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 보이는 한강물이 너무도 고요히 흘러간다. 지금 이시간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날씨는 약간 차다. 간지로운 햇살을 받으며 지나간 인생을 생각해본다..

어릴 적 하늘의 구름을 보다가 문득 무언가 형상이 스치면 (특히 동물들 이지만) 연상된
이미지에 맞추어 구름이 형성되어 갔음이 기억난다. 하지만 사실은 내 안에서 나만의
상상으로 구름을 조각했음에 다름 아니다..

누군가 한 친구가 내게 "저 구름이 토끼 또는 강아지 안 닯았니?" 라고 물어 오면
처음엔 전혀 연상이 안되다가도 자꾸 쳐다 보다 보면 어느덧 친구의 느낌과 닮아있다.
저 하늘의 구름에 조각질을 해서 내 바람대로 만들었다 믿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내게만 그렇게 보여 지는 것이겠지만..

우리가 사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능력과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자기가 원래 뜻한 바 대로의 인생을 사는 이도 있겠지만 나를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리라..

하지만 우리들은 둘러싸고 있는 인생에 다가가 조각을 한다. 어지간한 형상을 만들어 놓고
이만하면 내가 원하던 방향과 가까우리라 자족을 한다. 어떤 세찬 바람에 그 조각이 변형된다면
다시 똑같은 작업으로 ��추어 놓겠지..

어느 책에선가 인간의 인생이 짧기에 가끔 불운이 찾아와 인생을 길게 느끼게 해준다는
멋진? 문장을 대한 적이 있지만 어느덧 반백년 가까운 인생을 살아 왔다..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남아있는 생 만큼의 행운도 불운도 동반될 것이고 옛날 어느
선사가 던진 "일면불 월면불" 이라는 화두 처럼 하루가 천날이듯, 천날이 하루이듯
영원에 비하면 없는 듯한  시간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