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택동은 독서인들을 경멸했지요. 곡학과 아부가 세상의 어떤 부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종자가 그들이란 이유지요. 모택동은 그런 지식인들중에도 예외는 있다면서 '담사동' '이탁오'등을 거론하기도 했지요. 놀랍게도 모택동은 자신도 독서인이라 생각했다지요.
면도칼로 자신의 목줄을 자른 '이탁오'나 스스로 죽을 자리를 찾은 '담사동'은 강단의 소유자들이었지요. 사유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정신의 소유자 말입니다. 아, 한 사람이 더 있네요. 서위(徐渭)라는 인물인데요. 원굉도가 '명나라에 딱 이 한사람이 있다' 평가한 狂士(?)인데요.
시와 서예 그리고 그림에 재주가 있어 오늘날 그의 그림 한점이 억대를 호가하는 명사지만 그가 살던 시대 그의 면모 또한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송곳으로로 자신의 귀를 뚥고, 아내를 패 죽이고 8년간을 옥고를 치루는가 하면, 망치로 자신의 음낭을 내리쳐 고자가 되는등 광포로 세상과 맞썬 진상중의 진상이지요. 그러나 그 진상의 뒤끝에는 아름답고 찰진 수백편의 시와 왕희지를 능가하는 필체 거기다가 웅혼담백한 그림까지 남긴 종합 예인(藝人)의 모습을 남겨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모택동은 곡학아세를 일삼고 아부와 시기로 세월을 보내는 독서인들의 세상타협을 인정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독서인들의 정신적 부역을 경계한 것이겠지요. 옛말에 독서인이 안정된 삶을 추구하면 그건 독서인이 아니다란 말이 있기는 합니다만 글쎄요.
모택동은 저항하는 독서인의 상을 중하게 생각한듯 합니다. 사실 체제와 사상에 부역하지 않으면서도 뜻밖의 저항정신을 보여준 독서인도 많지요. 모택동은 이런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듯 합니다.
1906년 충청도 예산땅의 한 야산에서 아비와 자식이 한자리에서 일본군의 칼을 맞고 비명에 갑니다. 이남규(李南珪)가 그 사람인데요. 이남규는 홍주의병을 거병했던 민종식을 도피 시켰다는 이유로 일본군의 겁박을 받은것이지요. 이자리에서 이남규부자는 민종식의 행방을 끝내 불지 않은 모양입니다. 용기는 면도칼도 송곳도 망치도 아니란것을 보여준 사례지요. 이남규의 한시 한편을 봅니다. '농부'라는 제목의 칠언절구지요.
산밭에 많은 참새들
논에는 많은 백로들
백로는 한가하고
참새들은 분주하네'
나의 곡식을 훔쳐 먹으면서
한번 쪼고 돌아보길 반복한다.
탁탁 쪼고 또 탁탁 쪼으나
진종일 쪼아도 배가 차질 않는 모양일쎄.
하늘을 나는 오색 저새는 뭐야.
훨훨 날아 구름속에 있구나.
저녁에는 석간수를 먹고
새벽에는 연못의 이슬을 먹나보네.
사람의 곡식을 탐하지 않으니
포수가 잡을 일도 없네.
새야 혹시 우리집 서쪽에 오거든
섬돌위에 있는 오동나무를 기억하렴.
[山田多黃雀/水田多白鷺/白鷺有閑精/黃雀性多懼/我食田中苗/一挽頻仰顧/琢琢重琢琢/終朝不盈消/
五色彼向鳥/翩翔在雲路/夕餐琅肝實/朝飮玉池路/飮不啄人栗/戈者將焉慕/偶在我家書/石上有嘉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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