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오로의 천사 아카리님이 夢字를 특별히 좋아하신다기에 꿈에 대해 몇자 적어봅니다. 夢은 갑골문에 사람이 침상위에서 악몽을 꾸며 괴로워 하는 모양입니다(동작빈, 이효정, 정상정등) 꿈이 고대인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문제중의 하나였다는 말이지요.

프로이드는 꿈을 연구하며 꿈의 목적이 '소망충족'이라 했습니다. 물론 프로이드는 이 말에 '사족'을 보탭니다. '꿈이 소망의 충족이라면 무엇때문에 기이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이러한 변화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꿈의 보편적 특징에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고 말입니다.

프로이드는 이 의문으로 소망충족을 지향하는 꿈이 자기검열과 왜곡된 모습의 표출이란 심리적 요인을 듭니다. 프로이는 이런한 이유로 꿈을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꿈의 해석은 어려운 난제중의 하나라 말합니다. 35세 남자가 있습니다. 그가 4살때 꾼 꿈입니다. 그는3세에 아버지가 죽었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장을 든 공증인이 커다란 배 두개를 가져와 아이에게 준다. 아이는 하나를 먹고 하나를 창문틀위에 놓는다.]

아이가 일어나 어머니에게 배를 달라할 정도로 생생한 꿈이었답니다. 아이가 35세때 프로이드에게 꿈을 말했지요. 프로이드는 이렇게 해석을 합니다.

[두개의 배는 어머니의 유방을 말한다. 창문틀은 어머니의 가슴이다.]

프로이드는 다른아이들과 다르게 늣도록 젖을 먹은 사내의 꿈을 상징과 자아의 소망으로 해석합니다. 프로이드는 설명이 필요없는 20세기의  정신분석 학자지요. 인간의 꿈을 과학이라는 검증작업을 통해 새롭게 인식 시켜준 그의 학문적 성과는 대단합니다.

그러나 '꿈은 사람이 마음이 원하는것'이란 말을 한 사람이 또 있지요. 그것도 1700년전 사람. 정사 '삼국지' 열전에는 몇명이 나오지요. 화타, 관노,주건평, 그리고 꿈 해몽의 달인 '주선(周宣)'이 그들입니다. 주선은 위나라의 황제 '조비'의 부름을 받고 그의 앞에 서게되지요.

조비: 궁궐위의 기와가 떨어져 원앙 한쌍이 된 꿈이다. 어쩐 일인고?

주선: 후궁중에 한명이 죽을 꿈입니다.

조비: 하하. 너도 별수 없구나. 내가 너를 속였다.

주선: 꿈은 사람의 마음이 원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말로 표현하면 길흉도 점칠수 있답니다.

주선의 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환관이 달려와 궁안의 살인사건을 보고합니다. 정사 삼국지는 엉터리 '삼국연의'와는 차원이 다른 중국 고대사의 삼사(三史)중의 하나지요.

꿈을 '사람의 마음이 원하는 무엇이라[：「夫夢者意耳，苟以形言，便占吉凶]' 간파한 1700녀전 사람 주선을 프로이드는 알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알지 못했을 겁니다. 정사 삼국지는 아직도 한국어 완역본이 없는 책이니 유럽어본은 난망이겠지요.

꿈은 비현실을 추구 하지만 꿈은 비현실의 바리케이트를 걷어내고 현실로 실현시키는 큰 힘이기도 합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란 말이 헛튼 소리는 아닐겁니다. 어젯밤 꾼 꿈이 있네요. 어느 강변에서 손을 놓고 그 시간부터 다시 만나지 못했던 여자를 봤습니다. 프로이드와 주선에게 꿈 해몽을 물어 본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요.

13.

[꿈을 꾸고 남은 기억은 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

프로이드는 꿈이 소망충족을 위한 것이다 말하면서 꿈의 왜곡과 암시등에 대한 분분한 논의도 전개하지요. 그중 [방어기제]라는 말이 '암시'와 더불어 주목됩니다. 방어기제라는 말은 인간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때 그 상황을 피하기위해 마음이 적응하려는 방식이란 것이지요. 프로이드는 이말을 억압이라고 하더군요.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마음이 스스로 소망을 억제하며 그로부터 상처받을 마음을 위로 하다는 것이지요. 자기 합리화와 비슷한 말인듯 합니다. 따 먹을 수 없는 포도를 보고 '저건 시다'라고 자기주문을 걸고 자위한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암시도 일종의 방어기제 본능이란 것이지요. 글쎄요.어렵군요.

다시 정사 삼국지 '주선'전으로 돌아가서 꿈의 해석을 봅니다. 어떤이가 풀을 뜯어 먹고 있는 개꿈을 세번이나 연속 꾸면서 꿀때마다 주선의 의견을 구합니다.

