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답답한 어느 날

썰렁한 포장마차에서

벌써 식어버린 돼지석쇠구이를 홀로 뒤적인다.

방금비운 소주잔을 조용히 따르며

허전한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식어버린 안주를 뒤적이듯

무심히 뒤적이던 수많은 아라비아 숫자들.

파란 단추를 눌러 만난 시인도 홀로 있었고

서로의 너털웃음은 비닐 천막을 몸서리치게 한다.

사랑도 얘기하고

인생도 얘기하고

희망도 얘기하고

서로에게 한잔씩 권하고 잔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뚜뚜뚜...

여보세요?

배터리가 우리를 또 홀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