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를 간혹 봅니다. 저는 비교적 유학쪽에 경도된 사람이라 노장등은 등한(?)시 해 온 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장자 '경산초'편에서 눈길이 멈추네요. 아마도 '문게' 문우의 아픔을 본 때문일겁니다. 장자는 말의 무서움을 이렇게 말합니다.
칼로 사람을 해치는 것 보다 말로 해치는 것이 심하다. 절세의 보검 막야조차 마음의 예리함을 이기지 못한다.[兵莫慘於志莫耶爲下.]
'막야'는 천자문에도 등장하는 전설의 보검을 말합니다. 말의 무서움은 막야검의 서슬퍼런 검기보다 더하다는 장자의 말은 참으로 실감납니다. 장자는 이말을 '지북유'편에서도 부연합니다. 말이 있어 좌와 우가 있고 그 좌우의 論과 義를 가르며 分과辨 그리고 競과 爭을 업으로 삼는다는 겁니다. 장자는 다시 말합니다. 타인의 의견에 관심을 두고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논쟁에 참여하지 말라고요.
인터넷은 강호(江湖)라 할만합니다. 강호는 은자가 숨어들기 적당하고 그 은자가 권토중래하여 다시 태어나기 좋은 곳입니다. 강호는 도전과 불확실성이 상존한 위험한 곳입니다. 은자는 이속에서 살아 돌아와야 합니다. 은자의 권토중래의 자리 그것이 강호니까요. 인터넷이 딱 그런듯 합니다. 인터넷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공이 있어야합니다. 허접한 내공은 검색(?)의 힘으로 바로 다운이니까요.
강호풍파를 견디기 위해서는 삼교구류(三敎九流)의 습득이 기본이었습니다. 유.불.도와 음양.법.병.명.묵.종횡.잡.궁.의.방에 정통한 식견이 있어야 당면하는 도전들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생명을 보존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호인은 '삼교구류'외에도 하구류(下九流)에도 대항할 힘이 있어야 합니다. 하구류란 거지 건달패 노름꾼 창녀 포주등 강호의 저변을 구성하는 세력을 말합니다.
인터넷 글쓰기는 참으로 위험한듯 합니다. 내공이 있어야 겠습니다. 삼교구류와 하구류와도 당당히 맞서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내공이 필요할까요. 이걸 생각하면 저같은 놈은 글쓰기를 작파하는 것이 마땅할겁니다. 울적하기에 '한시' 한편 올리고 얼마동안 휴식을 해야할 듯 합니다. 본업이 산처럼 버티고 있으니까요. 얼마간 소통이 있어 오로문인들과 즐거웠습니다.
세상에서 묻은 먼지 단칼에 끊을 수 있으랴.
소리없이 흔적없이 생과 사를 가르고싶다.
가슴속에 품은 청룡도는 저리도 우는데
언제나 밤길을 밟고 나의 길을 가려는가.
[委巷繁露拔劍絶. 無聲無痕分生死.胸中自鳴靑龍刀. 何在暗路刺客行.]
아 그리고 아키리님에게 선물 하나^^*
돈황문서속에서 나온 '보살만'이란 시인데요. 작자미상이고요. 보살만은 미녀의 은어라네요.
방안에서 천만번 소원했네요.
나가라고요? 청산이 무너지면 그리하지요.
물위로 저울추가 뜨고
황하물이 다 마르면 그리하지요.
대낮에 참성과 진성이 함께 나타나면 그리하지요.
북두칠성이 남쪽 하늘에 뜨면 그리하지요.
나가라고요? 그리는 못하네요.
한밤중에 해가 뜨면 모를까요.
[枕前發盡千般願/要休且待靑山爛/水面上稱鐘浮/直待黃河撤底枯/白日參辰現/北斗回南面/休卽未能休/且待三庚見日頭.]
아버지에게 유서쓰기.
(열여 덜 살에 명을 접은 소녀가 있네요. 김자년(1698-1715)으로 얼마전 연세대 고전연구소에서 그녀의 편지 두통이 발굴 소개되었는데요. 그 내용이 자못 '심난'하기에 소개를합니다. 저의 의견을 피력할 여지가 없기에 소개가 가능(?) 한데요. 김자년은 어머니를 일찍 잃고 혼자 사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다가 열여 덜 살에 중병이 들어 투병중 이 유서를 쓴 모양입니다. 조선의 열여 덜 소녀와 오늘날의 여고생들을 비교해 보면서 읽는다면 실감이 나실듯 하네요.)
영원한 이별을 고하나이다.
아버지.
당신이 마주할 혹독한 상황이 소녀에겐 천추의 한입니다. 그 한은 천지신명과 아버지와 저만이 아는 일 입니다. 어찌 긴말을 더하여 아버지의 슬픔에 불효를 보탠단 말입니까.