문: 개가 풀을 뜯는 꿈을 꾸었다.

답: 맛있는 음식이 생길 꿈이다.

문: 다시 그 꿈을 꾸웠다.

답: 다리를 다칠 꿈이다.

문: 또 그꿈을 꾸웠다.

답:  불이 날 꿈이다.  

[嘗有問宣曰：「吾昨夜夢見芻狗，其占何也？」宣答曰：「君欲得美食耳！」有頃，出行，果遇豐膳．後又問宣曰：「昨夜復夢見芻狗，何也？」宣曰：「君欲墮車折腳，宜戒慎之．」頃之，果如宣言．後又問宣：「昨夜復夢見芻狗，何也？」宣曰：「君家失火，當善護之．」俄遂火起．語宣曰：「前後三時，皆不夢也．聊試君耳，何以皆驗邪？」宣對曰：「此神靈動君使言，故與真夢無異也．」又問宣曰：「三夢芻狗而其占不同，何也？」宣曰：「芻狗者，祭神之物．故君始夢，當得餘食也．祭祀既訖，則芻狗為車所轢，故中夢當墮車折腳也．芻狗既車轢之後，必載以為樵，故後夢憂失火也] 정사 삼국지 위서열전. 

'주례'에 신에게 제사를 지낼때 개를 바치고, 제사가 끝난면 수레로 밀어 죽이고는 개를 수레위에 올려 놓고 태우는 법도가 있었지요. '주선'은 이 사례로 미루어 꿈을 해석했고 또 근거라 대답을 합니다. 저는 주선의 신통력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꾸는 꿈을 마음의 반영[夫夢者意耳，苟以形言，便占吉凶]으로 판단한 '주선'의 심원한 생각의 면모에 수긍치 않을 수 없습니다.

주역 '몽괘'를 봅니다. [匪我求童蒙童蒙求我] 즉 내가 동몽에게 물은것이 아니라 동몽이 나에게 물은것이다. 이말을 한 사람이 바로 주역을 지은 사람이라 말한 사람이 한번 소개한바 있던 '김상섭'입니다. 이말에 존중은 하면서도 꼭 그렇다고는 하지 못하는것은 저의 공부부족입니다. 다만 꿈이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조짐(兆)이란 생각은 고대나 지금이나 같다는 것은 분명한듯 합니다.

卜(빡).

이 복자를 설문은 [灼剝龜也.象炙之形.]이라 합니다. 빡은 불에태운 거북등이 갈라지는 모습이다. 夢을 卜하는 은허점사는 부지기수입니다. 우리도 꿈을 꾸며 삽니다. 좋은꿈 많이 꾸시기를 바랍니다.

14. 

'귀문몽중인'이란 다소 이상한 제목을 단 이유를 한번 설명드린줄 압니다. 鬼는 갑골문에 보이는 상형자로 머리가 큰 이상한 사람의 모습으로  일반 사람들(人)과 다른 모습이지요. '설문'은 귀는 사람이 죽으면 되는 것이다. 말하면서 사람(人)에 대한 정말 멋진 설명을 합니다.

人= 天上地之性最貴者也.此籒文象譬脛之形.

사람이 천지자연중에 가장 귀하다는 것이지요. 人은 사람의 팔과 다리의 상형자라면서요.

설문해자는 한문에 조금이라도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전'이상으로 봐야될 책인데요. 국내에는 아직 한역본이 없고 중요성도 별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사실 저도 초급 한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국내의 한문학도 갈길이 요원하지요.

文은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치열한 글자로 사람의 몸에 문신을 새겨 넣는 것이다(정상정. 고형) 무늬를 나타낸 모습이다(이효정)등의 주장이 있는데요. 설문은 문은 엇갈려 그린것, 무늬를 본떴다.(錯畵也象交也)라 합니다. 鬼와 夢은 정상을 벗어난 이미지의 한자로 귀문몽중인의 뜻은 정상이 아닌 글, 강단이 아닌 재야의 목소리를 말합니다.

말이 나온김에 중자에 대해서도 알고 가지요. 中은 갑골문에 깃발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설문은 안이다(中內也) 하며 위아래가 통하는 모양이다 합니다. 글은 은은함이 좋고 불을 뜨거워야 좋겠지요. 진정 뜨거운 물은 요란하게 끓는 소리를 내지 않지요. 오래전에 접어둔 시경을 폅니다. 시 한편이 보이네요.

비바람 밤새도록 몰아치더니

닭이울고 훼치는 소리 푸드득

기다리던 님이 오셨으니

어찌 반갑지 않을까요.

風雨凄凄/鷄鳴喈喈/旣見君子/云胡不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