 가족끼리 도란도란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면서
> 맷돌을 가는 것을 보자니
> 맷돌질도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았고
> 가족간의 우애나 이해는 자연스럽게 얻어 지는 것 같았다.
>
> 물론 맷돌질은 혼자 할 수도 있다.
> 그러나 콩을 숟가락으로 떠서 집어 넣어주는 사람과
> 맷돌을 돌리는 사람이 따로 있으면
> 일의 속도가 훨씬 빨라질 뿐더러 맷돌질을 하면서
> 많은 대화가 오고 간다.
>
> 힘들면 임무가 교대되며
> 서로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이에
> 가족간의 정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
> 우리 조상 대대로 이어 온
> 대가족 제도의 장점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단면이다.
>
> 핵가족 제도로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있다면
> 가족들이 모두 모여
> 이렇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도
>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 그러고보니 아파트에 사는 현대적인 집에서는
> 믹서는 있어도 아마 맷돌이 있는 집은 드물 것이다.
>
> 어쩔 수 없이 현대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의 한사람이지만
> 그래도 맷돌이나 절구,키 등을 보면 정겨운 느낌이 든다.
>
> 그러나 이런 것을 사진으로만 본 요새 아이들은
> 맷돌에 대해 앞으로 어떤 느낌을 가질까 생각하면
> 참으로 궁금하다.
>
> 맷돌도 앞으로는 박물관에 가야
>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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