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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733

님, 님이라는 글자를 내 마음속에 그려보는 일이 참 좋네요. 사랑이라는 말보다 님이라는 말이 백조의 호수, 내 마음의 춤을 더 많이 만들도록 유혹하네요. 님이라는 말을 만들기 위해 내 손가락 움직여 보는 일은 백조의 호수 오뎃드 공주가 지그프리드 왕자의 성 창가에서 날개짓하는 것처럼 보여 오네요. 나의 손톱에는 봉숭아 꽃잎물도 없고 황금가루가 섞여있는 인공색소옷 매니큐어 자국도 없고 흙가루 요정의 눈물같은 천연갈색 흔적도 없고 검푸른 대자연의 풀잎 물감도 베어있지 않지만 손톱은 손가락나무라는 우듬지 끝에서 생명활동을 하고 있는 손가락나뭇잎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님,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가 토닥토닥 쿵쾅쿵쾅 내 마음을 두드리네요. 내가 알았던 어느 님처럼 햇님도 장난꾸러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살짝 해 보네요.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가 햇님의 옷을 나에게 주려고 내 마음을 두드리는 것이라면 가장 착한 마음으로 그 선물을 받고 싶네요. 만약에 나를 바둑알 공주로 알고 햇님의 옷을 주고 있는 것이라면 예전처럼 찬란한 빛과 색깔로 내 마음의 바둑방을 장식하지 않고 진실하고 단아한 바둑사랑 꿈을 향해 하얀 버선발로 소리없이 걸어가는 바둑선녀 그림을 김명국의 달마대사 붓터치를 빌려 그려보고 싶네요. 2003년 12월 26일 금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