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바둑을 타고... #2

그날을 뜬 눈으로 지샌 나예뻐씨는 남편 때문에 오기로라도 배우겠다고 독한 맘을 먹고 서점에 가서 바둑책을 잔뜩 사가지고 왔으나 도대체가 어렵고 재미없는 말들 투성이...

낙담해서 한숨만 푹푹 내쉬는 중에 놀러온 옆집 아저씨와 아줌마가 이런저런 얘기 끝에 바둑 이야기가 나오니 인터넷에 한번 들어가 보래는 것이 아닌가!

18급짜리도 많기 때문에 겨루다보면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갑자기 한줄기 빛이 보이는 듯하여 옆집 아저씨께 이런저런 인터넷 바둑에 대한 코치를 들은 후 오로에 가입 신고를 하고 접속을 하였다. 큰 기대를 않고 18급짜리와 한판을 두었지만 집이라곤 딱 하나 남기고 몰사...

이후 몇 판을 더 두었지만 내리 200집 이상으로 깨지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쭉 빠지는 것이었다.

허무감에 모니터 화면만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에 뜨는 메시지....

31번 방에서 나고수님이 초청하고 있습니다.

"후......."

들어갈까말까 망설이다 초대에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아저씨 말씀이 생각나 31번방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바둑 한수 두실까요?"

"....저 엄청 못두는데...."

"그래요? 그럼 한번 볼까요?"

이렇게 시작하긴 했지만 결과는 당연히 만방.....

"바둑을 처음 배우시나 봐요..."

"예....."

"여자 분이신가요?"

"예....."

"왜...바둑을 배우시는데요?"

"...그저....배우고 싶어서...."

"음.....그렇담 제가 조금 가르켜 드릴까요?"

그 순간 나예뻐씨는 눈이 번쩍 뜨였다. 날 가르켜 준다고?

불현듯 옆집 아저씨의 말이 생각났다. 바둑 사이트에서 여자 분들은 인기가 많으니 잘하면 사부님을 만나 지도받을 수도 있다는.....

아하...이게 바로 그건가보구나... 나예뻐씨는 무조건 좋다고 하고 교육을 받기로 하였다.

그날부터는 퇴근 후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 일이었다. 남편은 그런 모습을 보며 입맛만 쩍쩍 다시고 밥 안주냐고 성화를 부리지만 그때마다 더욱 마음을 모질게 먹는 나예뻐씨였다.

"흥..두고 봐라...내가 그 콧잔등을 팍 눌러 줄테니"

나고수씨와 자주 바둑을 두면서 남편에 대한 정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차라리 남편이 한 달간 어디 출장이나 갔다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인터넷 바둑을 둘 때 남편이 옆에서 잔소리 늘어놓으면 도대체 집중이 안 돼 떡수를 놓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속에 놀부가 들어앉았는지 하는 말마다 심장을 긁어놓는다.

"쯧.....그 머리로 모를 한다고"

"차라리...강아지한테 교육시키는게 낫지"

"아서라..아서...그것도 수라고 놓니?"

"그러니 맨날 깨지지...무조건 잡는 것밖에 모르냐 너는?"

"이 바보야..니 돌부터 살고 봐야지"

그에 반해 나고수씨는 참 친절하여 2주일이 지난 지금 단수가 뭐고 환격이 뭔지 조금씩 알아가는 자신이 대견하기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대국 후 복기를 하는 중이었다.

"많이 느신 것 같네요..."

"다 싸부님 덕분이죠. 정말 감사해요"

"아닙니다...그만큼 열심히 하신 덕분이죠..그런데..."

"예?"

"대회 날짜가 얼마 안 남았죠?"

"예.....초조해 죽겠어요"

"사실 이렇게 온라인으로 지도하다 보면 제대루 설명하기가 어렵거든요?"

"???"

"그래서 내일부터는 만나서 지도하면 어떨까요?"

화면에 글이 뜨는 순간 나예뻐씨의 얼굴은 성냥불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도 데이트는 데이트 아닌가? 남편과 결혼한지 외간 남자하고는 커피 한잔도 못 마셔본 상태라...

마주보고 앉아있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떤 사람일까?
평소 스타일로 보면 아주 자상하고 매너도 캡이니 얼굴도 디카프리오 뺨칠거야...

나예뻐씨의 상상 속에는 그 옛날 동화책에서 보았던 온갖 왕자들의 모습이 클로즈업됨과 동시에 꾀죄죄한 남편의 모습도 겹쳐졌다.

"흥...봐..나 아직 인기 캡이라구..."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