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게시판에 이 글이 어울리는 지 모르겠지만,

전에 이러한 글을 원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해서, 몇 자 적어 봅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으로 수학을 손꼽습니다.

수학을 때려(?)잡으면 수능은 문제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요.

저는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기는 하지만, 효율적인 수학교육방법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신봉하는 말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노력한 만큼 얻을 것이다.] 거든요.

실제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요.

그런데, 주위에서 보면 노력은 많이 하는데 얻는 것이 없다고 불평을 하는 학생들을

보게 됩니다.

게다가  그렇게 얘기하는 학생중에 이과를 지원하는 고2의 제 아이가 있다는 슬픈 현실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쉽게 공부하려 하지마라, 쉽게 얻은 것은 별 것이 아니며 쉽게 잃게 된다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노력은 열심히 하는데, 얻는 것이 별로 없다고 얘기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실제로

제가 겪어본 결과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자기가 풀 수 있는 문제만 계속 반복해서 풀 뿐이지, 정말 자신이 풀 수 없는 문제는

계속  PASS 하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노력은 하는데, 성적이 안 오른다고 불평을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요즘 일반 학생들을 지도할 기회가 몇번 있었는데요.

왜 학생들이 수학을 못하는 지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수학을 잘 못하는 학생들에게서는 몇가지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우선, 정확한 개념을 소홀히 한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수학을 잘 하기 싫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한 개념을 소홀히 하면서 수학을 잘 하고 싶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문제출제의 가장 기본적인 방향이 기본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며 (수능의 경우 이것이 출제의 50%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개념과 연관된 기본적 계산능력(30%), 개념의 응용능력 측정 (20%) 입니다.

즉, 개념으로 시작해서 개념으로 끝나는 것이 수능인데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학생들이 수학을 못하는 학생들에게서는 거의 없더라는 것입니다.

그럼, 이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는가?

포물선을 예로 들어본다면,,,,,,

포물선은 초점과 준선을 기준으로 해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과 그 자취입니다.

이것이 포물선의 기본 정의지요.

학생들은 이 기본정의만 알고 난 후 바로 문제풀이에 들어가서 문제만 열심히 풀어댑니다.

기본정의와 기본개념은 다릅니다.

정의는 그냥 포물선은 무엇이다. 이런 것이구요.

개념은 포물선이 어떠한 것이며, 왜 생겼으며, 왜 중요한가 입니다.

이것을 알면 어떤 문제가 시험에 나올 것인지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출제자가 일부러 문제를 비비꼬지 않는 한에는 이러한 것들을 묻는 문제를 낼 것이기 때문이죠.

왜 생겼으며, 왜 중요한가를 알면 당연히 그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문제가 나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고등 수학 전반에 걸쳐서 2시간여에 풀 수 있는 문제를 낸다면 당연히 출제자는

중요한 개념과 연관된 필수 핵심 사항을 출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교육평가원의 출제방침이기도 하구요.

실제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수능에서 포물선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는 한정됩니다.

1. 가장 기본적인 계산 문제 - 사실은 출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계산능력을 측정하려면

포물선 단원보다 더 좋은 단원들이 많거든요.

2. 가장 기본적인 정의 문제 - 아주 가끔 출제됩니다. 그다지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정의문제를 묻기에는 포물선이라는 단원이 함축하고 있는 응용범위가

너무 많거든요. 기본정의 문제를 묻기에는 더 좋은 단원들이 많습니다.

3. 다른 단원과 (직선 및 다른 이차곡선)의 연관문제 - 자주 출제됩니다.

다른 이차곡선과의 연관문제는 매우 어려워질 수 있고 고등부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거의 출제확률이 없구요. 기껏해야 직선과 접하거나 수직이라는 등의 기본적인 판별식이나

직선의 기울기 성질을 이용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그다지 좋은 문제는 아니지만, 기본점수를 준다는 의미로 출제하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춥니다.

4. 바로 이 부분이 키포인트이지요.

  준선 및 초점과 연관된 포물선의 응용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며, 우리가 포물선에 대해 배워야하는 이유죠.

 실제 수능에서 4점으로 자주  출제가 되는 문제이며 거의 해마다 나오고 있습니다.

 포물선에서는 이 문제가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핵심이거든요.

 즉, [포물선에서 수능에 나올 문제] 하면 [바로 이것]이라고 할 만한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준선과 초점에 대해서 아느냐 하면 안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왜 준선이 필요한지, 왜 초점이 필요한지, 그것을 알아서 어디에 써먹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냥 준선이라는 것과 초점이라는 것이 있으면 포물선이라는 것이 만들어진다고 외우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의 출제문제를 보면 포물선에서 출제된 4점 문제는 모두 이 4번의 문제이며,

그외의 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출제경향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가장 핵심사항을 출제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바둑을 잘 두려면 급소를 잘 찾아서 행마를 해야합니다.

