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의) 청춘베이스볼  --줄거리와 구상 

소설 -- 일그러진 청춘 1











과학자가 되고싶은 샌님타입의 강바람은 웬지 속은 기분이었다. 중학선생님들은 

고교에만 가면 마음껏 놀 수 있다고 말했지만 고교는 더 입시를 강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월요일마다 치르는 주초고사 국영수시험이 그의 주말의 자유까지 앗아간 

느낌은, 중학 선생님들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벌써 지친 느낌이었다. 단짝 친구 재우와 그는 또 대학캠퍼스 호수가에서 아침 

데이트를 시작했다. 재우는 벌써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에게도 권하지만 그건 

안될 말씀. 고교생활에 대한 불만들을 토로하는 그들. 재우는 그날 따라 캠퍼스를 

걸어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자전거를 출발시켰다. 

그 역시 재우를 급히 따른다. 



"왜 그렇게 서두르는데 ? "

"그냥 따라오면 알게되어 있어~~. "

그는 자전거를 탄 여학생을 따르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정말 예쁘게 생겼을 

것 같은 날씬하고 아름다운 뒷모습이었다. 바람이 나풀거리는 머릿결이 너무 아

름다웠다. 그리고...한참 후 그는 그 여학생 옆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탐스러운 가

슴이 매력적이었고 옆얼굴 프로필도 멋졌다. 턱이 갸름한 달걀형 건강 미인. 앞얼

굴도 따봉이었다. 녀석이 부러웠다. 



" 안녕~~ 다희야~~ 좋은 아침이야--- "

" 어~~ 그래 재우구나 ? 아침부터 만나네--"

" 뭐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그럴 수 있는 거 아니겠어 ? ^^ "

" 그런 것도 인연 축에 드는 거니 ? 해석이 맘대로구나 ? "

" 인생은 비슷한 거야 ~! 다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인생을 만들지 않겠

니 ? "

" 어쭈~~ 많이 컸다~~ "

"그럼--- 몇 달동안 키도 2센치 컸지 ! 크헤헤~~   문학부도 2년 다됐는데~~ 문

장력도 커나가야지~ "

" 짜식 그래 부지런히 커나가라~~ "

"어이~~ 우리 샌님친구~~ 너무 뚫어져라 바라보지 마~~ 쟨 내가 찍었단 말야~~ "

"야~~ 크라고 했다고 그렇게까지 오바하고 마냐 ? 그럼 너 맞는다 ? "

"아싸라비야~~ 뭐 누가 맞을 거리를 준대나 ? "

혀를 낼름 거리며 그의 자전거는 도망간다. 



"그런데 누구냐 ? 너보다도 더 샌님친구 데리고 다니는구나~~ "

"어~~ 국민학교 때 친구였는데 우리반 됐어~ "

"너보다는 더 문학반에 맞겠는데-- "

" 어허~` 무슨 말쌈 ? 이몸만한 문학 천재가 또 있을 손가 ! 하지만, 제자 하나 

키워볼 셈으로 열심히 권유 중에 있다. 아마도 너 보고 가입하지 않겠냐 ? ^^ 크

흑~~ " 

"고롬 고롬~~ 나보고 가입한 애들이 중학시절에도 줄을 섰다야 ~! ^^

" 허허~~ 윤다희씨, 고로코롬 멋대로 해석하니까 글이 엉망인 거예요~~ ! "

"너~~ 정말 죽을래 ? 너 잡히면 죽는다~~ "

"멋대로 윤다희씨~~ 신문기자는 집어치우고 소설가나 되어볼 생각해보셔~~ 먼저 

갑니다~~ 메롱~~"

혀를 낼름거리며 그의 자전거는 도망친다. 



학교 자전거보관소. 자전거를 급히 새우고 다희를 피해 도망치듯 뛰어가며 그는 

물었다.



"바람아, 쟤 어떠냐 ? 네 형수감으로 맘에 드냐 ? "

" 으응~~ 엄청 미인인데-- 걔 만나려고 몇일 전부터 캠퍼스에서 만나자고 한거

야 ? "

"걔가 꼴에 캠퍼스산책을 엄청 좋아해요 ~! 뭐 대학생 오빠들이 데이트신청에 줄

을 선다나 ? "

" 사복 입으면 정말 대학생으로도 볼 수 있겠던데 ! "

" 그래 ~ ! 걔가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가슴이면 가슴 빠진 데가 없어요 !

정말 탈랜트해도 될 것 같더라고. 그래서 그런지, 기가 너무 세서 말야. 콧대 좀 

죽이는 비결이 없겠냐 ? "



계단 



" 네가 모르는데 내가 뭐 알겠냐 ? 그런데 싸움도 그리 잘하는 거야 ? "

" 응...중학시절에 몇 번 맞았거든. 프로포즈 하다가 말야. 걔한테 맞는 놈들이 몇 

트럭은 됐다. "

" 야, 대단하네--. 그럼 걔는 남자친구가 없는 거야 ? "

" 친구는 많지 ! 이 몸도 친구고. 한데 이성으로 대하질 않아요. 봐서 알잖니 ! "

" 으응 ~! "

" 어때 ? 너도 맘에 들면 도전해보지 않을래 ? 문학부에 들어오라니깐 ~~! "

" 나는 과학자가 될 건데 ~! "

" 또 그 소리냐 ? 야, 과학이 무슨 재미냐 ? 남자란 말야, 자고이래로 인생을 알

고 문학을 알고 여자를 알아야한다고 했다 ! 그 길이 뭐냐 ? 문학을 해봐 ! 그럼 

다 알게 되거든 ~! "

" 그러게 ~! 너도 국민학교 때는 나같이 샌님이었잖아 ! "

" 그럼 ~! 이몸도 중학 2학년 때까지는 샌님이라 불리웠었지 ! "



복도 



" 그런데 ? "

" 말했잖어 ! 문학부 되고 나 사람 많이 변했다~ ! 재밌어졌잖니 ? "

" 응 ! 맞어. 나 첨에 너 보고 많이 놀랬거든. 엄청 변했더라구 ! "

" 그러니까 문학을 해야한단 말야. 너 같은 애들이 딱 문학을 배워야 철이 든다. 

샌님 딱지를 뗄 수 있단 말이지, 말이지 말야 ! " 

" 응..그래 그럼 한번 생각은 해볼게. "

" 생각이고 자시고 뭐 있어 ? 그냥 하면 되는 거지. 오늘 방가 후에 나하고 같이 

가는 거야. 알았지 ?  "

" 그...글쎄...생각해봐야 하는데... "

" 짜식이 형님말 안들을 거야 ? "

" 형님 형님 할래 ? "

"그러게 문학을 알아야 친구대접을 해줄 거 아니냐구 ? 너같은 샌님을 누가 친구

로 대접하냐 ?! "

" 야, 너 말 다했냐 ? 나 너보다 키도 크다. 공부도 잘해 ! "

" 공부 ? 키 ? 엿 먹어라고 해~! 그런 건 우린 안 쳐줘~~! "

" 으아~~ 참나, 아는 것 좀 많다고 정말 너무 한다야... "

"다 너하고 우정을 위해서다. 너도 좀 재밌는 구석이 있어야 같이 놀 거 아니냐

구 ? "



교실 



"그..그래 ? 그럼...한번 고려해볼게. "

"으아 답답하다. 너 약속 안하면 나 너하고 안논다 ~! "

"(시무룩) 알았어. 그럼 한번 같이 가고 나서 결정할게... ".