사랑채와 내실(아버지와 자신이 거처하는 공간)에 담장과 중문이 있어 밤에는 서로 기침 소리 들리지 않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등불이 다하도록 아버지 일어나 앉으셔 대화할 사람 없이 적적한 모습을 소녀는 밤중에 몇번씩 사랑채를 바라보곤 했나이다.
그러나 사랑채로 나서지 못하고 지켜본 것은 호랑이를 만날까 무서워서가 아니라 밤중을 경계해야 한다는 여자의 법도가 엄혹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어찌하여 아버지께 아들을 주지 않고 소녀를 여자로 태어나게 하셨을까요. 늦은 저녁에 손님이라도 한분 오시면 소녀는 그분이 아버지와 하룻밤을 보내고 가신다는 것이 너무도 기뻐 아침저녁으로 맛난 음식을 만들어 바치는 것이 즐거움이었답니다.
그러나 오늘 소녀가 죽기에 이르니 앞으로 그일을 누가 한단 말입니까. 필시 일을 당하면 아버지 큰병이 나셔서 초상도 치루지 못하고 군자를 운운(?) 하는 세상의 입방정에 오를까 걱정입니다.
아버지 보셔요.
소녀가 죽거든 바로 다음날 미동에 사시는 고모댁에 가셔 얼마간 지내시기를 소녀 천번만번 빕니다. 만약 이말을 헛투로 들으신다면 소녀는 죽어도 눈을 못감을 것입니다.
[告訣書]
父主酷毒精事.女之千告寃.惟有天知神知父知我知. 何必長言以增父悲懷. 以重吾不孝之罪.
但廬幕如內室隔絶中門. 夜珦聲息不及. 每於風雨昧冥之夜. 燈盡更深之際. 不念其獨坐不眼. 無與晤語者
自不覺一夜三四起.佇立中門以深父睡而己. 不敢出頭中門外. 非是伯遇虎也. 女子之行夜不敢出也.
天之何爲便父無子. 便我爲女 有客暮之 則傾喜其父有宿伴. 朝夕之拱 另爲盛備 今吾將死矣. 父以九斷之腸 觀我之木則生大病. 恐不能終喪. 將不爲復世君子之所容啄者乎. 必以我死之翌朝. 向美洞姑母家. 以保身之地. 萬萬血祝 苦以爲亂言.而不從我目必不暝矣.]
-自餘都 在昨日書幅中 乙亥十月目每朝. 不孝女 永訣書.
살며사랑하기.
예로부터 예인들에 대한 편견이 있지요. 살아 있을때는 못죽여서 안달이고 죽고나면 아름답다 칭찬한다는거지요.(生卽欲殺之死後方稱美). 이말은 오늘날에도 어느정도 부합하는 말인데요. 오늘을 살지 않고 내일을 살고자 하는 예인들의 부운(浮雲)에 대한 적당한 말인듯 합니다.
아래의 시를 지은 시인들도 대부분 불우한 삶을 살다간 사람들인데요. 그들이 주목한 여인들의 남성관이 알싸합니다.
풀썩풀썩 이부자리 걷어치우고 옷을 챙기고
닭울음 소리에 길을 나서지요.
문을 열고 내 배를 살짝 만지면서
애는 들어섯나 묻지요.
[索索郞被衣.鷄鳴嗔不休.去時摩儂腹. 晴問懷子不.]
'시경'의 재판격인 이 시는 사랑 받는 한 여인의 따뜻하고 행복한 내면이 살짝 웃음을 짓게하며 독자들까지 행복하게 합니다. 기생으로 하룻밤 남자의 풋사랑을 받은듯 한데도 여인은 행복해 보입니다. 그런데 다른집에서는 기생집을 다녀온 남편을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여인이 울고 있습니다.
당신은 술집에서 왓노라 하시지만
나는 창녀집에서 온걸 안답니다.
어찌 한삼모시에
연지가 꽃마냥 찍혀 있나요.
[歡言自酒家. 儂言自娼家. 如向汗杉上.臙脂梁作花.]
위이 두 시가 시공간이 다르고 작자 또한 다르지만 사랑받고 질투하는 여인의 본능적인 마음은 한가지임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남자들의 이런 행태에 화를 내는 여인도 있어 충격입니다.
사람들은 긴 겨울밤을 말하지만.
나는 따뜻한 봄날이 좋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사내 마다치 않고 즐겨볼래요.
[人言冬夜永. 儂道春晝舒.從朝向薄暮.十郞歡有餘.]
이런 마음과 결심을 한 여인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이해도 됩니다. 날마다 기생집을 전전하며 허랑방탕한 남편에 대한 반란으로 이런꿈 한번 못꾸어 본다면 그게 사람 사는 것이겠어요^^;; 겨울이 가면 따뜻한 봄이 오겠지요. 그때가 되면 문단게시판도 활짝 동산이 되겠지요. 짬짬 나는 시간, 글을 읽고 댓글도 달고 짦은 글 한편 쓴다는 것도 행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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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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