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방을 보면 저격병님의 시를 보게 됩니다. 마치 누에고치 실을 뽑고 돌고래가 숨을 토하듯 품어내는 시어(詩語)는 여광출금이요 여연출은(如鑛出金如鉛出銀)입니다. 우리는 아주 가까운곳에 절세의 가객(歌客)을 모시고 그의 노래를 무료로 들었던 것입니다.  다작(多作)인탓에 더욱 호사를 하는듯 합니다.

시인들은 다작과 과작이 각기 덕목으로 작용합니다. '사마상여'는 시상을 떠올리고 가늠하는데만 붓끝이 썩었다 하지요. 반대로 '완우'는 말안장에 앉아서도 시를 써내곤 했다지요. 두 사람 다 당대의 시인들이고 그들의 시는 세인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중국인들은 '좋은 시는 경중유정(景中有精)에 합하는 것이다'라며 그림같은 시를 좋아했습니다. 시언지(詩言志)라 말하던 '서경'의 시관을 많이 벗어난 것이지만 그것이 발전인것이지요. 서경시대 중국인들은 시는 마음의 뜻이고 노래는 그것을 길게 말하는 것이다(詩言志歌永言) 했거든요. 시경은 일정부분 서경의 시관(詩觀)을 따르지요. 시경시대의 시를 '춘추공양전'은 이렇게 말합니다.

굶주린 사람들은 먹을 것을 노래하고 노동에 지친 사람들은 고통을 노래한다(饑者歌其食.勞者歌其事).

시는 현실을 말해야 한다면 너무도 구태한 말일겁니다. 시가 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말한단 말입니까. 그것을 서경과 시경의 시대에 이미 말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뿐이지요. 다시 경중유정의 시대로 돌아가서 그 이론에 잘 맞는 시 한편을 소개합니다. 경중유정속에 현실을 잘 담아내고 있기에 추천(?)을 합니다.

고향에 언제도착하리.

아우 혼자 돌아가네.

시절이 하수상 한 때.

누가 서생을 반겨줄까.

텅빈 성안에 개울만이 여전하고

황량한 동리에 사람조차 없으리.

가을 들판길위로.

풀벌래 울고 뽕잎은 떨어지누나.

[故鄕那可到. 今弟獨能歸.諸將矜旗節. 何人重布衣.空城流水在.荒澤舊村稀.秋日平原路.蟲鳴桑葉飛]

이가우(李嘉祐)의 시인데요. 이가우는 어떤 전쟁에 동생과 함께 종군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동생과 석별의 정을 이렇게 노래합니다.사람과 경치와 마음을 한 구도안에 포착한 시로 아름답고 처연합니다. 그속에 전쟁으로 날밤을 새우던 시대의 모순까지 보여주고 있기에 점수가 더 주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