" 그래 약속이다 ~! "



(문학부 활동 나오면서 )

(나레이션) 나는 그렇게 내 청춘의 새로운 문을 들어서게 되었다. 

재우가 찍었다던 다희라는 애는 정말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가 있을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기 일수였다. 아마도 재우의 강력한 

권유가 없었더래도 아마도 그녀를 찾아 문학부에 입부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한번 들어온 그곳, 문학부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빠질 수 없는 

새로운 공간이 되었다.



나하고 너무 다른 애들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할 수가 있는지. 내 딴에는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다고 믿었건만 정말 재우 말대로 난 샌님이요 못난이였음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원탁에 앉아 자유토론을 벌일 때 내 차례가 되면 난 얼굴이 벌게져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고, 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할 수 없었다. 나의 새로운 청춘의 

물살은 그렇게 문학부에서 재우와 다희를 통해 밀려들었던 것이다.



(일주일후쯤 다시 캠퍼스)



" 어, 지금이 7시 30분이니까 15분쯤 후에 다희가 온다. "



재우가 말하지 않아도 이젠 그녀의 출현시간을 어림할 수 있었다. 날마다 아침이

면 그녀를 볼 수 있다는 행복감으로 생동감을 느꼈고 그런 기쁨을 재우에게 들키

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어려움이었다. 



" 바람아, 난 걔하고 안되는 걸까 ? "

" 왜 ? 꽤나 잘 통하던데. "

" 아니, 벌써 몇 번째 거절당한 건지 모르겠다. 키가 작아서 그러나, 싸움을 못해

서 그러나, 공부가 딸려서 그러나...(한숨) "

" 글쎄, 너무 서두르는 거 아냐 ? 지금은 친구로서 만족할 수도 있잖아. "

"그렇기는 한데, 이 몸이 청춘이잖니. 데이트도 해보고 사랑도 배워볼 나이 아닌

가 ? 춘향이도 28청춘 16세에 사랑을 했잖아. "

"너무 서두르지 마. 너를 가꿔가면 걔도 널 인정해줄 때가 있지 않을까 ? "

" 니가 내 맘을 다 몰라. 중2때부터 얼마나 가슴앓이를 해왔는지 모른다. 작년부

터 몇 번이나 도전했는데, 그때마다 좌절감의 아픔이 가슴을 찌른다. "

" 그런데 너 좀 무리하는 거 아니냐 ? 살이 좀 빠진 것 같은데. "

" 난 사실, 걔한테 인정을 좀 받고 싶다. 싸움으로는 당할 수도 없으니까 공부라

도 좀 보여줘야지. 넌 반에서 2등이잖아. 난 10위권 저 밑이야. 중2때까진 그래도 

5등 안에는 들었는데, 그래서 일단 5등 진입이 목표다. "

"서서히 해. 문학도 너무 열심히 하는데 공부까지.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라고. "

" 아니, 내 달라진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고야 말겠어. 올해 안에는 1등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 "

" 글쎄, 난 이젠 공부는 좀 시들해지고 문학이 너무 재밌던데. "

" 문학 참 좋은 거지 ! 그런데 거지되기 쉬운게 또 문학이 아니겠냐. "

" 난 말야, 너를 만난게 내 인생의 축복이란 생각을 하고 있어. 널 만나지 못했다

면 난 영원히 샌님처럼 살아갔을 테니까. "

" 후후...이제야 형님 고마운 것을 아는구나. 그럼 그 고마움을 다희에게도 좀 나

눠 줘. 난 다희 얼굴 보러 문학을 시작했고 네 가입도 다희에게 잘 보이고 싶어

서였으니까. "

" 그래, 다희 참 예쁘고 재밌더라. "

" 너도 좋아하지 ? 응 ? "

" 아, 아니.... "



얼굴이 달아올랐을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짜식 형님앞이라고 겸손하기는 ! 적당히 좋아해도 괜찮아. 걔 안 좋아하면 남자

도 아니지 ! 다만 내가 포기할 때까진 사귈 생각하면 나하곤 끝장이니까, 자제는 

하시고 ! 알았지 ? "

" 내 인기 알잖어. 그런 능력이 되겠냐 ? "

" 아쭈~~ 주제는 아시는군 ~~! "

" 어~~ 저기 다희 아냐 ? '

" 어~~ 왔구나~~ 출발이다~~ 오케바리~~ "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의 다희 자전거를 따라잡았다. 



" 어이~~ 윤다희~~ 오늘도 인연이네~~ 날마다 인연이 깊어지는군 ~ "

" 너~~ 호수에서 기다렸지~~ 날마다 운으로 만나는 게 말이 되냐 ? "

" 어~~ 너 모르냐 ? 인연과 운명이란 말야, 노력으로 만드는 거예요 ! "

" 어허~~ 짜식이... 언제부터 문학을 했다고 똑똑한 척 하시나 ? "

" 문학도 공부도 나 널 추월하기로 맘 먹었다~! "

" 어쭈~~ 엄청 과욕이시구만 ~! 맘 먹은대로 다되면 꼴찌는 왜 있냐 ? "

" 남아일언 중천금이라 ~! 두고 보면 아실 날이 있겠지 ? "

" 그래 ? 그럼 너 일등한번 해봐 ~! "

" 그럼 뭐 데이트 해줄 거냐 ? "

" 에고 꿈이 야무지셔~! 일단 먼저 해보시라니깐 ~! "

" 감동의 물결은 그때 가봐야 아시겠다 ? "

" 어허~~ 정말 만만치 않네 ~ 내 대사를 이젠 다 알고 있잖아 ~! ^^ "

" 고롬 고롬 ~ !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데여--" 

" 그런데 너 살이 좀 빠졌다. 공부 잘하고 문학 잘해도 나 비실한 애와는 안 논

다 ~ 알지 ? "

" 어련하시겠어요?? 공주마마~~ "

" 바람이도 안녕 ?? "

" 으응~~ 반가워~~ ^^; "

" 해 넘어가기 전에 인사해서 대견하시겠네요~~ "

"너무 뒤에 있어서 못 봤잖오~~ "

" 나하고 항상 같이 붙어다는 거 알잖오 ? "

" 그래 그래 알았다. 숨넘어가니까 오늘은 이만 하자-- "

" 그래~~ 이번 달에도 5등은 꼭 사수해라-- 나도 5등 진입할랜다~~ "



우린 그렇게 시험을 코앞에 두고도 문학부 활동을 계속해나갔다. 

나도 이젠 얼굴이 벌게지지 않게 되었고 어떤 말을 해야할지 준비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내 문학적 지식도 말빨도 형편없음은 어쩔 수 없었다.



