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삶의 흔적이다  

눈으로 보는 산수자연(누각과 정자)도...마음으로 읽는 선비의 생애도
모두가...세상에 새겨진 인간의 발자취들이다                 

산수자연(누정)은 선비의 숨결을 고르이니, 백세의 청풍이요
선비의 생애는 후대의 마음자리를 물들이니, 만대의 귀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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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정...그 단아함의 이름               

처마끝에 계절을 걸고 안개와 숨바꼭질하며, 자연과 하나되는 구름 병풍속 고풍의상이 있다
꽃잎을 보고 계절이 바뀐 것을 알고, 맑은 물에는 마음을 씻고 소슬한 바람에는 땀을 씻는다  

돌은 돌대로 물은 물대로 그 자리에 머물고, 은유자적 교교한 달빛 한가득 받으며 
...바람과 달의 주인되어, 넉넉한 가슴열고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단아함이다

붉은빛 흐르는 골짜기의 맑은 물로 온 산을 감고도는 농산정엔,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년의 학으로 다시 나타나시고
물빛 고운 한벽당은, 멋스럽지만 난해하지 않고 아름답지만 화려하지 않으니, 한벽청연, 벽옥한류 그자체이다 
독락당에선, 이언적 선생이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을 씻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며 천진한 본체를 홀로 즐기신다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 소리가 자연의 정취를 더해 주는 소쇄원에선, 인간의 삶도 자연의 일부분임을 겸허히 읽는다
홍진을 말끔히 씻어낸다는 부용동 정원의 세연정엔, 늙은 소나무들은 기울어있고 차나무 동백나무는 우거져있다
매송국죽의 벗들이 어우러진 서석지는, 공경하는 마음(경정)과 한가지 뜻을 받듬(주일재)의 참맛을 보여준다

풍경은...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발견하고 만나, 마음의 눈으로 보는 흔적이다

비바람 긴 세월 난분분 흩날리는 꽃비 맞으며 , 옛선인들의  마음자리를 어루만져 다스리며
물소리 바람향기에 일상의 욕심 잠재우고, 세상과 더불어 헛된 나를 잊으라 하니

누정은...우리더러 자연의 달빛이 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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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그 고결함의 이름

사람이 있어...산과 물은 이름이 나고, 글이 있어...누각과 정자는  더욱 아름다워진다.
산수자연과 누정의 세계에 머무르며, 세상을 학처럼 고고히 거닐었던  사람들이 있다

큰 붓 잡아 구름 벼랑에 시를 쓰며 시대의 순결로 세상에 발걸음을 했던 선비들이었다
...권력은 지우려했지만  세상은 소중히 간직하려 했던,  고결함이다

조광조 선생은, 자연질서 속에서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따뜻함으로 세상 모든 일은 발전이 없으면 반드시 퇴보한다 하신다
조식 선생은, 입과 귀로만 하는 학문을 경계하며 자신을 반성하여  실천하는 선비정신을 몸소 가르쳐 주신다
정약용 선생은, 부지런한 마음가짐이 굳건함이라시며 백성에 대한 사랑과 공직에 대한 봉사의무를 강조하신다
 
백기완 선생은, 자주적 의식과 웅대한 기상으로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라 하신다
한완상 선생은, 소외된 민중을 향한 관심과 이들에 대한 연대의식을 가진 실천적 지식인이 되라 하신다
신영복 선생은, 가슴으로 생각하고 발로 변화하며 눈을 맞추고 함께 어깨를 겯는 더불어 숲이 되라 하신다

그 날리는 도포자락으로, 머문 자리보다 여운이 짙고, 그 흔적에서 세상을 다시 보노라니
그 발자취로, 세상의 어두운곳  낱낱이 밟았다가 돌아와 후학의 가슴속 티끌도 말끔히 쓸어주시네

산이 깊을수록 물은 맑고, 고통의 밤이 가혹할수록 성에꽃은 눈부시나니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시작도 끝도 없는 가르침이 있다

풍경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발견하고 만나, 호흡을 이어가야 할 흔적이다

천지인에 너그러이, 후대의 하늘의 가슴을 가로질러 번짐으로 소리 없이 깊어만 가고
반월마저 숨어버린  칠흙같은 어둔 밤, 잔별 더불어서 잠 못 든 눈빛들 마주보며 다독이라 하시니

선비는...우리더러 세상의 쪽빛이 되라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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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달이 있어 얼마나 되었으며...세상에 선비가 있어 또 얼마나 되었는가...
거울처럼 흰 빛 뿜어 붉은 문에 비추이고,  꽃잎처럼 쪽빛 내어 무심 세상 물들인다

오늘 내 자리...
파초 잎 사르르 물결치고  눈썹달 어여쁜  이밤에
나는...다시 옛날에 살아

옥매화 향기 앞에하고, 성현들 숨결 뒤로하여

...온화하고
...예의바르고
...맑고
...고요하게

차는 반이나 그 향기는 처음처럼...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나게...
자연의 달빛으로 세상의 쪽빛으로...낮게낮게 깊게깊게 거룩히 세상을 우러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