마찬가지로 수학도 , 특히 수능수학은 핵심사항을 잘 찾아서 신속 정확히 푸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근데, 대부분의 수학 못하는 학생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1번~3번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칠대로 지친 머리를 가지고서 4번에 도전하는데, 정확한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 4번은 매우 어렵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대충 풀어보다가 어려워~~ 하며 책을 덮어버립니다.

즉, 가장 중요한 핵심사항을 어려워~~하며 덮어버리고는 열심히 공부했는데,

점수가 안 나와, 수학은 정말 싫어. 하고 투털대는 것입니다.

정확한 개념을 잡은 후 4번의 유형 문제를 신속정확하게 푸는 연습만 한다면 다른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포물선 분야가 바로 나에게는 가장 효자 노릇을 해 주는 분야인데 말입니다.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본다면 학생들이 매우 어려워하는 분야중 공간도형과 벡터가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기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를 못하는 단원입니다.

그저 무슨 정리, 무슨 공식 외워서 문제푸는 요령만 열심히 외우는 학생들을 많이 봅니다.

공간도형과 벡터를 배우는 가장 기본이유는 공간에서의 최단거리, 도형을 통한 각도 (특히 코사인)

의 측정, 각도와 공간도형과의 연관성의 이해입니다.

이러한 개념이 없이 그저 정의만 외우고 바로 문제풀이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실제 공간도형과 벡터에서는 위 세가지 개념을 묻는 문제외에 출제된 것이 최근 5년간에는

단 한 문제도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세가지이며  출제를 한다면 이 세가지를 질문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근데도 학생들은 정의를 외운 후 문제풀이 열심히 합니다.

기본개념을 외면한 채 말이죠.

정의와 기본문제를 푼 것만으로 기본개념을 안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습니다.

그동안 제 아이에게는 제가 직접 수학을 지도한 적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 몇번 해보다가 저는 버럭 화를 내고, 애는 엉엉 울고 , 애 엄마는 옆에서 애 잡는다고

저에게 바가지 긁고,...그 경험을 몇번 한 후로는 애 수학교육은 아예 학원에 전담했죠.

그러다가 최근에 애 수학성적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100점 만점에 78점을 받아왔더군요.

제가 도끼눈을 뜨니까 애는 도망가고 애 엄마는 애 앞에서 바리케이트를 치고...

휴~~ 사실은 애한테 화 낼 문제는 아니죠.

저 자신에게 화가 나서.....

올 겨울 방학때는 다른 거 다 미루더라도 애 수학이라도 잡아줘야겠습니다.

기본적인 계산능력과 정의는 알고 있으니, 기본개념을 가르쳐주고, 그에 따른 핵심문제들만

신속정확히 푸는 연습만 해도 수능에서 1등급 받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아, 올 겨울에는 스파르타를 겪을 각오하거라. 나도 괴롭단다.

새가 밖으로 나오려면 알을 깨는 아픔을 겪어야 하지 않겠니....

그나저나, 도대체 왜 기본개념을 가르쳐주는 수학참고서는 눈에 띄지 않는 건지...

정석은 좋은 참고서임에는 틀림없지만, 단기간의 수험서로는 적합지 않은데.

그리고 기본개념의 설명이 너무 빈약해서...

문제를 통해서 기본개념을 익히게 만들어 놓은 책이기 때문에....

기본 계산능력과 끈기가 없는 학생은 뒤의 연습문제를 다 풀어보고 기본개념을 잡기가

쉽지 않죠.

할 수 없이 대학교재들을 짜깁기해서 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기본개념의 설명과 그에 파생되는 핵심문제들로요.

(에휴...이녀석 영재고 보내려다가 실패한 후로 공부에 신경을 안 썼더니.....참 힘들군요.

둘째 녀석은 꼭 영재고 보내야 할텐데.....)

쓰다보니...횡설수설 길어졌네요.

다음번에 다른 주제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 수학적 의문은 댓글에 달아주시면 간략하게 그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정보나 사이트를

링크해 드리겠습니다.

꾸벅

P.S ] 올해 수능수학의 난이도는 적절했다고 보여집니다.

       핵심개념을 묻는 문제외에 지엽적인 문제나 복잡한 계산문제는 한문제도

      출제되지 않았습니다.   핵심개념을 벗어난 응용문제도 전혀 없었구요.

      올해 수능문제를 모델로 해서 출제자들이 요구하는 핵심개념이 무엇인지를

    학생들이 파악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봅니다.

    점수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출제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