중간고사 3일전부터 우린 독서실을 잡아두고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하였다. 재우

녀석이 대단했다. 어쩌면 나는 이번에 녀석에게 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

꼈다. 그래서 나 역시 문학 때문에 뒤쳐진 분량을 메우고 부모님께 안심을 시켜

드리기 위해서라도 녀석에게 질 수 없다는 각오로 노력했지만, 재우의 집중력은 

놀라운 바가 있었다. 녀석은 항상 나보다 늦게까지 했고 또 일찍 일어났다. 그렇

게 힘든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해방의 시간, 우린 마음껏 만세를 외치며 자전거를 달렸고 문학부 

선배들과 소주를 마음껏 마신 후에 노래방에서 열정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재우

가 너무 피곤한 얼굴이라 여겨 일찍 빠져나오자고 권했지만 녀석은 정말 광적으

로 노래와 춤에 빠지고 있었다. 다희에게 큰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번에 내가 

이기면 뭔상 줄거야 ?? 데이트 해줄 수 있어 ? 녀석은 친구나 선배도 안중에 없

는 듯 몇 번이고 묻곤 했었다. 다희는 귀찮은 듯, 알았어, 알았다니까를 몇 번이

나 외쳐야만 했다.



다음날, 재우는 캠퍼스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

의 부탁이 아니더래도 내가 녀석의 집에 들려 알아봐야만 했다. 녀석은 과로임이 

분명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입원중이었다. 하루 이틀 정도 더 안정을 

하면 좋아질 거라는 의사의 말이 있었다고.



녀석이 없는 생활이 이리도 허전한 것인지 난 미처 알지 못했다. 뭐 하나가 빠진 

듯 가슴이 허전할 뿐이었다. 난 미친 듯이 자전거를 달리고 또 달려 허전한 마음

을 달래며 녀석의 빠른 퇴원을 기원했다. 

하지면 녀석은 다음날도 다음날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걱정이 되어 다시 병문안. 

녀석의 상태가 생각보다 나빴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았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멀쩡하던 녀석이 왜 이리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녀석은 3일 후 눈을 감았다. 입원 일주일만에. 

허무한 일이었다. 마치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

다. 

난 한없는 눈물을 흘리며 그 믿기지 않은 일을 어이 해석해야하나 알 수 없었다. 

장래식에서도 나는 녀석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녀석의 몸에 흙을 덮으려

는데 뛰어들고 말았다. 모두들 말리는 그 모습들도 꿈만 같았다. 



삼일 후 일요일, 재우의 여동생이 전화를 해왔다. 집으로 좀 와달라고. 난 무거운 

걸음으로 그 집을 찾았다. 



"오빠의 유언이 있었어요."



재덕의 목소리는 아직도 슬픔에 깊이 잠긴 다소곤한 목소리였다.



"일기장과 문학노트들은 가족들이 읽은 후 바람오빠에게 주라고. 아빠 엄마는 일

기장을 대충 읽기는 했지만, 오빠 생각만 해도 고통스러워 더 읽기 힘드시나봐요. 

엄마가 상심해서인지 탈진을 해서 입원을 했어요. 그래서 아빠도 거기 계시구요. 

나도 이걸 전해주고 들려봐야해요. "



"바람 오빠 말고도 친한 중학친구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왜 이 일기장을 오빠

에게 주라고 했는지 알 수 없었어요. "



바람도 그걸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일기를 보니 대충 감이 오더라구요. 아마도 오빠가 가장 슬퍼할 거라는 

걸 알았나봐요. "



재덕의 눈가에 흔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람도 눈물 콧물로 말을 할 수 없었

다. 



" (코먹은 목소리로) 알았어. 고맙다. 난 아직도 재우가 죽었다는게 믿기지가 않

아. 같이 공부하고 같이 자전거 타며 같이 놀았는데 나보다 강해보이는 재우가 

왜.... ? "



비통스러워 눈물 콧물로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가족들 모두 그래요.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칠지는 꿈에도 몰랐거든요. 오빠, 이걸 

잘 간직해주세요. 어쩌면 오빠의 소원을 바람오빠가 이뤄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



"그래, 소중히 간직할게. 그리고 세상에 재우가 살았었다고, 어떤 생각 어떤 꿈을 

간직한 아이였다고 알릴 수 있도록 해볼게. "



" 고마워요 오빠. 다음에 마음이 진정되면 다시 보기로 해요. "

" 그래, 그러자꾸나. "



[NA] 



<그날부터 나는 재우의 일기장과 문학노트 그리고 그가 물려준 책들을 읽기 시

작했다. 그날이 재우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새로운 날이라는 것을 당시는 알지 

못했다. 그가 문학에 입문한 다음부터 그가 쌓은 문학수업은 자신의 것이 되었고, 

다희를 향한 사랑도 그의 것이 되고 있었다. 재우가 가고자 했던 길, 문학과 사랑

을 내가 이루리라는 다짐을 서서히 굳히고 있었다. 



나만이 충격을 받은 건 아니었나 보다. 문학부 모두는 한동안 침울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나 시험이 끝난 후 그에게 술을 먹인 선배들은 심한 죄책

감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윤다희. 그녀도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애써 태연한척 즐거우려 

노력을 했지만 그것이 더 애처로움을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연극도 힘들었는지 

차츰 웃음을 잃어갔고 쾌활함도 잃어갔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문학부에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



바람은 몇 번이나 그녀를 만나 예전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그 누구의 책임

도 아닌 재우의 운명일 뿐이었다고. 재우의 꿈은 문학을 하면서 다희군과 멋진 

사랑을 이뤄보는 거였다고. 



" 아무리 말해도 소용 없어요. 그를 죽인 반 이상의 책임은 내 몫인 걸요. 나는 

마음에서 감동이 일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소신이었어요. 그래서 말끝마다 

날 감동시켜봐 하고 요구했던 거구요. 재우는 문학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그리고 

공부로도 이번에 날 감동시킬 뻔 했어요. 아마도 일주일만 더 살았더래도 데이트 

한번은 해볼 수 있었을지 모르죠. 바람군이 4등으로 처진 반면 재우가 이번에 2

등을 했더라구요. 걔 성적 잘 알고 있었죠. 반에서 15등이 평소실력이었어요. 걔

가 이번에 남긴 많은 글들도 날 놀래키기에 충분했죠. 공부도 문학도 날 감동시

킨 셈이에요. 그런데, 걔는 이제 없죠. 감동 때문에 목숨을 건 거에요. 난 재우를 

생각하면 죄책감에 잠을 이룰 수가 없네요. 그냥 재우가 있었던 곳에서 벗어나 

걔를 잊고 싶은 마음 뿐. "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곤 했다. 

난 몇 번이나 그녀를 설득해봤지만 내 능력밖의 일이었다. 문학부는 한동안 더 

침체상태를 이어갔다. 남녀 에이스 격인 재우와 다희의 자리는 그토록 컸던 것이

다. 그러나 바람은 문학부를 떠나지 않았다. 다희가 언젠가는 되돌아와줄 거라 믿

으며. 



그런데 다희의 소문은 좋지 않게 나고 있었다. 대학생과 데이트 장면을 봤다는 

애들이 많았고 소문은 그녀를 날라리로 만들고 말았다. 밝고 청순한 공주님에서 

날라리로의 전락인 셈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성적은 마냥 떨어지고 있었고 안 좋

은 애들과 어울린다는 소문이었다.



' 재우야, 네 바람이 이것은 아니었잖니 ? 아무리 사랑을 이룰 수 없었다지만 이

건 너무하잖니 ?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네 문학의 길도 다희가 없으니 

허전하고, 네 다희에 대한 사랑도 나는 이뤄줄 수 없을 것 같구나. 너라면 어떡하

겠니 ? 네가 지금 살아있다면 말야. 문학을 포기하고 다희를 쫓아다니는 게 옳은 

일일까 ? '



그러던 어느 초 여름날 다희가 문학부를 찾았다. 그리고 그를 불러냈다. 할 얘기

가 있으니 나가자고. 그는 어떤 설레임과 긴장감을 같이 안고 나갔다.

