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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답없는 너 |
| 글쓴이 ☎~통화중 조회 8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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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 원피스 옷장에서 먼지만 쌓인지도 꽤 됬다
기억나니?
아침에 날 데리러 오면서 전화로 물었었지
오늘은 뭐 입을거냐구....
처음 그 원피스를 보면서 너무 놀랬어
세상에 저렇게 밝은 색이 있었구나 하고말야
엽맥이 다 들여다 보이는거 같아서
뭔가 다칠까봐 조바심 나게 만들던 색
갓 아문 상처에 돋아난 새살처럼
그렇게 위험하고 여리디 여린 연두색의 투명함이라니..
면접을 치르고 합격 통지를 받았을때
하필 내가 정장을 해야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걸 알고
나 얼마나 당황했는지 정말 울고 싶더라
초봄에 입사하구 몇개월 지나고 나니
짧은소매가 필요한 계절이 되었지
그래서 백화점 할인매장을 둘러보다
달랑 하나 걸려있는 그 원피스를 보게 된거였어
감히 그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말도 못한채
난 거의 넋을 잃다시피 한 자리에 오래 서있었지
그림을 그릴땐 늘 연한 파스텔 톤을 고르던것 하군 달리
내 몸은 늘 어두운 단일색 계열로 둘러싸던 이유가
어쩜 내 옷장에 처음으로 걸리게 될
그 원피스의 밝음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 정도 였으니까
아주 상냥하고 피부가 빛나는 아가씨가 벌써
손에 그걸 걷어들고 나를 탈의실로 안내할때
꼭 최면술에 걸린 얌전한 고양이처럼 따라 들어갔단다.
상상할 수 있니? 내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알다시피 난 체구가 작은 편이어서
어지간한 옷을 사게되면 꼭 줄여야 했는데
치마를 잘 입지 않는 나로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무릎 길이랑
시원하게 잘 펼쳐진 동그스름한 네크라인을
날개처럼 멋지게 받쳐준 카라도 그렇고
적당한 품이 꼭 여학교 처음 입학했을때 입었던 교복처럼
상큼한 시절을 떠올려준 덕분에
난 또 거울앞에서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단다.
안믿어도 좋지만 웃지는 마^^
나 그거입고 처음 입고 출근한 날 아침부터
사무실 사람들한테 온종일 인사받느라고 피곤했었어.
그 어색하고 수줍던 날도 지나고
계절이 몇번 바뀔동안 많이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었어
너랑 처음 만났을댄 가을이었으니까
해가 바뀐 첫 여름이 오기까지 옷장에 걸려있던
그 원피스 카바를 벗겨내고 꺼내 입는날
그날따라 오늘은 뭐 입고 갈거냐고 묻는 너에게
내가 선뜻 대답을 못하고 주저 했었잖니^^?
왜그랬는지 나도 몰라. 많이 쑥스러웠어.
이옷을 입은 나를 보면 네가 뭐라고 할까...
네 차가 도착하는 소리 듣고 집 문을 열고 나선 순간
너 역시도 내 발소리를 듣고
내가 앉을쪽 문을 열기위해 차에서 내려섰을때
무심결에 날 보고 태연히 문을 열어 주려다가
갑자기 얼빠진 사람처럼 멍청해지던 모습..
그런데 말야 ....난 그때 너의 그런 표정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그 후로 내 옷장의 색들이
점점 밝아지는걸 어쩔 수가 없었어
어느 순간부터 네가 먼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을때
나는 왜 그게 밝은색 차림의 나보다 차분했던
그 이전의 내 분위기를 그리워 하고 있다는걸
좀더 빨리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글쎄..그땐 나도 나를 잘 몰랐던 것 같아.
벌써 2년이나 됬잖아?
이젠말야 난 정말로 사람들의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 당연한 듯 받아들일 수 있게 됬지만
그해 가을이 되고 겨울로 들어서기 전
돌아오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몹시 불안하던 너의 시선은
허공에 고정된 채로 나에게 돌아올 줄 몰랐어.
미안해.
난 너의 그때의 놀람이 아직도 멈추지 않고
나에게 머무는 아주 많은 그런 다른 사람들 처럼
밖으로 보여진 나를 좋아 한거라고 생각 했었어.
이젠 알았지만 너무 늦었나봐..
넌 그냥 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보통의 눈빛이 되버렸어.
내가 어떤 옷을 입어도 더이상 놀라지도 않고
그렇지만 난 아직 네가 나를 떠났다곤 생각하지 않아.
이렇게 변해버린 나에게 익숙해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메꾸고 있는건지
아니면 다시 내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기다리고 있는건지
그걸 확실히 알 수가 없다는게 너무 힘들고 아플뿐야
지금의 나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널 기다려 달라고...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나더러 이전으로 돌아와 달라고...
말해 줄 수 있니?
☎~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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