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봉고차를 세워두고 젊은 부부가 순대장사를 하고있다

안식구가 어젯밤 마트에 다녀오며 소주 두병과 찰순대를 사왔다

소주 한병은 냉장고로 직행하고 거실 테이블에 한병만 순대를 안주로 차려내온다.
그 한병도 건강 생각해서 반병만 마시란다. 참나원.

순대 한점을 우선 집어 먹어보니 쫀득하니 맛이 그만이다.

소주 한잔에 순대 서너점 비율을 맞춰가며 즐기는데, 입안에서 덩어리가 씹혔다.

“에이. 길거리 음식을 사와서 이게뭐야!”

좋다고 할때는 언제고 순대속에 이물질이 들었다고 식구에게 짜증부터 내었다.

씹던 순대와 함께 이물질을 뱉어내자, 뜨악! 이게 뭐람?

어이없게도 예전 치과에서 갈라진 어금니를 때우고 덮어씌운 보철물이었다.

출출할까 정성껏 차려준 식구에게 되먹지 않은 성깔로 짜증을 내어 정말로 미안하고.

봉고차 순대장수 부부에게까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일찍이 어금니로 소주병을 따던 버릇이 나이들어 어금니가 갈라지는 고통을 겪는다.

이가 아파본 사람이면 누구나 그 고통을 알것이다.

치과에서 양쪽으로 4개나 갈라진 아래어금니를 때우고 금박 보철물로 덮어씌었었다.

그중 한 개의 보철물이 빠진것인데 햇수로 3년여 되었지 싶다.

그냥 두면 더 갈라지면서 극심한 고통이 수반되기에 새로 보철물을 하러가야만 한다.

식구가 찌그러진 보철물을 씻어 종이에 싸고있다.

“뭐하려고?”
“금인데 녹혀 쓸지도 몰라서 병원에 가져가보시라고..”

“챙피하게 왜 그래! 누가 더럽게 그걸 녹혀 쓴다고..”

“요즘 금값 비싼데...”

치과에 들어가자 간호원이 예약을 안했다고 한시간여 기다리란다.

소파의자에 앉아 여성잡지를 뒤적이는데 주위에 여자손님들이 많아 페이지를 넘기기가 쑥스럽다. 옛날에 선데이서울 등의 잡지를 서점에서 내돈 주고 살때도 괜스레 여자점원의 눈치를 보곤 했었다.

차례가 되어 의사선생이 오늘은 치료와 사진 찍고, 보철물은 다음주에 해 주겠단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앞을 지나며 순대장수 부부의 봉고차로 다가갔다.

“찰순대 좀 싸주시오”

“네 저희 순대 참 부드럽고 쫀득하니 맛있어요”

아마도 이들 부부는 내가 어젯밤 이미 순대를 먹어봤슴을 모를것이다.

오늘은 아무래도 냉장고에 남아있는 소주를 일찍 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