사복 차림의 그녀는 술을 좀 사달라고 졸랐다. 그녀의 강한 요구를 이겨낼 수 없

어 같이 따랐다. 술집 입구에 들어서다가 그녀는 멈칫했다. 바람이 학생복 차림인 

것이다. 발걸음을 돌려 편의점에 들렸고 소주를 네병 그리고 안주감을 사들고 나

왔다. 네병은 너무 많다는 게 그의 불안감.



시간은 7시 가까이 되고 있었다. 아직도 여름 해는 한참인데 그들은 캠퍼스 벤치

에 앉아 말없이 소주잔을 비우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혼자서 한병을 다 비웠나

보다. 너무 많은데 하는 불안감. 



" 문학은 어때 ? "

약간 술기운이 도는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약간은 유혹적이라는 느낌은 왜일

까 ?



"재밌어. 내가 모르던 너무 많은 인생 얘기들을 접하면서 재우가 옳았다는 걸 알

았지. 문학은 인생을 가르쳐주는 교과서 같다고나 할까 ? "



"교과서 ? 너 아직도 교과서 좋아하나 보구나 ? "

키들거리는 묘한 웃음기가 약간은 시비조이면서도 장난기 어린 유혹조이다.



"너나 재우가 있었다면 정말 행복한 수업일 거야. 하지만 인생의 스승들이 있고 

문학 안의 친구들이 있으니, 이 길은 가 볼만한 길인 것 같아. "



" 허.. 문학도다워지고 있네요 ! "



그녀는 점차 눈이 풀리며 감기고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왜 그토록 고

혹적인지. 방심한 듯한 여체, 그리고 저 매혹적인 입술. 



" 재우, 지금 살아있다면 어떨 것 같아 ? "



" 재우 ? 재우는 없어 ~! 걔 얘긴 하지마 ~! 나 걘 잊어버릴 거야 ~! "



" 너무 억지로 잊으려 노력하는 거 아닐까 ? 차라리 그냥 살아있다고 생각하면 

안돼 ?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고 말야. "



" 나도 문학 공부했어. 왜 그런 생각 안 해봤겠어. 하지만 안 돼 ! 모두들 아는 

걸 ! 걔가 있었고, 어느 날부터 없어졌는지 ! 걔가 누구 때문에 왜 죽어갔는지 ! 

"



" 술 그만 먹어. 벌써 2병을 거의 혼자서 비우고 있잖아. "



" 나, 주량이 4병이야. 걱정 하지마 ~! "

이젠 혀도 꼬부라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그녀의 흐트러진 몸매가 유혹적으로 느

껴지는 건 왜일지.



" 나, 재우 없는 곳으로 갈 거야 ! 여기는 산 감옥 같거든 ~! "



"여길 떠난다구 ? "



스프링이 튕기듯 내몸은 놀랬고 눈은 아마 한참 커졌을 것만 같다.



" 그래, 나 수속 중이야. 어머니가 이모댁으로 날 데려다 준댔거든 ! 같이 살기도 

해주고..."



아...이건 예정에 없던 비감이었다. 

'재우야, 이 일을 어이하면 좋겠니 ? 예상보다 그녀는 널 많이 생각했었나봐. 그

게 기쁘니 ? 네가 살았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 ? '



" 재우를 그렇게 많이 생각해줬는지 몰랐어. 그냥 많은 친구들 중 하나라 생각했

는데. "



" 재우 ? 사실 나 많이 감동시켰어. 나 몇 번이나 넘어갈 뻔했거든. 그랬으면 아

마 걔 안 죽었을 텐데...........  내 자존심이 걜 죽인 셈이지. 공주님으로 계속 불리

고 싶어서 말야. 흐..."



그녀는 이제 눈을 감은 체 몸시 힘들어했다. 해는 져서 여름저녁의 바람이 상쾌

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어쩌면 재우가 바랬던 데이트가 이런 시간 이런 장소였을

지 모른다. 불쌍한 녀석..



" 난, 재우의 일기장을 물려받았고, 문학노트들도 물려받았어. 걔 문학 인생을 내

가 대신해주겠다고 다짐했었지. 걔의 바람, 사랑도 대신...."



난 조금 설레고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재우에게 줄 사랑이 있다면 

나에게 주면 어떻겠느냐는 설레는 기대감.



" 강바람... 널 속이지 마. 넌 재우 때문이 아니라 네 스스로 날 좋아한 거 아냐 ? 

네 눈이 오래 전부터 그렇게 말한 것 같던데. "



가슴이 뜨끔 찔리는 기분이었다. 눈도 감고 몸도 주체못해 쓰러져갈 것만 같은데 

아직도 의식이 멀쩡한 것인지. 



냉소어린 곁눈질을 멈추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할말이 없지 ? 나도 남자들의 여러 눈빛 많이 경험해봤거든. 재우는 바보지. 지

가 못해볼 것 같으면 아마도 너에게 날 맡길 심산이었을지도 몰라.  "



'설마... 재우가... '

 그건 너무 미안한 일이 아닌가 



" 너도 꽤나 괜찮더라. 샌님다운 것도 꼭 싫은 것만도 아니었고. 재우가 좋아하는 

타입이고 나도 좋아하는 타입이긴 해. 다만 감동을 줄 수 없어서 탈이지. "



그녀의 마음을 아는 기쁨. 스스로에게 가능성이 있었다. 나를 위해서도 재우를 위

해서도 그녀를 잡고 싶어졌다. 용기가 필요해 !



" 고마워. 나도 솔직히 말할게. 나도 너 엄청 좋았더랬어. 재우가 너무 좋아해 나

설 수 없었지만. 걔 소원을 대신 이루기 위해서라도 난 널 꼭 붙잡고 싶다. 프로

프즈라고 생각해도 좋아. "



그녀는 갑자기 풀린 눈을 뜨며 그를 노려봤다.



" 후후-- 남자가 비겁하긴. 뭐뭐 해도 좋아 ? 누가 그런 줏대 없는 프로포즈를 

인정해준대 ? 난 말야, 가슴이 시원한 남자가 좋더라. 속보이고 덜 배웠어도 시원

한 남자가 좋더라. 넌 아직도 남자로 부족해. 문학도 몰라 ! "



망치로 꽝하고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재우야, 나 어떡하면 좋겠니 ? 나 그녀를 잡으면 안될까 ? 어떡해야 잡을 수 있

지 ? 내가 안잡아주면 다희는 영영 방황하는 거 아닐까 ?  나 어떡하지 ? '



"시원한 남자라..."



난 초조감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였다. 평점심을 찾아라...스스로 명령하면서

" 솔직히 나하곤 거리가 좀 있네. 하지만 나도 솔직하고 정직하긴 하지. 문학을 

조금만 더 배우면 남자답고 시원한 인간이 되지 않을까 ? "



"나 가고 난 다음에 ? 어느 여자랑 ? "

냉소적인 웃음 ?  장난기 반, 시니컬함 반일까 ? 



