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읽었습니다. 출간후 베스트셀러가 되고 드라마로 나와 끝난지 한 참 후에야 말입니다. 이 소설을 최고의 소설로 평가한 평론가들과, 한국의 전 언론의 후광은 책읽기에 방해가 될 정도입니다. 김훈은 기자 출신으로 소설의 설계단계부터 사실에 바탕을 둔 완고한 소설이 되기를 원한다 토로합니다.

실재의 이순신에 가장 접근한 소설을 쓰겠다는 김훈의 의도에 고개를 끄덕이며 단숨에 읽었습니다. 감동은  한 짐이고, 못마땅함도 한 짐이었습니다. 특히 일본 작가의 소설 '조선비첩'이 중첩되는 나의 독법의 부실(?)에 화까지 나더군요.

김훈은 난중일기속의 해독불가 단어(?) 하나를 찾아내어(실재로는 연구자들이 간추려 놓은) 여진(女眞)이란 여자로 등장시켜 이순신의 성적 욕망의 치유물로 사용합니다. 이순신의 성욕의 소비는 '조선비첩'에 등장하는 일본군들이 조선여인들에게 쏟아내는 그것과 비슷합니다.

여진은 난중일기속에 등장하는 '군영암호'중의 하나일것 이란것이 연구자들의 생각입니다. 여진1, 여진2,  여진3 이란 의미는 군영에 종군하고 있는 여진인들의 어떤 활동상을 말한다는 것이지요. 김훈은 이 여진에서 착안, 여진을 이순신의 정부로 탄생시켜 그녀에게 이순신의 뒤틀린 욕망을 푸는 도구로 만들어 버립니다.

저는 역사소설을 신용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김훈의 칼의노래도 신용할 수 없습니다. 김훈이 사실의 이순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문 난중일기와 이순신의 많은 잡문을 읽는것이 먼저일듯 합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10여종의 난중일기 한역본은 전혀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역본 하나를 놓고 서로 조금씩 문장을 바꾸어 출판하다 보니  생긴 일인듯 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요. 한문한역은 영어나 불어보다 번역이 훨씬 어렵습니다. 그리고 번역자도 희소합니다. 제작비가 엄청나겠지요. 이것이 이유겠지요. 그리고 이은상 작품인 '태양이 비치는 길로'가 단초가 되어 이순신의 온갓 오해가 시작된 탓도 있습니다.

이순신은 무과를 보다 말에서 낙마 시험을 망친 사실이 있습니다. 절치부심한 이순신은 4년후 병자 식년무과에 다시 응시 합격자들중 중간성적으로 급제를 합니다. 이 사실이 말에 떨어져 부러진 다리를 천으로 묶고 무과를 치룬 스퍼스타로 변신을 합니다. 이런것이 왜곡된 민족주의 과장된 영웅의 탄생 뭐 그런걸겁니다.

이런점에서 이은상, 김동인등의 어두운 그림자지요. 김동인은 소설속에서 민비가 대원군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을 삽입합니다. 아마 한국에서 민비가 악질(?)이란 인식은 이때부터 일겁니다. 김동인 또한 일본 작가의 소설 '민비'에서 자료를 얻은 것이지요. 이런면에서 역사소설의 허망(?)은 이미 예견된 겁니다. 작가가 역사가는 아닐터니까요.

나라는 초토화 되었고 [山河猶帶慘]

물고기와 새들도 슬프다 [魚鳥亦吟悲]

나라는 죽도록 어지럽건만 [國有蒼黃勢]

바로잡아 줄 사람 어디에도 없구나 [人無任轉危]

이순신의 목소리입니다. 출처는 난중일기입니다. 나라사랑은 아마 이런것일 겁니다. 이순신은 아들이 다섯 있었습니다. 정실에게 세명 후실에게 두명을 두었지요. 이 아들들이 또 아버지 못지 않습니다. 아들 '면'은  아버지와 종군중 전사를 했고, 다른 아들 '훈'은 이괄의 난에서, 또 한 아들 '신'은 정묘호란에 종군하다 전사를 합니다. 아 조카 '완'이 이순신의 전장에서 죽은 것도 아실겁니다.

그렇습니다. 이순신은 그냥 놔두는것이 정답일듯 합니다. 이순신은 '민족혼'입니다. 누군가 그 민족혼을 작위적으로 세상에 불러내 다시 떠드는 것은 오직 '상업성'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칼의노래는 읽은 독후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