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장에서 생긴 일

하사관학교 군부대 옆에 있는 사격장에서는 거의 매일 사격을 한다.

주민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다 사격이 끝나면 호미로 사격장에서 심주를 캔다.

탄피는 군인들이 모두 회수해 가고, 탄알을 감싸고 있는 구리가 있다.

그 것을 캐는 것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탄알은 무쇠로 되어 있어 가치가 없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그 무쇠 탄알도 재산이다.

탄알로 구슬치기처럼 내기를 하기에 눈에 불을 켜고 줍는다.

사격이 끝난 사격장에는 남는 게 하나도 없이 깨끗하게 청소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격을 제대로 하면 총알이 그 곳에 다 있을 테지만, 그렇지가 않다.

표적이 있는 산을 넘어서 떨어지는 오발탄의 탄알들이 깨알처럼 널려있다.

그래서 사격을 할 때는 산 너머에도 위험하기에 가질 않는다.

심지어는 매우 멀리 떨어진 논에서 일하는 농부의 머리에 탄알이 떨어진 사건도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죽지는 않았지만 희귀한 사건이었다.

우리 꼬맹이들은 사격장에서 탄알을 줍기 위해서 수시로 다녔다.

그 곳에서 주운 것으로 나무에 파이프를 댄 총을 만들기도 했다.

모양만 본다면 진짜 총과 비스므리하다.

매우 위험한 것으로 해마다 이웃 동네와 싸움을 할 때 사용하기도 했었다.

물론 사람을 겨냥하지는 않지만 총소리가 나면 그게 싸움인가? 전쟁이지?

두 동네간의 싸움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밤에 정말 치열하게 싸우고 낮에는

안 그런 척하면서 뻔뻔하게 지내기도 하고, 학교길을 피해서 다니기도 했다.

왜 싸웠는지 모르지만, 1년에 한 번씩 날짜를 정해서 꼭 싸웠다.

어느 깊은 겨울 동네에 청천벽력 같은 엄청난 일이 생겼다.

두 형제가 같이 탄알을 주우러 갔다가 둘 다 시체가 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미련하게도 참호 속에서 수류탄의 뇌관을 주어서 심주를 떼어 내다가 터져 버린 것이다.

참호속이라 어찌해볼 수도 없이 그대로 둘 다 즉사를 하고 말았다.

군부대 사건처리반은 두 형제를 헝겊으로 둘둘 말아 가지고 화장터로 보냈다.

너무 허무한 인생이다.

별 것도 아닌 것으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약하디 약한 인생이다.

죽은 형제의 부모의 마음을 생각해보라. 억장이 무너지고 말 것이리라.

3형제 중에서 위로 둘이 죽어 버린 것이다.

이름도 가물거리는 두 형제의 잔상이 남아 몇 글자 적어본다.

******  오로광장에 있던 글인데, 아카리님의 권유로 이 곳에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