" 아니 가기 전에. 가급적 오늘이라도. "

"또 또 도라는 말을 쓴다. 확실히 ~! "

" 그래, 바로 오늘 난 널 잡고 싶어 ! "

 바람의 얼굴에 과장된 결단력으로 홍조가 묻어났다. 



" 그래 그래, 그렇게 말해야 남자지 ! "

" 난 다희 널 책임지고 싶다. 내 여자로 만들고 싶어 ! "

긴장과 경직됨 속에서도 어떤 떨임이 있는 목소리였다. 



"금새 남자다워졌네 ~! "

픽~ 하는 장난기 있는 웃음이다.



"그런데 어쩌지 ? 너무 과욕은 패망의 지름길인데.... 여자에게 부담주면 도망가거

든 ! "

약간은 노려보는 것일까 ? 장난기일까 ? 



" 과했나 ? 내 솔직한 심정이었는데. "

겸연쩍음으로 뒷머리를 쓸었다. 



" 솔직했어 ? 그럼 그렇게 넘어가. 다만 큰 기대는 말고. "

알았지 하는 눈빛이다.



"솔직한 감정 말해도 될까 ? "

그는 조심스레 그녀 눈치를 보면서 망설이며 말을 이었다.

"나 ... 오래 전부터 널 안고 싶어 미치겠다. "

왜 한숨을 내쉬는 걸까 ? 그토록 힘들었을까 ?



" 후후.. 정말 많이 시원해졌네. 너무 차가운 건가, 뜨거운 건가 ? 브레이크 파열

은 사망사고인데. 나 태권도 잘하는 거 알지 ? "

주제 파악 하시나요 ?의 눈빛인가 ?



잠시 후, 그녀는 강한 눈길을 풀고 

벤취로 몸을 누이며  서서히 허탈하게 무너져 내렸다.



잠시 후, 한숨 쉬듯



"그래, 나 이젠 공주 아니지.... 죄인인 공주는 이미 죽었지. "



냉소적인 말투, 웃음. 그것이 슬픔인 이유는 ?



그 무엇이 그리도 슬픈지 도리질하는 그녀가 울 것만 같았다. 



"살인의 댓가로 오만했던 공주는 죽어버렸지 ! "



그녀는 힘겹게 눈물을 참고 있었다. 

그도 슬펐다. 너무 심한 그녀의 자책감이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렇게까지 죄값을 

치룰 죄였던가...



허허로운 눈빛일까 ? 아련한 듯한 그 얼굴은 세월의 시공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재우야, 거기 너는 있니 ? 이런 얼굴 본 적 있니 ? 말 좀 해봐....이 친구야....

그도 힘겹게 연민의 울음을 참아야만 했다. 



" 이젠 나, 어려운 여자 아니야. "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내면의 뭔가를 태워버리고 있었다.

너무 아프잖아요... 

너무 그러지 마요. 내 가슴도 타 들어가잖아....

그녀는 계속 자책하듯 한숨쉬며 자신을 공격해댔다. 



" 남자 소원 좀 들어주면 목숨을 보전하는 길인데, 뭐 그렇게 어렵겠어. "



힘없이 감길 것만 같은 가느다란 눈길, 어디를 향해 그 무엇을 던져버리는가 ?

너무 미워하지 마요. 예전의 그대도 사랑스러웠잖아요. 재우도 그런 당신이 좋았

잖아요.



" 재우, 멍청한 자식 ! 차라리 협박을 하던 강압을 하던 할짓을 하고 죽지나 말지 

! "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것이 슬핏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린 것만 같았다.

재우는 사랑은 이루지 못했지만, 사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죽은 후에라도 진한 

사랑을...

재우야 보고있니 ? 네가 사랑했던 여인이 이리도 힘겨운 것을. 

너라면 어이하겠니 ? 왜 말이 없어, 이 친구야....



"이젠 그만, 제발 그만 ! 나도 너무 힘들잖아요. "

내 가슴도 시커멓게 타들어가 재가 될 것만 같아 참지 못했다.

"미.. 미안해요, 정말 그렇게까지 부담 주고 싶진 않았는데... "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아니~~' 하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고 느낄 때에

는, 이미 두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은 후였다. 슬핏 눈가의 눈물이 보였던 듯. 그

는 돌발사태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얼떨결에 그녀를 안았다. 당혹함과 황송함과 

떨리는 기분으로.



"아니, 괜찮아. 괜찮아, 정말... 괜찮아... "

귀에 속삭이듯 힘없이 가느다란 목소리.  그리고 너무 슬픈 여운. 

그리고 무너지듯 그의 품에 기대왔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느껴지고 숨결에서 

흐르는 여인의 향취가 뇌리를 짜릿하게 한다. 남성의 본능이 꿈틀되기 시작했다.



바람의 손이 그녀의 등을 안았다. 눈을 감으며 그녀의 모든 살들을 느끼며 쾌감

의 감각을 음미했다. 남성의 항해가 고무되고 있었다.



"고마워, 나 너무 힘들거든.  " (작은 목소리)



확~하고 엄습하는 진한 여자 내음. 그리고 슬프면서도 사랑스런 이 얼굴. 강력한 

충동 그리고 거룩한 충만감. 

한숨 속에 진한 여성 향취, 풀린 눈길 속에 호소하는 듯한 여성 본능.  강력한 남

성이 폭발하고 있었다. 슬프고도 거룩한 사랑의 본능이 폭발하고 있었다.



"다희... !"



그는 감격에 겨워 더 힘차게 안아들였다. 

강하게,  더 강하게, 더 강하게. 

느끼고 느끼고 느끼며 더 느끼고 싶어 더 강력하게, 더 강력하게.

영원토록, 영원토록, 세상 끝날 때까지 영원토록.

느끼고 느끼고 또 느껴라, 더 많이 더 깊이 더 오래도록.



한동안 그들은 꼭 끌어안은 채 세상이 정지되어버린 듯한 감각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둘은 알지 못한다. 정지된 시간의 진공을.

둘은 떨어지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나른한 행복감의 포만감을 진하게 안은 채.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토록 이 자리에서 꿈같은 충만감을 만끽하게 

하소서.

그들은 오래도록 그 격정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음미하며 포만감을 즐겼다.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 감각의 느낌들, 이 감격의 기쁨을.

영원토록 잊지 않게 하소서. 영원토록 그녀와 사랑하게 하소서.

거룩한 그녀를 평생토록 사랑할 수 있도록 하소서.



그는 기도하듯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 슬프도록 아릅답고, 거룩하도록 숭고한 이 여인을 제 여자이게 하소서.



생각하면 순간의 충동이요 사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연이요 운명이라 믿었다. 

얼마나 소원하였던가 이 여인과의 사랑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이 순간의 아름다움과 행복의 절정감을.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알 수 없었다. 하늘과 대화했던 운명의 진공을.



그녀는 아직도 행복한 충만감으로 밝은 포만감을 노래하고 있었다. 

신이시여, 여자는 꽃입니다. 아침이 다르고 밤이 다르며, 비오는 날이 다르고 맑

게 개인 날이 다른 꽃이로군요. 

맑게 개인 날의 꽃은 오토록 새롭고 싱싱한가 봅니다. 그녀의 달아오른 저 홍조

의 꽃은 맑게 개인 날 저녁의 꽃일까요, 잠들기 전의 수줍은 꽃일까요. 



아름다움이여, 모든 아름다움들이여 물러나라. 이 여인에게 자리를 비켜줘라. 

