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 글에서 간단히 적었듯이, 올해 조카의 수능대비 수학을 지도해주었다.

하는 일이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보니, 수학지도의 부탁을 자주 받는다.

대부분 영재고를 지원하는 최상위 초6. 중1,중2 정도 학생이고, 

가끔 고2, 고3 학생들의 부모에게서도 부탁을 받는다.

하지만, 개인적인 지도는 아직껏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친분이 있는 분의 자녀를 가르친다는 것이 많이 부담스러웠고.

전혀 모르는 사람의 자녀를 돈을 받고 과외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카가 작년에 고3이었는데, 큰 누님이 수학을 지도해 달라고 했었는데, 거절했다.

사실 그것때문에 큰 누님에게서 원망을 듣기도 했다.

작년에 조카가 수학성적이 아주 낮게 나와서 결국은 그다지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다.

마음에 부담이 많이 됐었다.

올해 조카가 다시 수능을 본다고 하면서 큰 누님이 2~3달만 수학지도를 해 달라고 했다.

도저히 이번에는 거절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가르치겠다고 얘기는 했는데,  매우 걱정이 되었다.

기왕 가르치는 것,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해줘야 하는데, 고3을 가르쳐본 지도

너무 오래되었고, 실제로 2~3달 만에 성적을 확 끌어올리는 비결이란 없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조금 효과적인 방법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단기 만점 비법] 이런 마법의

학습법은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이 있다면 누가 초등학교 1년부터 고3까지 12년간 수학공부를 하겠는가.

가르치겠다고 해 놓고 너무 걱정이 되어서 밤에 잠이 잘 안 왔다.

그래서 다음날 서점에 가서 온갖 참고서, 문제집, 기출문제집을 사서 공부하고

아는 분들 중 수능 출제경력이 있는 분에게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1주일 이상을 준비하고 나름대로 이렇게 가르쳐야겠다 하는 계획을 세운 후

조카를 만나서 간단한 실력테스트 후에 교재를 선정하고 수업을 했다.

그리고, 가르치는 중간중간 계속 이 교재 저 교재를 봐가면서 이런 문제가 나올러나?

저런 문제가 나올러나?  기출문제의 경향 분석 등에 아주 신경을 썼다.

1년을 다시 공부하겠다는 조카를 봐서라도 대충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결국은 3달 조금 못 되는 기간을 가르쳤고, 조카는 이번 수능에서 1문제만 틀리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근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3달간 조카가 공부한 양보다  내가 공부한 양이 훨씬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조카는 내가 하라는 것들만 집중적으로 공부했지만, 나는 온갖 시중의 참고서, 문제집,

기출문제집, 그외 평가원의 평가자료, 교육청 자료 , 일본, 미국의 시험문제 등..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을 다 뒤적거렸다.

(준비한 것에 비해 이번 수능 문제가 너무 쉬워서 좀 허탈하긴 했다.)

결과가 좋아서 기쁘지만, 다시는 조카녀석을 가르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힘들었고, 부담스러웠다.

근데, 한번이 두번이 되고 두번이 세번이 된다고 했던가.

고2 (문과) 에 올라가는 형님의 아이가 있는데, 이번 겨울방학때 수학을 봐 달라고 한다.

싫다고 했더니,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봐주냐면서 섭섭하다고 하신다.

한번 지도한 경험이 있으니, 더 쉬울 거 아니냐고 하신다.

왠만하면 아는 사람의 자녀들은 피해가고 싶은데, 참으로 피해가기 어렵게 되었다.

휴......이번엔 얼마나 공부를 해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