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버지, 형과 함께한 등산.

그동안 그렇게 바쁘게 살아온것도 아닌데...

그렇게 운동좀 해야지 하면서도 차마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을

이른아침 형의 방문과 함께 띠어 보았다.

약간은 쌀쌀한 아침날씨에 두툼한 잠바를 챙겨입으신 아버지께서

얇은 난방하나 걸친 나를 나무라실 때,

다가올 시간들이 아버지에게 시련으로 다가올거란 예감이 들었다.

평소의 성격만큼이나 발걸음을 재촉하는 형

조용히 뒤따르던 나는, 힘든 만큼  더욱 뒤를 바라보게 되었다.

무슨 생각이셨을까?

아직은 자식들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였을까?

흐르는 땀방울에도 

그 두툼한 잠바를 벗지 않으시고 묵묵히 따라오시는 아버지.

급경한 경사에 내 다리가 후들거릴때,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숨을 헐떡이시며 두 발을 땅에 고정하신채 그저 바라보시기만 한 아버지.

마음은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리...

그 순간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떠올랐다.

'털썩'

그냥 주저앉았다.

더는 못 가겠다며 떼를 쓰는 나에게 던진 형의 한마디.

"야! 너는 어떻게 아버지보다도 못하냐?"

하루종일 따라다녔던 낙오자라는 그 단어가 흐믓하게 느껴졌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