거룩함이여, 모든 거룩함들이여 자리를 양보하라, 이 여인에게.

행복들이여, 사랑들이여, 귀여움들이여, 물러나라. 너희들은 필요 없나니.

이 여인을 가릴 어떤 거룩함이 있으며, 

이 여인을 어둡게 할 어떤 밝은 빛이 또 있을손가 !



볼수록 아름답고 느낄수록 사랑스런 여인이었다. 

미소로 바라보는 저 눈길 하나만으로 이토록 황홀할 수 있다니 !



오 미의 여신들이여, 오 세계의 신들이시여 

나 이제 그대들에게 더 바랄 그 무엇이 없습니다.

단지 이 여인만을 내 곁에 있게 하소서 !



그들은 이미 연인이 된 느낌이었다. 

잔잔한 미소 속에 너무 행복했고 잔잔한 대화 속에 감각이 속삭였다. 

단지 가슴과 살들과 얼굴들을의 만남이었건만 그 감각들은 계속 속삭이고 있었

다. 가슴의 떨림도 살들의 감격도 얼굴의 뜨거운 흥분도 수줍은 듯 계속 속삭이

고 있었다. 밝은 미소와 장난기 어린 표정과 잔잔한 대화와 그녀 어깨를 스치는 

손길 속에서.



세상의 그 무엇도 그들을 갈라놓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늘과 별과 달님과 나

무들만이 그들을 축복하는 것만 같았다. 시원한 바람소리와 나뭇잎의 사각사각, 

새들의 지저귐이 모두 행복하고 발랄한 감각의 노래들이었고 축복의 인사들이었

다.



그럼에도 아직 남성은 뭔가를 더 바라는 것이 있었나 보다. 

그녀의 탐스런 가슴과 입술은 왜 그리도 남성을 유혹으로 꼬드기는지.

저 유혹적인 눈웃음은 왜 그리도 남성의 가슴을 흔들어대던지.

모든 걸 채웠다고 믿었는데 아니었을까 ? 

더 큰 행복은 없다고 믿었는데 그래도 부족한 것이 더 있었을까 ?



그의 의식은 몰랐지만 본능이라는 놈은 알고 있었나 보다.

뜨거운 불길의 열기를 식혀주는 시간은 알고 있었나 보다.

'주인님, 아직도 부족한 그 뭔가가 더 있걸랑요 ! 그걸 더 채워주세용~~ '

본능은 말하지 못하지만 시간은 잡히진 않지만 그들은 보채댔다.

의식은 그때서야 뭔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눈뜨기 시작했다.



아니 의식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라는 산에는 수많은 탐스런 꽃 봉우리들이 

무수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감성본능으로 올라가는 산행은 포만감을 부르고 쉬어가야한다는 것을 

본능이라는 녀석의 도움으로 눈치채고 쉬어갔을 뿐인지도 모른다. 처음 오르는 

산행의 꽃 봉우리들만으로도 기억 속 사진필름은 다했고 갈아줄 시간이 필요했는

지 모른다. 



그의 본능과 의식 사이의 일시적 충돌은 표정과 눈길과 대화에 어떤 갈등과 어색

함으로 내비쳤을 것이다. 그녀는 남성 본능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 ? 



몇 번을 주저하며 또 망설였다. 그러나 그는 본능의 목소리를 따를 수밖에 없었

다. 의식의 차가운 피가 본능의 뜨거운 피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그들은 별빛을 보며 얘기하던 중이었다. 꿈과 낭만과 우정과 사랑과 운명이라는 

단어로 포장하며. 보람의 오른 손은 그녀의 어깨를 포근히 감쌌고 그녀 오른팔을 

감각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자주 부드러운 맨살의 감촉을 탐색하는 느낌이라고 

그녀는 어렴풋이 느꼈고 그녀도 그 감각을 사랑했다.

  

  보람의 눈과 입은 별을 바라보며 노래하면서도 조용하고도 비밀스럽게 왼쪽 손

이 다희의 가슴에 은근히 닿을 때 그녀는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손으로 저지했다. 

그 손길은 부끄러워 물러나더니 한참 후면 방심한 틈을 타 또 재침범해왔다.  침

범과 퇴각을 반복할 때마다 남자애의 표정은 달라지곤 했었다. 수줍음에서 부끄

러움으로 그리고 미안함과 겸연쩍음에서 서서히 장난기가 어리고 있었다. 그리고 

재침범의 시간은 점차 단축되고 있었다. 



남자애는 한동안 의식과 본능 사이에서 스스로 갈등과 투쟁을 벌려왔다. 그녀의 

방어가 완강할수록 그의 본능의 불길은 더 타올랐기에 그 스스로와의 투쟁은 끝

나가고 망설이는 시간은 줄어든 것이리라. 그녀의 방어는 강하지만 반격의 타격

은 없었기에 자신감과 장난기가 서서히 발동해나갔으리라. 



공격에 가해지는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방어도 완강해졌다. 충돌강도가 높아

갈수록 남자애의 표정은 강해지고 간절한 염원이 담기고 있었다. 장난기도 가시

고 그의 표정엔 의지와 확신이, 그의 눈동자엔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었다. 

그의 간절한 염원의 눈길을 바라보며 한동안 망설이던 그녀의 손이 밑으로 힘없

이 내려오며 방어선을 해제했다. 

그녀 또한 의식과 본능 사이에서 투쟁해왔기에 그의 투지를 이길 수 없다고 무의

식은 판단했는지 모른다.



아, 얼마나 그리던 젖가슴이던가. 풍만하고 부드럽디 보다라운 놀라운 감촉. 떨리

는 손길이 새의 알몸을 느끼듯 감각하고 애무해나갔다. 그녀의 숨결이 가파져왔

다. 

"아.... "



아...아...그의 모든 감각을 손에 집중하려는 듯 그도 눈을 감고 그 놀랍고 신비로

운 감각들을 음미하고 있었다. 아... 이토록 탐스러울 수 있다니, 아...이토록 풍만

할 수 있다니... 그는 한동안 세상의 모든 중심이 거기인 양 두 가슴을 탐하고 또 

탐하고 있었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감각의 세계가 열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신

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오래도록 노래가 되어 흘렀다.



남성 본능은 또 다른 그 무엇인가를 요구했다. ' 더 있어요 더! 더 황홀한 세계를 

모르시나요 주인님 ?! ' 

주인인 의식은 본능의 부름을 이번에도 따르기로 했다. 눈을 떠서 그녀의 황홀한 

표정을 음미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감기고 탐스런 입술이 벌이지고 있었다. 그 큰 젖가슴을 더 

강하게 애무하며 그 탐스런 입술을 덥치는 것으로 본능에게 화답했다.



"읍-- " 

갑작스런 기습에 여인은 당황하며 한동안 고개를 도리질하며 저항했다. 그러나 

집요한 남성의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고 이내 그녀는 체념했다.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며 부드러운 혀가 그에게 밀려온다. 세상이 정지한 것만 같

은 놀라운 달콤함.  두 살들의 치열한 충돌과 만남과 음미과 탐색. 숨이 막힐 듯

한 황홀감이 머리를 치고 있었다. 그녀의 모든 것을 흡입하고 있었다. 그녀의 온

몸과 영혼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아~~ 격렬해지는 신음과 신음... 세상의 모든 것이 혀와 혀 사이에 얽히고 섥히며 

황홀의 노래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 본능은 환호의 축제를 벌렸다.



