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이맘 때 나는 가슴을 휑하니 관통하는 바람을 보았다 잡지도 붙들지도 막아서지도 못했던 것은 나의 가슴은 바람 문이 없어 잠그는 것을 몰랐고 길도 없었기에 문지기도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무방비로 지나가는 바람을 바라만 보았고 아리는 가슴을 움켜지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문단속을 하고 늘 문 앞을 서성이며 단속을 하였건만 더 큰바람이 불어와 나의 문을 송두리 채 부서 버리고 그렇게 망연자실 쓰러져 한참을 가슴을 부여잡고 흐느꼈다 너무나 슬퍼서 너무나 쓰라리고 아파서. 이제 다시는 가슴으로 말하지 않으련다고 울부짖어도 저 언덕너머로 비바람이 넘어오고 있다. 차라리 바람이 되리 차라리 내가 바람이 되리.

지난여름 이맘 때 배추님을 보내고 할머님을 보내고 만석님을 보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