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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과 인생 |
| 글쓴이 삼족오 조회 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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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했던 그대처럼 나도 술을 마실줄 아는 여자였다면
나 지금 술병에 빠져 그대가 걸어간 하늘길을 찾고 있으리.
그대가 걸어간 길을 따라가면 안된다는 듯이
술병과 나는 서로가 등을 돌리면서
술은 유리벽을 나는 먼 산을 바라본다.
하늘이 더 곱게 빛나는 날이면
그대 떠난 자리에서 술병은 벗이 되어
묵묵히 나를 쳐다만 본다.
그대 생각으로 내 마음 쓸어 내리는 날을 위해
내 옆에 술병을 남겨 놓고 떠나간 그대.
이 술병이 나에 대한 그대 사랑의 증표라 생각하니
내 얼굴은 소낙비 내리는 하늘이 된다.
하늘나라에 올라간 그대에게 나는 어떤 선물을 주었던가?
잘 가라는 인사도 못했는데...
그대에 대한 내 사랑을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그대가 하늘길을 걸어가기 전에 그대 삶의 그림자 벗
술병을 얼마나 싫어 했던가?
그대에 대한 미움의 불화살이 당겨졌을 때
그대 삶의 그림자 벗 술병을 상자에 담아보았다.
그 하루는 술박물관이 이사가는 날이었다.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만들어진 술들이 모두 모여
술병 축제를 열기 위해 준비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내가 술에 대한 미학을 이해하는 학자였다면
그대와 나는 좀 더 행복한 연인처럼 인생의 낙을 알고
풍류를 즐기는 부부가 되었을텐데...
술과 잘 사귀지 못한 나는 바보였다.
술 한모금을 꿀꺽 삼키지 못하고
술과 인생, 그대에 대한 우정과 사랑을 망쳐놓은 바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시원한 물처럼 잘도 마시는 술.
내 입맛은 어찌하여 술을 거부하는 쪽으로만 발달하였는지
이런 나를 원망도 해 보았다.
술 잘마시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특별한 사람들처럼 보여 왔다.
그대 떠난 빈자리에 그대의 영원한 흔적으로 남아 있는 술병들...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대를 위한 것인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남아있는 나의 생 만찬에 꼭 필요한 그대의 선물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대처럼 술을 좋아하며 한모금 꿀꺽, 또 한모금 꿀꺽
물처럼 커피처럼 술을 마셔보고 싶다.
둥근달이 밤하늘의 하얀 거울처럼 떠오른 시간에
술을 벗하며 긴긴 밤을 그대 생각으로 수를 놓고 살아가는
행복한 여자가 되고 싶다.
2004년/5월/29일/토요일/삼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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