"아~~ 으흥~`"

그녀의 입에서는 신음이, 몸은 떨리고 뒤틀리며 감동의 세계로 빠지며 키스와 애

무로 두 몸은 얽히고 섥혔다. 



그리고도 치열한 본능과 의식은 또 다른 세계를 탐한다. 여인의 티 속으로 들어

간 왼손이 다시금 브레지어 방어벽을 올리며 맨살의 젖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

다. 세상에 이런 달콤함이란 !! 아... 온 몸이 녹아나는 것 같은 달콤함 ! 부드럽게 

부드럽게 그리고 격렬하고 강하게 또 부드럽게. " 아~~~흐흥~~ " 그녀의 신음소

리는 슬프도록 동물적으로 변했다. 



꽃봉우리는 아직 크진 않았다. 호기심과 신비로운 느낌으로 서서히 탐색하듯 감

각하다가, 쓸어주고 돌려주고 강하게 집어 흔들어줄수록 그녀의 신음소리는 점차 

격렬해지고 온몸을 그에게 압착에 왔다. "아앙~~ 흐헝~~~~~"  아, 그녀의 너무 괴

로운 듯 벌어진 입에서 토하는 신음소리는 너무 크고 괴롭고도 슬픈 짐승의 소리

를 토하고 있었다. 그는 당황해 자신의 입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다시금 살들과 

살들의 영혼흡입시간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긴 황홀과 격정의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거긴 이미 의식은 없었고 세상은 

모두 분홍빛 달콤함과 붉은빛 황홀경만이 있었다. 감각만이 남은 본능의 세계는 

장미밭 환상의 꿈속 여행이었고 주홍색이 명멸하는 무아지경이었다. 세상이 모두 

사라지고 하나가 되어 뒤틀리듯 몸부림치는 두몸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몸도 

영혼도 하나가 되어 끝없이 타오르고 또 타오르고 있었다.



얼마나 황홀함 체험이었던가. 이 것이 사랑의 세계로구나. 문학이 아닌 체험으로, 

몸으로 알게 된 기쁨이 참으로 컸다. 사랑, 사랑... 왜 세상 사람들이 사랑을 노래

하는지 이제는 알 수 있게 되었다. 뇌리 한 구석에, 재우에 대한 미안함. 넌 너무

도 빨리 가고야 말았구나. 애석한 친구..



한편으론 감각의 세계는 놀라운 신비였고 충격이었다. 그토록 고고하고 자존심 

센 미의 여신이 이토록 황홀경에 빠져 온몸을 뒤틀며 짐승의 신음소리로 몸부림

칠 수 있다니 ! 황홀의 극치가 왜 슬픈 짐승이게 하는지 의문이었고 충격이었고 

공포심까지도 일게하였다.



소년과 소녀의 만남이었다. 남자와 여자를 의식했고 남성과 여성으로 발전해나갔

다. 그런데, 의식을 모두 밀친 채 본능의 세계만으로 빠져들면 거긴 동물이 있었

고 짐승이 있었던 것이다. 

학교에선 소년과 소녀로 만났고 밖으로 나오자 남자와 여자가 되었다. 벤취에 앉

아 술과 대화를 주고받을 땐 남성이 서서히 꿈틀거렸다. 포옹을 하면서도 남성과 

여성의 아름다운 화음이라 느꼈다. 그런데 깊은 애무의 세계는 동물에서 짐승으

로 이르고야 마는 길. 그것이 남과 여의 만남의 필연적 운명이란 말인가. 



그들의 한숨은 깊은 포만감의 표현이었다. 여전히 서로를 안고 있지만 이젠 사랑

의 시간은 끝나고 음미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나 흐른 후 그들은 벤취에 

몸을 기댔다.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어깨 위로 얹은 채. 



아, 이토록 고고하고 아름다운 여신을 내가 안았단 말인가. 진정 꿈이 아니기를. 

이토록 탐스럽고 거룩한 젖가슴을 내가 탐했단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 아침, 오후가 되어서도 이런 행운이 나에게 와줄 것이라고 어떻게 감히 상

상할 수 있었단 말인가. 

아,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일이다. 진정 이건 신의 축복이요 일생의 행운이었다. 다

시 이런 행운이 올 수 있다면, 이런 여인을 평생 나의 여자로 할 수 있다면 난  

이 세상에서 못할 일이 없으리라.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아 그녀 쪽으로 밀착하며 어깨 위로 그녀의 유방을 탐해본

다. 아, 다시금 그 감각 그 감격이 되살아난다. 진정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큰 

젖가슴을 힘차게 끌어안자 행복한 정복욕이 그를 남성이라 말한다. 

아잉~~ 하며 그녀가 애교의 목소리와 달리 몸을 흔들며 앙탈스런 몸짓을 해 보인

다. 그를 장난스레 쳐다본다. 혀를 삐쭉 내밀며 왜 또 이래 ? 하는 표정으로. 장

난스럽게, 염탐하듯이. 아, 이토록 귀여운 동물이 있나. 아, 이토록 사랑스러운 존

재가 또 있단 말인가 !



더 이상 고고한 그녀가 아니다.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의 여인일 뿐이다. 

그런 자신감과 사랑스러움이 그녀를 더 힘차게 끌어안게 했다. 그녀는 여전히 호

기심 어린 눈길로 귀여운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나의 세계를 새롭게 체험했다. 그건 신비요 우상에 대한 불경스런 도전이었음

에도 과분한 칭찬을 들은 어린애의 심정이었다. 한번의 체험이 아침과는 너무나 

다른 커다란 남성을 자각케 했다. 몇 시간만에 소년에서 남성으로 변신케하는 비

약적인 성장이 있었던 것이다. 나의 역사에 평생토록 기념할만한 대사건이 아니

겠는가. 90년 6월 12일. 오늘을 잊지 못하리라.



"너 감격했니 ? " 

그가 공상의 세계에서 깨어나며 그녀를 살폈다. 

재밌다는 표정으로 미소지으며.

"응... 아주 많이. "

너무 흐뭇해하는 표정이 귀여운지 그녀는 또 진한 미소를 자아낸다. 

" 처음이지 ? "

"응. 이렇게 놀라운 세계인지 미처 몰랐어. 문학으로 대충 느꼈지만 이 정도일 줄

은 정말."

그녀의 미소가 웬지 그를 동생이나 후배 대하는 누나 같기도 하다. 

"바람은 아마, 여자가 많이 따를 것 같아. "

" 왜 ? "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기에 그의 눈이 똥그래졌다. 



그녀는 빙긋이 웃으며 친절한 선배처럼 

"책에서 보면 여자는 악기와도 같다는 말이 있잖아. 남자의 연주에 따라서 같은 

악기로 여러 음을 내지. 바람의 손길은 웬지 예술자적인 손길이었다고나 할까 ? 

"



"그래 ? " 

여전히 똥그런 눈이 신기한 세계를 발견한 아이처럼 놀랍기만 해서 잘 믿기지 않

은가 보다.

"기쁘기는 한데, 난 내 본능대로 따랐을 뿐인 걸."



