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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여행[2] |
| 글쓴이 은행정 조회 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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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제주까지 꼬박 밤을 새워 바다를 가른다.
제주에 닿는 예정 시각이 아침 08:00이다. 장장 13시간을 바다에 갇혀
배 안에 있어야 한다. 호화 유람선이 아닌 일반 여객선의 3등 손님에게
13시간이란 지루함과의 동행이다. 서너 시간은 그런 대로 견딜 만 하다.
일단의 중국 여행객들이 3층 중앙 휴게실을 점령하여 소음이 바다를
이루었다. 우리네가 그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는 일이지만 참말로
짱골라라는 말이 하나 틀린 게 없다. 웬 말이 그렇게 많고 시끄럽기는
왜 그다지도 소란한지 연못의 개구리 울음 소리가 한결 나은 성 싶다.
가진 게 없으면 미련하여 진다고 누가 말한 사람 없는지 모르겠다.
배에서 밥 한끼 먹어도 충분하고 술잔을 부딪히면 모양새도 좋으련만
비쌀 거라는 지레짐작에 멍청하게도 부두에서 짜장면으로 미리 배를
채웠는데 지나고 보니 배 안에서 술잔을 부딪히지 못한 게 억울하였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아내는 제주도를 꽤나 가고 싶어하였다.
어쩌다 이야기 끝이면 제주도를 갈 수 있으려나 하고 시켜 달라는 것보다
더하게 갈 수 없는 현실에 늘 남편인 나를 끼어 넣고 있었다. 그래 언젠가 틈이 난다면 반드시 제주도를 데려가마 하고 내심 작심을 하고 있었다.
밥장사 10년을 때려치웠다. 토요일 때려치우기 무섭게 월요일 바로
제주도 가는 밤배를 탔다. 속내 모르는 남들은 그간 엔간히 벌었을 거라고
지레짐작을 한다. 못 벌었다는 것이 창피하여 우리 내외는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웬만큼 벌었다고 하였다. 하긴 이런 여행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직 늙었다 하기엔 이른 부부가 훌훌 털어 버리고 며칠을 돌아다닌다는
것이 웬만큼 벌지 않았으면 가당치나 한 이야기이겠는가. 어쩌면 가진 것이
없기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아이들 셋은 다 컸고 그들은 그들대로
살 궁리를 하니 비록 가진 없다하나 그만하면 벌었다는 생각도 한다.
어떤 낭만에 대하여 그 가운데 서서 그 맛과 멋을 찾기란 진정 꿈같은
이야기인지 모른다. 굳이 또 하나의 어떤 그림을 그리려 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아내와 제주도를 간다면 배를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진정 낭만이 아니었나 한다. 가고 싶은 설레는 마음이 낭만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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