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바둑을 타고... #1

흥..쳇...칫.. 지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 났다고...

나예뻐씨는 남편인 미생마씨가 출근하건 말건 이불을 확 뒤집어쓰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고 있는 중이었다.

나예뻐씨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인 양곤마씨는 바둑에 미쳐있다시피 할 정도로 바둑광이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는 크건작건 각종 바둑대회가 열리고 그에 따라 각종 상품과 회식도 줄을 잇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의 불만이 여기저기 튀어나오고, 특히나 상대적으로 바둑에 문외한인 여사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였다.

이에 양곤마씨는 전 사원의 단결을 모토로 새로운 대회를 제안하였는데 그 내용이란 게 기발하였다.

*** 초보자 바둑대회 개최 ***
대상 : 현재까지 회사 내 바둑대회에 한번도 참가하지 못한 사원
상품 : 우승 : 한달간 유럽 여행 경비 일체 제공(가족 포함)
준우승 : 일주일간 유럽 여행 경비(가족 포함)

공고문을 읽는 순간 나예뻐씨의 눈동자는 이경규의 눈알보다도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신혼여행도 외국은 커녕 서울 호텔방에서 하루만 지낸 상태에서 꿈에도 그리던 유럽일주 여행을 할 수 있다니 그게 어디인가???

더군다나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전 참가자가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니 여건도 동등한 편이 아닌가???

나예뻐씨의 뇌리에는 남편의 얼굴이 불현 듯 떠올랐다. 어느 날인가 남편이 3급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조금만 교육받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3급이라면 엄청 쌜 테니....

그날 나예뻐씨는 없는 돈에 큰 맘 먹고 수산시장에 가서 싱싱한 게 5마리를 사왔다. 남편에게 배우자면 일단 아부부터 해야 하는법.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게 찌개를 끓일 요량이었다.

역시나 미생마씨는 들어오기가 무섭게 환호성을 지르며 게걸스레 그 많은 찌개를 다 비웠음은 물론이다. 상을 물린 후 거실에 앉아 무료하게 TV를 보고있는 남편 앞으로 바싹 다가앉은 나예뻐씨...

화장과 함께 향수까지 듬뿍 뿌린 누가봐도 쎅시한 모습으로 애교를 부리며 말을 부치기 시작했다.

"자기야~~~"

"응?"

"아...이..자기양~~~나좀 봐봐...."

"응? 왜..."

"................."

가슴속부터 울분이 치어 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이란 작자의 눈은 TV에 고정시킨 채 건성으로 대답만 하고 있으니....

그래 여행을 위해 참자 참어....
치미는 화를 참으며 다시 한 번 아양을 떨었다.

"아이..자기야~앙~~~~나좀 봐~봐~~응??? 응????"

"왜..그래? 이 여자가 게 찌개를 먹더니 원기가 솟나?
그저께 했잖어..."

"아이..그런게 아니고 있지?
울 회사에서 바둑대회가 열리걸랑?
근데 여차저차 조차이차 주저리저저리 너블나불 요로콩조로콩 한단 말야 홍홍...."

"........."

"그러니까 나좀 도와줘라 응? 자기 바둑 잘 두잖아....
그래서 우리 둘이 유럽여행 떠나자 응?응?응?"

"바둑이 아무나 하는줄 알어? 한 달만에 배우게?"

"모...나도 학교다닐 때 공부 잘했다 치.... 그런거 외우면 되지 모"

"........"

"그러니 자기야 한 번만 갈켜주라 응?
내가 이따 화끈한 써비스 해줄게..."

"바둑판 갔구 와봐 그럼..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보게.
이따 써비스 확실히 해주는거다?"
(방긋..방긋) "알았어"

그렇게 해서 바둑판을 보고 마주 앉기는 했는데 결과는 흑집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백집만 존재.. 것도 흑돌 21점을 놓은 상태에서의 결과...

그날 밤 잠자리에 누운 나예뻐씨는 아까의 광경이 눈앞에 아스런히 그려지며 잠이 오지 않는다. 바둑 진 것은 초보자니 그렇다고 쳐도 남편의 말 한마디가 너무나도 서운한 것이다.

"봐...이렇게 새까맣게 깔고도 다 죽어놓고 무슨 바둑이야?
그냥 포기해....바둑은 아무나 하는 줄 아나?"

그나마 살을 섞었던 가장 기대했던 남편에게 저런 말을 들으니 분은 커녕 눈물만 나올 뿐이었다.

"칫..모... 나만 잘 살자고 그러나? 신혼여행도 안 시켜 줬으면서..."

to be continue.....

사랑과 정이 넘치는 "경인마을" 동호회로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