" 그 본능, 그 감수성이 좋다는 뜻이겠지. 예술가도 그렇잖아, 귀가 좋아야 좋은 

음을 낼 수 있듯이. "

"내 촉감이 예술가의 귀인가 ? ^^ " 

"나 사실 몇 번 경험이 있어. 그런데 이번이 제일 좋은 느낌이었나 봐. "

" 고마워... "



 그는 말을 이으려다 참았다. 혹시 재우의 느낌이 나로부터 대신 전해진 건 아닐

까 ? 이 말은 안 하는 게 낫겠지.



"나 많이 힘들었어. 재우를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었거든. 사실은 나... 

너하고 이런 관계 맺지 않을 생각이었어. 왠지 널 보면 재우 생각을 떨칠 수 없

을 것 같았걸랑. 그런데 오늘 이 시간은 재우 생각을 해도 그리 힘들지 않은게 

이상해. "



" 글쎄, 재우로부터 도피하려는 게 문제 아니었을까 ? 난 다희가 영영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거든. 영혼의 감옥은 도피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봐. 어디

에 가던 영혼의 감옥은 따라다닐 테니까. "



"영혼의 감옥 ? 문학도 3개월에 많이 늘었네. 그런 표현 비교적 적절한 느낌이야. 

그런데 정말 재우로부터 용서받고 편해지는 길은 있는 걸까 ? "



" 너무 착해도 문제인데, 재우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지 못한 거야. 죽을 각오까

지 하면서 몸을 포기한 건 아니었거든. 자살의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과실

사건인 셈이지. 교통사고나 마찬가지인 셈이지. 지나친 죄책감은 재우 또한 바라

지 않겠지 !"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건가 ? 정말 그 정도로 용서되는 걸까 ? "



" 나는 재우의 문학후계자이고 인생 후계자인 셈이지. 그의 일기를 통해 그의 인

생을 책임지고, 그의 문학노트들을 통해 그의 문학을 대신해줄 생각이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면 재우도 그렇게 말한 거지. 왜냐 ? 나는 재우 인생과 문학의 변호

사요 대변인인 셈이니까. "



"야~~ 말빨 엄청 늘었다 ! 처음엔 정말 말 한마디 못해서 땀을 뻘뻘 흘리던 그 

샌님 맞아 ? 그  달아오른 홍당무 얼굴 하며 ! 여자애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아니 

? ^^ "



"^^ 나도 조금은 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멋진 문구가 잘 떠오는 

걸. 혹시 다희와 인생을 같이 하면 나 명 문학인 되는 것 아닐까 ? ^^ "



" 해몽까지나 !? 누구 제자 아니랍시고 ~!  ^^ "



"아...정말 날씨 좋다. 여름 날씨치고는 엄청 시원하지 않니 ? "



"응... 별도 참 좋네. 오늘이 6월 12일. 오늘 참 잊지 못할 것 같아. 집에 들어가지 

말고 날밤을 새고싶은 기분인 걸 ! ^^ "



" 기말고사 기간이 다되어 가는군. 시험없는 세상 어디 없나 ? "



" 또, 샌님 본능 나오신다 ! 아예 말을 꺼내지 마. 그럼 시험도 없는 거지 뭐. "



"그렇게 생각하니까 성적이 그 모양이었구나 ? ^^ "



"뭐 ? (약간 도끼눈) 여자의 자존심 건드려 뭘 얻을려구 ?! "

주먹을 치켜들 기세다.



"오호~~ 공주님 죄송합니다~~ ! 그런데 그 볼륨 참 탐스럽네요 ?! 제품검사 좀 

해봐도 좋을까요 ? "



그의 손길이 그녀의 가슴을 포근히 안았다.



"어어 ~~? 공주님 지체를 훼손하려는고 ? " 



그녀의 손이 그의 손을 제지한다. 그럼에도 그, 아이처럼 눈을 감고 그 보다라운 

감각의 세계를 포기할 기색이 없다. 그녀도 얉은 신음을 토하며 그 감각의 세계

로 다시금 빠져들고 있었다. 



그 초여름 밤은 참 바람이 좋았고 별이 좋았고 연인들의 육체와 감성의 대화는 

더욱 아름다웠다.





2004 5 10 월 새벽 

수정 1고 2004 5월 12일 수요일 새벽





정말 오래 전에 구상했던 작품 청춘 베이스볼의 첫 부분이었다. 오늘도 나는 장

편작업을 개작하고 있었는데, 웬지 단편이나 드라마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은 

충동을 안았다. 애초 단편 작업용이 아니었기에 예정된 제목도 없는 셈. 일그러진 

청춘이라는 제목은 이글 중반부를 쓰면서 임시로 지은 것이다. 그때만 해도 그들

이 해피엔딩이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두 청춘이 서로를 원하고 그리면서도 

그들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은 채 방황하고 상처입은 청춘 멜로를 생각했던 것이

다. 



아직도 그 가능성은 남아있는 셈이다. 여기서 끝낸다면 해피엔딩이지만 더 이어

진다면 아마도 많은 굴곡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반부를 봐서 알겠지만, 이 글은 소설이 아닌 시나리오 구상용 글을 대사를 넣

어 소설식으로 맞춰본 것이다. 그래서 완전한 소설도 아니요, 그렇다고 시나리오 

시놉도 못된 셈. 양쪽을 겸한다면 겸한 것이고, 한쪽의 기능도 못하는 글일 수도 

있겠다. 



나는 쓰는 중간에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고 또 떨리는 감성도 느꼈다. 오랜만에 

글쓰기의 재미를 만끽한 셈. 읽은 이들은 어떤 느낌으로 읽었는지 궁금하다. 



이미 오래 전에 청춘베이스볼 구상과 줄거리는 올린 적이 있지만

단편으로는 이번에 초고인 셈이다. (물론 완결된 것도 아닌 것 같지만. ^^)

완성된 글이 아니면 올리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일단 반응 테스트 차원에서 올려

보고픈 충동.



여러분들의 감상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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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과 연재를 계속 해야하는지 고민하였습니다. 다리우스님의 강력한 성원에 힘

입이 계속 써나갈 결심을 굳히고 수정 1고를 보게 되었네요. 다리우스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는 심리묘사를 칭찬해줬고 의식의 보강을 원하는 것 같았습니다다. 그래서 이 

수정고는 그쪽을 많이 보강한 셈. 1인칭이 좋을지, 3인칭이 좋을지는 결정을 보지 

못했습니다.

초고와 수정고를 같이 올려볼 생각인데, 어떤게 나은지는 확실히 모르겠네요. 수

정고는 박력이 적고 좀 늘어진 기분도 있기에. 또 수정판은 어쩐지 흐름이 중복

되거나 어색한 부분도 있지 않을지. (붙였다 떼었다하는 것도 쉽진 않더군요. ^^ 

어디에 붙일지도 어려운 부분이 좀 있었고.)



(그런데 원래의 구상에서 많이 벗어난 길로 접어 들어, 원 구상을 살려야할지 포

기하고 새로운 글로 써나가야할지 어렵네요. 전자라면 쉽게 쓸 수는 있는데, 글의 

융통성이 부족하고, 후자라면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네요. 일

단은 마음가는대로 써나가면서 결정을 보기로 하겠습니다. (실은 여기서 결정하

지 않으면 중후반부가 꼬일 확률이 높습니다만 감성의 스스로의 진로를 기대해보

는 거죠. ^^) )



이번 수정판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